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집에서 쫒겨난 친구아들

앤드류 엄마 2011. 8. 3. 00:06

 

친구 캐시(내옆)와 그녀 아들 마크 그리고 린다와 함께

(식당 웨이터가 촬영한것 4개중 가장 덜 떨은것, 팁많이 받을수 있었는데...)

 

마크는 내친구 캐시의 1녀 2남중 막내로, 일리노이 주립대 (U of I) 건축학과를 이번 여름에 마쳤다.

미국도 경제 불황 여파에 대학 졸업생들이 정규직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건축분야가 국내 경기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아 취업난이 더 심하다.

 

미국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학기중과 여름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마크도 학기중엔 라디오 방송국 D.J (굵은 바리톤이 매력적이다) 일을 했고,

여름방학땐 비싼 월세를 절약할겸 집으로 와  카운티 (한국의 행정구역 군에 해당) 의 

도로공사관련 일들을 했다.

 

내친구 캐시와 그녀의 남편 제프는 아들이 하루속히 공부를 마치고 정규직에 취업하길 원했는데,

마크는 취업난이 심해서 그랬는지 몇학점 남겨두고는, 집으로 돌아와 레스토랑에 웨이터 일을 하면서

연극무대로 진출했고, 올 여름에서야 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친구는 한없이 자애로우며 도움이 필요한사람들에게 항상 온정을 베푸는 천사표인데, 

남편과 마찮가지로 많이 보수적이며 성실의 표본이 되는 사람들이라 아들의 이탈이 불편했다.

마크는 대학원에 곧장 진학하고 싶었지만, 학비 부담때문에 취업부터 하고 대학원을 진학하는것으로

계획을 수정 (직원들의 대학원 수업료를 지불해주는 회사들도 있으며, 남편도 회사돈으로 공부하고있다)

열심히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연락이 없어, 연극과 레스토랑 웨이터 일을 계속하고 있다.

 

친구와 친구남편은 아들이 집에서 생활하니 취업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한것 같아,

아들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방 구할 돈도 없는데 어떨결에 집에서 쫒겨나게 된 마크는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있는 형한테 사정해

형의집 지하실로 거처를 옮길예정이다.

(형의 집에 방이 3개지만 서로의 사생활을 위해선 지하실이 더 낫단다). 

 

그런데도 마크는 부모한테 하소연하거나 서운해 하지 않는듯 하다.

그전날 우연히 마크와 잠깐 만났을때 아쉬워서 다음날 엄마랑 점심먹는데 시간있으면 오라고했더니

(20대 청년이 아줌마들의 만남에 무슨 흥미가 있을까 싶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와주어서 많이 놀라왔고 반가왔다.   

마크는 워낙 성격이 좋아 엄마와도 수시로 농담을 하며 아줌마들과의 수다에 동참해 주었고,

우린 그에게 조언과 덕담을 해주었다.

마크는 그동안 눈치밥 먹으면서 $1의 가치와 소중함을 배웠다니

이런 경험도 나쁘지만은 않은것같다.

 

마크를 3학년때 만난이후 녀석에겐 뭔가 특별함이 있었기에 녀석의 앞날이 기대되어 그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격려와 응원을 해주곤 한다.  

비록 지금 마크가 취업을 못해 신세가 처량하지만 그가 점점 멋있는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어 

참으로 흐뭇하고, 난 그의 미래를 낙관하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그를 위해 기도해준다.

(잘생긴 외모에 매력적인 목소리 그리고 연기까지되니 헐리웃에서도 통할것 같은데 

 가능성이 희박하니 연극은 취미활동으로 해야할것같아 못내 아쉽다).     

또한 내친구를 알기에 그녀가 결코 매정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한국신문에 대학 졸업한 백수아들과 명퇴당한 남편을 둔 50대 가정주부의 고단한 삶에

대한 기사를 읽어면서 그 엄마와 아들과 내친구와 마크가 대비되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또한 자신을 위해 때론 강해야하고, 독해야할것 같다.

 

2011.  8.  2. (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