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생각 나누기

빈곤에서 배우다

앤드류 엄마 2011. 3. 5. 14:45

 

 

우리 할아버지는 자식들을 출가시킬때 조건이 딸은 우리집보다 부자인 집으로 시집을 보내고,

며느리는 우리집보다 가난한 집에서 봐야 시집에 순종한다고 믿어 그렇게 며느리들을 보셨다.

할아버지의 믿음이 맞은건지, 아버지와 삼촌이 운이 좋았는지  엄마는 별난 할아버지 모시고,

그 고된 시집살이를 잘 견뎠으며, 숙모도 자상하지만 깐깐한 삼촌 성미를 잘 맞추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소위 상류층사람들이 아들을 결혼시킬때 재산 좀 있는 집 딸을 원한다고했다.

있는집에서 자란 사람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사랑도 받아봐서 사랑을 줄주 안단다.

이 말을 들어니 좀 슬펐다.  난 부자집 딸도 아니었고, 많이 사랑받으며 자라지 못했어도,  

그 어떤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면서 산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집은 가난하진 않았지만, 딸로 태어난 죄로 난 자라면서 우리집보다 더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보다

더 물질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용돈은 고사하고, 학교준비물 구입할 돈도 주지 않아 난 수업시간에 준비물 구입할 돈 받아 엉뚱한데

사용한 문제아들과 함께 복도에서 보내야했고, 용돈이 없으니 수업마치고 친구들이 고구마튀김과 우동

사먹으러 갈때 함께 가본 기억이 없다.  여상다니며 많은 학생들이 가는 주산, 부기, 타자학원한번 가본적이 없었고, 영어 사전은 고사하고 단어장하나없이 순 교과서로만 공부를 했다.

학교마치고 집에 오면 텅빈집에 할일만 잔뜩기다리고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땡볕아래서

힘든 농사일을 했다.  

그렇지만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을 하시는지 알기에,

수업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했고, 부모님께 동네사람들과 친척들에게 칭찬들을만큼 잘해드렸으며,

어려운 일을 겪을때마다, 힘든 과거와 비교하면서 스스로 위로할수 있었다.

물질의 빈곤함은 나에게 물질의 고마움을 알게해주었고, 부모님이 바빠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서인지,  다른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으려 매사 열심히

했으며, 친화력좋고, 자립심과 독립심이 강해 어디서나 잘 적응하게되었다.

또한 아이들에게있어 부모의 보살핌과 관심과 사랑의 표현들이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내 아이들이 항상 부모의 사랑을 받고있슴을 느낄수있도록

말과 행동으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사랑은 받은사람만 줄주 아는것이 아니라, 받기만하고 줄주 모르는사람도 있고,

사랑을 받지 못했서도 잘 주는사람이 있기에 사람나름이라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을 겪지않고, 귀하게 자랐다면 난 지난날 어려웠던 순간들을

잘 극복했을지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난 우리아이들에게도 원하는대로 다 해주기보다는 가끔씩 부족함을 경험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다 해주게되면 귀한것도 없고, 감사함도 덜하다고 생각하기에.

 

부모님에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사랑과 지원을 받는 사람을 보면 가끔씩 부러울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께 별로 감사한줄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부모님이 연로해가는데도

여전히 부모님께 반찬이나 크고작은 도움을 받으며 사는사람들 보면 의아해진다.

내리사랑보단 자녀가 성인이되면 물질이든 마음을 서로 주고 받고, 부모가 연로했을땐

자녀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보살펴 드리는것이 도리라 생각한다.

어떤 엄마는 딸을 공주처럼 키우면 왕자같은 남자만나 결혼후에도 공주처럼 살았으면 해서

그렇게 키웠는데, 그 딸이 왕자같은 남자와 결혼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공주처럼 살면서

친정엄마인 자신을 시종처럼 부려먹어서 속이 상한다는 상담을 읽은적이 있다.

결국은 사람나름이겠지만, 부모의 역할도 중요한것 같다.

 

예전엔 물질적으로 빈곤했는데, 요즘은 시간의 빈곤을 겪고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에 항상 오늘 하루를 계획한 일대로 할수있고 알차게 사용할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 항상 동시에 몇가지일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늘 생각하기에

시간 빈곤이 시간관념없는 나에게 좋은 훈련을 시켜주는것 같다.

운동하면서 공부하고, 화장실에서 한번에 세가지를 하기도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시간인데 (저축할수도 없고, 재생할수도 없기에),

덕분에 시간낭비하지 않고 (휴식과 시간낭비는 별개다), 인생을 알차게 살게될것 같다.

 

물질적인 빈곤과 부모의 관심부족과 시간의 빈곤이 때론 사람을 더 강하게 해주고,  

그 경험이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때론 빈곤이 나쁜것만은 아니라

삶에 좋은 약이 될때도 있는것 같다. 

 

2011. 3. 4.(금)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