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평상시와 같았던 남편이
오후에 느닷없이 urgent care (Immediate care)에
가야 겠다고 했다.
결혼하고 나서 29년 동안
정기검진 외엔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고,
지난 11월에 그렇게 심하게 오랫동안 아팠을 때도
의사한테 가야한다고 해도 가지 않았던 남편이었기에
내가 운전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하던 일을 중단하고 따라나섰다.
그때까지 괜찮았기에
왜 그런지 증상을 물었더니
지난 월요일에 의사를 만나고
혈압약을 새로 처방받고 복용했는데,
다리 종아리 뒷부분부터 허벅지 뒤로 저린다고.
집에 있는 혈압계로 자주 혈압을 측정하곤 했는데,
그날 아침에 혈압 측정하다고
하필 협압기가 고장 났다고.
긴급 진료센터에서 대기하면서
구글로 혈압약 복용 후 남편의 증상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검색을 했더니 약 부작용의 일환이라고.
긴급 진료센터 (간단한 내. 외상치료)
미국은 의사 검진이 예약제라
보통 몇주씩 뒤 에나 예약이 된다.
갑자기 아플 때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엄청나게 비싼 병원 응급실 대신 저곳을 찾는다
주로 한국의 PA 같은 간호대학원 졸업한
Nurse Practitioner 나
4년 대학을 졸업하고 2년제 의과전문대를 마친
PA (Physician Assistant) 들이 근무 하고있다.
토요일 오후에 환자가 많아서 1시간 20분을 기다려
간호사가 먼저 증상을 묻고는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가 들어와서 다시 증상을 묻고, 혈압을 측정하고선
몇 가지 질문을 하고선 심각하게
바로 엠블란스 불러서 병원 응급실에 가라고 해
뭔 일인가 깜작 놀라서 긴장이 바로 되었다.
그런데 엠블란스는 부르면 2,000 달러 이상이라
내가 운전해서 가겠다고.
의사가 바로 응급실에 연락하겠다며
어느 병원으로 가겠냐고 물었다.
10 - 30분 이내 거리에 대형병원이 3개나 있지만
평판이 좋지 않기에 약간 더 멀지만
더 괜찮은 Edward Hospital로 가겠다고 했더니
의사도 그 병원이 좋긴 하다면서
그렉이 위험하니 자긴 엠블런스를 이용했으면 좋겠는데,
엠블런스를 부르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고.
응급실 가는 도중에 혹시라도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차를 멈추고 엠블런스를 불러라고.
그 의사가 어찌나 겁을 주는지
운전해서 병원 응급실 가는 동안
온갖 생각들이 나면서 눈물이 났는데,
그런데 남편은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것 같았다.
병원에서 결혼 전에 오늘 수치보다 더 높은 적도 있었는데
괜찮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땐 젊었으니 괜찮았을까?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혈압수치 비공개
미국 와서 두 번째 방문한 병원
너무 넓어서 몇 번 길을 잃었다.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겨 어디가 어딘지...
긴급 진료센터에서 미리 연락해 두어서
도착 후 5분도 되지 않아서 간호사를 만났다.
사람들이 응급실에서도 오랫동안 대기한다고 하던데
이 병원은 엄청 빠르다고 했더니
긴급한 환자들부터 시작한다고.
응급실 도착 후 10분쯤 되었을 때 다시 호출받고
응급실에 입실했다.
그곳에서 피검사를 비롯해 심전도, 심장 X-Ray 검사도 하고,
혈압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다.
응급실 의사가 남편의 주치의가 소속되어 있는 Duly의
(병원 없이, 진료와 각종 검사를 하는 메디컬 그룹)
심장전문의 어떻게 할지 의논하겠다고.
남편은 그동안 그곳에서 진료를 받긴 했지만,
그곳 심장 전문의에게 한 번도
진료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Duly의 심장전문의가
남편의 치료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편이 갔던 Edward 병원에도 심장전문의가 있고,
병원에서 근무하니 실력이 더 좋을 수도 있을 텐데.
Duly 의사들이 병원의사보다
치료비가 적어서 의료보험에서
그것을 선호하는 건지?
* 미국은 보험회사가 갑이다.
밤늦게 Duly 측 두 명의 심장 전문의가
남편의 진료기록과 현재 상태를 검토한 후
응급실 남편담당 의사와 의논한 결과
Duly 측 의사 한 명은 퇴원시켜도 될것 같다고 했다는데,
한명은 오늘 밤 동안 더 지켜보고
혈압을 낮추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며 병실로 옮겨졌다.
밤 10시가 넘어서 응급실 병실에서
하루 입원하는 환자들이 머무는 병동으로 이동 중인 남편
입원 환자들이 많지 않고 거의 1인실
(병원 치료비가 워낙 비싸니 의료보험사에서 입원치료하는 것을 싫어한다)
간호사등이 계속 번갈아 들어와 처지를 하고
밤 12시에서야 마지막 혈압 측정을 마쳤다.
난 며칠 동안 못 잤는 데다 저 날 몸도 마음도 너무 피곤해서
마지막 간호사 나가고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5시간을 꼴라 떨어졌다.
다음날 5시에 간호사가 혈압 측정하러 왔을 때 인기척에 눈을 떴다.
예민한 남편은 밖깥소음때문에 못 잤다고.
무슨 소리? 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 다음에 혹시라도 응급진료소에 가게 되면
응급실로도 갈 수도 있어니
여벌 새 옷과 스킨 로션 소음차단용 귀마개를 가져가야겠다.
그날 난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일하다가 그냥 가서
옷도 그렇고, 쬐끔 그랬다.
* 앤드류가 주말 약속들 취소하고 함께 있어 주어서 고마왔다.
병원이 앤드류 아파트에서 가까와서 앤드류는 자기 아파트에 자고 다시왔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초음파 담당 간호사가 이동용 초음파 기계를
남편이 있는 병실로 가져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했다.
전날 X-Ray 도 남편 병실로 가져와 검사를 했다.
한국 병원도 이렇게 하나요?
모든 검사결과 이상무.
난 아무래도 의사가 약을 잘못 처방한 것 같은데,
심장 전문의들과 응급실 의사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병실에 필요한 물품들의 배달 중인 로봇
신기해서 한컷.
몇 년 전 블친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호텔에 체류하며
아침에 룸서비스를 시켰더니
로봇이 배달 왔더라며 엄청 신기했다고.
본인 블로그에 그 로봇 사진을 올려주었는데
나도 신기했다.
몇 년 후엔 일상에서 더 많은 로봇들을 보게 될 듯.
일요일 아침에 Duly에서 심장 전문의가
남편 병실로 직접 방문했다.
그동안 진행과정을 설명 듣고,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컨디션이 어떤지
Duly에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도 계속 복용하라고 약이 들어오고.
검사결과 아무 이상 없었고
혈압이 많이 떨어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퇴원할수 있었다.
하루 전날 아무 생각 없이
일하다 정리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병실에서 1박을 하고
25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옆집에 전화해서 주말에 있었던 깜짝 뉴스를 전하고,
피곤해서 난 뻗었다.
그날 밤 평정을 되찾은 남편은
긴급진료소 의사가 혈압만 낮춰주었슴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었는데,
쓸데없이 응급실로 보냈다고.
혹시나 잘못되었으면 어쩌려고.
난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어 감사했다.
남편이 이번 일을 계기로
건강관리를 잘하고
나도 건강관리 잘 해서
앞으로 20년 동안은 환자로 보호자로
병원 가는 일이 없었으면.
병원 시스템이 효율적이고,
편리해서 좋긴 했지만,
워낙 비싸니
응급실과 병실 1박 청구서가
얼마나 될는지 걱정스럽네?
병원비의 상당 부분은 의료보험에서 커버가 되겠지만,
2025. 1. 13. (월) 경란
'뒤늦게 배우는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가신 시어머님 집을 치우면서 - 77년 묵은 살림 (13) | 2024.10.22 |
---|---|
설마 오십견이 아니겠지 (15) | 2024.01.31 |
젊은 엄마들의 배려심을 배운 교회 크리스마스 파티 (0) | 2023.12.06 |
다리가 심하게 아팠을때 진통제 생각을 왜 못했는지? (18) | 2023.08.28 |
24주간의 Excellent wife 교육을 마치고 (0) | 201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