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여름학기 수업을 받느라 8월 6일 뒤늦게 서부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55번 고속도로를 타고 아름다운 미저리주를 지나 척박한 황토땅 오크라호마를 지나,
44번과 40번으로 갈아타고, 뜨거운 날씨에다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관심없는듯,
RV 캠프뿐 텐트캠프장도 없고, 휴게소가 아닌 Parking Area 와 Picnic Area (화장실이 없슴) 만
있는 텍사스를 지나, 끝이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엔 사막지역이라 (모래사막이 아니라)
나무도 풀도없이, 보이는것이라곤 가시덤풀뿐이고, 몇시간 가다 만나는 작은 마을과
마을수보다 많은듯한 큰 카지노건물들과 인디언거주지역들을 지나 뉴 멕시코보다
쬐금 나은듯한 아리조나주에 도착해서 3일만에 첫 목적지를 방문했다.
아리조나주 40번 고속도로 주변에 위치해 가던길에 잠깐 방문했던 국립공원인 Painted
desert & Petrified Forest 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그랜드캐년과 비교하면 유치원생 그림
수준이라 시간이 쬐금 아까왔고 (공원내를 차로 이동하는데도 워낙 넓어 1시간 이상
소요되었슴), 두번째 방문했던 곳은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원했던 유성이 떨어진
Meteor Crater 로 얼마나 큰 유성이 떨어졌는지 구덩이가 지름 1.2키로메타에 깊이가 173
미터나 된다고.
그 유성이 이 허허벌판 사막에 떨어졌기에 망정이지, 도시나 인가에 떨어졌슴 어쩔뻔했나
싶어 아찔했다.
구덩이일텐데 무슨 구경거리가 된다고 그곳까지 가냐고 불평을 했었는데, 유성에 관한
작은 규모의 박물관도 있었지만, 정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곳이라 입장료가 어른
15달러에 어린이가 8달러나 해, 나로선 더더욱 돈과 시간이 아까왔다.
첫날 미조리 주립공원에 있는 캠핑장에서 텐트를 쳤는데, 캠프장이 300 곳이 넘는 엄청
큰 규모의 캠핑장이라 시설도 좋았고, 둘째날은 시간이 없어 모텔에서 묵었고, 세째날
아리조나 사막에 위치한 주립공원 캠핑장을 이용했는데, 사막지역이라 저녁때는 60도쯤
되었고, 밤엔 40도쯤 되었다. (섭씨 18 - 7도)
텐트치기전에 캠프호스트가 공원에 공원지키미격인 큰뱀 두마리가 살고 있는데, 그 뱀들은
독이 없고, 사막에 있는 독사를 쫒아내는 좋은 뱀이니, 혹시 보게되더라도 겁먹지말고
피해가면 된다고 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는것이 뱀이라 잔뜩겁을 먹고
그냥 모텔에 가자고 했는데, 아이들은 큰 뱀을 볼수있다며 신이났고, 남편은 이 넓은곳에
사는 뱀 두마리를 만날 확율이 얼마나 되겠냐고 하는데다, 모텔까지 얼마나 더 가야할지
알수없기에 혼자 우길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하루밤 텐트생활하다보니 머물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하면서 너무 밋밋하면 여행의 즐거움도 덜할테고, 나중까지 기억나는것
들은 특별한 것들인데, 다행히 뱀을 보지 못해 난 안도했고, 아이들은 실망했지만,
그날밤 아리조나의 사막에서 우리모두는 정말 오랫만에 수많은 별들을 보며 별자리 찾기를
했고, 사막의 차가운 아침공기또한 얼마나 상쾌하던지.
뱀볼까 무서워 이른아침에 산책하지 않은것이 쬐금 후회스러웠다.
다른 야영객들은 밤늦게까지 손전등들고 산책하고, 새벽에도 산책을 즐겼는데...
여행을 끝냈을때 보니 뱀만 없다면, 뱀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샤워장과 야영장시설이
그곳이 가장 좋은것 같다.
넷째날 드디어 그랜드 캐년에 도착했다.
여행일정을 잘못잡아 다음날과 그 다음날 Mather Campground 에 예약이 되어,
첫날은 선착순인 Desert View 에 텐트를 쳤다. (샤워시설 없슴)
텐트장이 50개쯤되는 그곳은 보통 오후 2시쯤이면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그날은 오후 늦게까지 자리가 있었다.
온도가 84도 (섭씨 28도) 인데도 한낮엔 볕이 너무 따가왔다.
앞으로 3 일동안이나 지낼테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 텐트치고, 4시 30분까지 나무그늘에서
쉬다, 구경을 나섰다. 20년전에 관광객으로 한번 왔기에 당장 구경가지 않고 기다릴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과 아이들은 그랜드 캐년이 처음이지만, 감정표현이 무딘편이라, 내가 처음보았을때
만큼 들떠지 않았다. 난 그때 그랜드캐년에서 대자연의 위대함에 넋을 잃었고, 입을
다물수가 없었는데...
저녁먹고, 아이들과 남편은 텐트에서 지내고, 나혼자 일몰보고 (석양도 별로 없고,
그냥 해가 넘어가 쬐금 실망스러웠다) 일몰 1시간전에 시작하는 특별프로그램인
레인즈와 함께하는 일몰이라 해 쬐금 기대를 했더니, 참석자들 자기소개와 그랜트캐년에
여행왔던 어떤 부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여행중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음날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가는도중에 보니 이미 해가 떠 있었다.
(출입소에서 주는 공원책자에 일출과 일몰시간 안내가 있고, 일출보기엔 이곳캠프가
편리하다 - 캠프에서 걸어서 전망대까지 10분이내이기에)
새벽공기는 차가왔지만 상쾌했고,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듯한 새벽안개에 둘러쌓인
협곡은 신비로움을 주었고, 어제 저녁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계곡이 깊어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 보였다.
한 여행객이 들고나온 커피향이 얼마나 좋았는지... (난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그때 어디선가 피리소리가 들려오고, 그 피리음은 새벽의 협곡과 잘 조화를 이루
새벽 운치를 더 해 주었다.
연주를 마치고 그곳에 있던 우리 세명의 중년여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명은 그의 부인이
었슴) 그 피리의 주인공은 Mark 라는 중년 백인남자였고, 그 피리는 인디언 전통피리라고.
이럴땐 나도 퉁소나 단금을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마크가 나와 다른 부인에게 불러보라고 주었는데, 쉽게 소리가 났다.
마크는 3 개월째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을 여행중이며, 지금 2 달째라고 했다.
그래 내가 그냥 여행다니지 말고, 필름을 만들어 다큐로 만들생각 없냐고 했더니,
자기도 그럴생각에 필름으로 만들고 있고, 그 필름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 위해
피리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부터 레슨을 받았다고.
그런데 작업이 몇년이 걸릴지, 시판은 할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마크가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에 가지 않았슴 꼭 가보라고 했다.
할리우드가 가장 좋아하는 서부영화의 단골 로케이션이며,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달리기를 멈춘곳이라고.
시간이 많았으면 더많은 추천 여행지와 여행기를 들을수 있었는데 쬐금 아쉬웠다.
아침먹고 사우스림이 있는 Mather Campground 로 캠프장을 옮겼다.
사우스림은 그랜드캐년에서 가장 붐비는 코스중의 하나이기에, 본부격이며, 캠프사이트도
(성수기땐 미리 예약해야 하며 18달러) 319 개나 되었고, Hermits Rest Route (Red),
Village Route (Blue), Kaibab Trail Route (Green) 으로 구분해 무료순회버스를 운행하고 있었고,
(주차공간이 한정되어있고, 어떤 코스는 일반차량은 출입통제기에 순회버스가 편리함)
또한 유료샤워장 (2달러 8분) 과 세탁실이 있어며 인터넷을 할수있는 카페도 있다.
사우스림은 Desert view 와 달리 정말 사람들이 많았으며, 영어보다 낯선언어들이 더 많이
들려 해외에 온 느낌이었다. 남편도 이곳에 이렇게 외국인들이 많이 올줄 몰랐다고.
오후늦게 캐년주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약 4키로 걷어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협곡을 눈과 가슴에 새겼다.

- 아이조나주 주립공원캠핑장에서 본 주위 사막풍경 -

- Desert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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