지난 12월초에 2주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결혼후 매년 한국을 방문했었고, 5년을 한국에서 살았었기에
모처럼의 한국방문이 크게 들떠거나 하지 않았다.
출발하기전까지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고, 선물준비하고,
정리해야될 일들이 많아, 정작 내일출발할 짐정리는 밤이 늦어서야 했다.
친정엄마는 2주는 너무 짧다고 하셨지만, 처음으로 남편이 장기간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기에 남편에게 아이들 스케쥴과 매일매일해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목록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결혼전에 나혼자 살았으니 걱정말라고 해, 아빠랑 남자셋이서 살아보는것도
좋은경험일테고, 엄마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되겠지 하는 마음도 없지않았기에
걱정을 애써 잊고, 남편과 아이들한테 대한 미안한 마음대신 휴가보내주어서 고맙다며
감사한 마음만 가졌다.
생각해 보니 결혼후 처음으로 홀가분하게 친정나들이하게 된것 같다.
결혼후 첫번째 방문때 날짜정하고 가장 많이 기다려졌고, 기쁨이 컸었는데
그때 임신 6개월째였고, (그래서 생선회도 못먹고, 소주도 못마셨고 - 주량 2잔이지만
안주와 분위기를 좋아함) 그이후부턴 아이하나, 둘과 동행했기에 다니는것이 자유롭지
않아 다음부턴 당분간 한국에 오지 않아야지 하던참에 한국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친정은 시골인데, 친구들은 다들 각기 다른도시에 살고 있어,
내가 친구만나러 다닐것을 아는 친정엄마는 2주가 짧다고 하시니,
남편이 그럼 당신이 친구만너러 가지 말고, 친구들을 친정에서 만나란다.
남편은 한국에 5년씩이나 살았으면서도 한국을 아직도 모르니...
그래 남편에게 친구들이 미국처럼 다 자기차가 있는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어려서
시간도 많이 없고, 또 엄마는 내친구들이 오면 멀리서 온 손님이기에 식사대접해야하고,
친구들은 어른들이 계시니 나랑 편하게 이야기도 오래할수 없고,
빈손으로 오지 않기에, 엄마와 친구모두 부담스러우니 내가 다니는것이 낫다고
했더니 뭐가 그래 복잡해한다.
미국은 아니 시댁은 손님이와도 식사대접하는 일이 거의없으며, 왕래도 별로없다.
이런환경에서 자란 남편이라, 내가 처음으로 한국가게되었을때 이사람 저사람 선물을
준비할때 남편이 얼마나 놀랬는지.
내 방문이 선물이란다. (이말은 미혼남녀들이 상대방한테 하는말이지 참 - 그당시,
근데 이젠 나도 상대방이 나를 위해 시간내어 준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엔 실례를 많이 범했다)
그래 내가 그친구들 만너러간것도 아니고, 친정갔다 친구들 만나는것이고,
친구들은 또 나한테 비싼 밥사주고 하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가냐고 했더니
그래도 남편은 이해할수 없는 표정이었는데, 한국사는동안 남편이 한국의 선물문화와
사람들끼리 주고받는것과 한국의 인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 이번에 가방꾸리는것 도와주면서 수많은 약들을 보고도 놀래지 않았다.
(부모님 1년치 글루코사민과 비타민, 칼슘, 제부가 부탁한 건강보조약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제발 한국에서도 이런 약품들 가격거품이 제거되어 다음부턴 이런약들 사가져가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2년반만에 한국에 온것인데도 별로 변한것들이 없으니 오랫만에 온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친정에 도착하니 동네 사람들이 나 왔다고 보러 오시고, 주말에 동생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잔치집갔았다.
미국에서 조용히 지내다 오랫만에 시끌벅쩍하니 사람사는것 같아 좋았다.
도착했으니 친구들한테 전화해야하는데, 내주위에 계속 사람들이 있었기에
전화할 시간도 없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 같았다.
출발하기전에 내 한국생활에 대해 아는 미국친구가 (한국에서 만났음) 너 잠잘시간
없는것 아는데, 그래도 넌 갑상선있으니 꼭 충분히 자야한다며 걱정했다.
정말 잠잘시간이 아까왔는데, 그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밤샘은 고사하고
새벽 2, 3시를 넘길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침엔 6시쯤이면 곧장 일어났다.
미국에서 대충 일품에 김치하나로 먹다 상이 비잡은듯 엄청 차려놓은 엄마표밥상을 대하니
식탐이 아니라 식욕이 앞써서 아침밥부터 2그릇씩 (난 반찬보다 밥을 더좋아한다)
먹었더니 옷이 불편해 오랫만에 목욕탕가서 확인했더니 4일만에 3키로가 쪘다.
그래도 체중은 다음에 미국가서 빼만되니 다음부터 적게 먹어야지하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아침부터 냄새걱정않고 갈치조림도 먹을수있어 얼마나 좋든지...
우리엄마표 밥상의 특징은 처음엔 엄청 푸짐한데, 새로운것 업데이트가 거의 되지않고
계속 같은 반찬이 유지되는데 그래도 맛있었다.
평소 바쁘다면서 내 이메일에 답장도 없고 연락도 없는 내 무심한 친구들한테 서운했는데,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 서운함은 봄눈녹듯 사라졌다.
오랫만에 만났지만, 내가 그동안 정기적으로 미국소식을 이메일로 전했기에, 친구들도
나를 오랫만에 만난것 같지도 않고, 몇일전에 만났던 친구들 같았다.
밤늦도록 나란히 누워 수다떨고, 친구남편이 모텔빌려주어서 아줌마들끼리 단체로
동네시끄럽게 만들고, 생선회, 메운탕, 맛있는 전골과 갈비 소주한잔으로 오랫만의 만남을
즐겼지.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과 시간을 함께 나누는것만큼 행복한것이 있을까?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 친구랑 해운대도 못갔고, 고궁산책도 못했지만, 친구들과 함께한
그 시간동안 아니 그이후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했던 그시간들로 인해 난 많이 행복할것 같다.
미국친구들과 만났을때 항상 2% 조금 부족한것 같았는데, 서로의 흉허물에 대해
잘 알고, 마음과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하니 가슴이 다 확
터였다. 내친구들은 서로 흉허물없이 100% 벽을 허물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데,
미국친구들에겐 그 이상은 다가가면 안되는 경계선같은것이 있는것 같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내가 사람들에게 해줄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주는데,
(내와 내친구들은 특히 그렇다) 미국사람들은 최소한 해야 할 부분만큼 하는것 같다.
2년반동안 2% 부족했던 부분이 넘치도록 진심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더 행복했던것같다.
그리고 운전하지 않고 버스타고 먼길 친구만나러갈수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맛있는 음식사주고, 시간내어준것만으로 고마운데 선물에 용돈까지 준 친구들,
그리고 비싼 기름값때문에 방에 보일러도 사용하지 않고, 전기옥장판만으로 사용해
냉기도는 방에 주무시면서 (낮엔 동네 회관이나 양로원에 가신다) 꼬기꼬기 아껴두신
돈을 친정엄마편으로 내주라고 주신 동네 친척할머니들과 외숙모로 인해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그분들 겨울내 난방비 걱정없이 사시게 기름한통 넣어주어야 할텐데,
시장에서 생선한마리 안사드시고 아껴둔 그 돈을 나한테 주시니.
내가 엄마한테 안받겠다고 했더니, 그럼 더 서운해 하시니 받아란다.
2주동안 빚만 잔뜩 지고 온것 같다.
다음에 그 빚을 갚을수 있어야 할텐데...
돌아오니 우리집은 내 빈자리를 별로 느낄수 없을만큼, 집 청소도 깨끗히 되어있었고,
주방과 싱크대도 깨끗했고, 밀린 세탁물도 없었다. 남편이 얼마나 고맙든지.
큰아이가 밥먹고 싶었는데, 아빠가 치킨스프주었고, 막내는 아빠가 세탁을 자주
하지 않아 한번은 학교에 바지 작은것을 입고 갔다고 했지만,
부자끼리 그런대로 잘 지냈던것 같다.
평소 좀 반항기있던 큰 녀석이 사춘기가 접어드는지 나랑 마찰이 많았는데,
한국다녀온 사이 녀석이 부쩍 큰것같고 나랑 사이가 한층 좋아졌다.
그래 다음엔 3주 다녀와도 되겠다고 했더니 웃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도 한국가고 싶어니 다음에 데려가 달라고 해 그러자고 했는데,
약속못지키면 어떻하지? (한국가서 3일뒤에 심심하다고 집에 가자고할까 걱정도되고)
그때 일은 그때 알아서 하고,
이번 한국방문은 가족들과, 친구들이 내가 군대 첫 휴가나온사람처럼 환대를 해
조금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다음 방문땐 두번째 휴가나온 군인처럼 편안하게 서로 부담없이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 함께하는 시간이 서로에게 선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