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생각 나누기

결혼전으로 돌아간다면

앤드류 엄마 2010. 8. 19. 06:29

언젠가 한국 신문에서 부부를 대상으로 다시 결혼한다면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 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를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여론조사 결과 부인쪽 70% 와 남편쪽 48%(?) 이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내친구는 다음에도 남편과 또다시 결혼하겠다고 응답한 30%중에도 남편에 대한 예의차원에서 

그렇게 대답한 사람도 있을거라며, 아마 실제로는 남편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더 높을수도 있다고했다. 

어쩌다 그렇게 까지. 

그 기사를 읽고 나는 어느쪽일까 생각해보니, 그렉에게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썩 높은 점수를 주진 못하겠지만,

나또한 마찮가지니 기꺼이 30% 에 동참할것 같다. 

미국은 이혼율은 높지만 결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에게 충실하기에 다시또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비율은 한국보다 더 높을것 같다.

 

몇일전 친구 이바와 아이들 어릴때 가족들이 멀리있어 도움받을 사람이 없었어 고생했던 옛날 이야기들을 하면서

이바가 자긴 다시 결혼전으로 돌아간다면 부모님 집 근처에서 살았을거라며, 너는 만약 결혼전으로 돌아가면

그렉과 결혼했을것같냐, 아님 한국사람과 결혼했을것 같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난 별로 깊이 생각할것도 없이, 부부는 공통분모가 많아야 하는데, 그렉과 그런면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그렉과 결혼했을거라고 했다.

 

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더 큰 세상을 보게되었고, 더 많은 것에 대해 경험할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되었고,

다양성에 대해 배웠고, 그렉을 만나 크리스찬이 되었고, 또 난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는데, 

미국인과 결혼해 미국에서 살기에 그 가치와 의미를 좀 더 크게 할수 있을것 같다며.

이바는 다른것은 몰라도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은 한국남자와 결혼했어도 그렇게 살수 있지 않냐고 하길래

난 고졸이기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않다고 말해 주었다.

한국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삶의 의미를 공공성이 아닌 내 자식잘키우는데 두었을것 같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큰 중공업회사여서 남자직원 4800 명중 여사원은 사무실에 한두명있었기에 200 명 정도 

되었는데, 50% 이상이 사내결혼을 했다. 그러나 난 여사원회 회장에 노조 여성부장까지 해 (집행부와 상관없이

여사원중 누군가 1명이 되어야 했기에 한것이었는데, 조직에 들어가서 많이 실망했다) 회사 남자들에게

무서운 여자라 소문나 사내 연애는 고사하고, 사외에서 만난 사람들도 우리회사에 친구가 있던지 아는사람이 있었고,

난 별로 여성답지도 않으니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그러니 중매결혼을 해야 했을거고, 중매 결혼은 외모와 조건이 엄청 중요한데,

우리부모님 말씀처럼, 난 학벌이 없고, 집안도 좋지 않고, 예쁘지도, 상냥하지도 않으면서

나이까지 많았던 노처녀였는데 무슨 복이 있어 중매결혼인들 잘했을까.

(내가 그렉과 결혼하기로 했다니, 아는 분은 개인적으로는 결혼 잘하는것이니 축하하는데,

내가 미국에 사는것은 국가적인 손실인데 (쬐금 과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국남자들이 눈이 삐었다며

한국남자들을 원망했는데, 우리부모는 별 남자 없으니 제발 콧대만 높이지 말고 니 주제를 알아라며

대충 결혼하라고 해 날 엄청 비참하게 했다).

 

그러니 그렉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난 사무실사람들 눈치받으며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지,

창원이 아닌 다른지역에 살게되었으면 아이들 학원비 때문에 고졸만 할수 있는 그런일들을 하든지,

억척 살림꾼이 되어 내존재의 가치가 아닌 현실에 대한 자괴감때문에 행복하지 않을것같고,

또 시댁과 친정에 대한 의무를 다하느라 몸도 마음도 편할날이 없을것 같다.

 

친했던 직장언니는 학교다닐때부터 영어를 잘해 외국인 사무실에 특채로 입사해 십년을 넘게 외국인들과

근무를 해, 영문를 전공한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했지만, 딴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되어

직장을 그만둔후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했을때 고졸이라 영어와 관계되는 그 어떤일도 자격미달이었다.

대한민국 30대 이하 70% 넘게 초대졸이상의 고학력 시대에 지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고졸 주부가 설자리는 

사람을 소모품쓰듯 하는 곳 외엔 별로 없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대학 지학을 못했지만 정말 지혜롭고 똑똑한 내친구들이 평가절하받고 사는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남편을 만나 고졸의 멍울에서 벗어날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한국에 살았으면 학교 다닐수 있었을지 확신이 없기에)

그리고 다음에 영어로 봉사할수도 있고, 또 미국에서 배운 좋은것들을 알려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수 있었어면 좋겠다.

 

미국에 살면서 작은것에 감사하는 것을 배웠고 (난 좀 무덤덤한 편이었다), 다양하게 생각할줄 알게되었고, 

걱정대신 기도를 하게되었고, 예전엔 흑과백이 뚜렷해 친구도 많았지만, 적도 많았는데 중도와 중용의 가치를

알게되었고, 내일 지구가 멸망이나 하듯 안달하며 살았는데,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느긋하게 사는것을 배웠고,

여자라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불평등당해 불평불만이 많았는데, 결혼후 부인은 남편을 내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사람의 인격체로 각자 인생을 살며 함께 가족을 꾸리는며, 가정의 화목을위해 누구의 희생을 요구하지않고

가족 모두 행복한것을 추구하기에 감사함이 많아졌다.

모순많은 한국사회에 살면서 늘 비판적이었고 부정적이었는데, 한국보단 좀더 공정한 미국사회에서

긍적적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책임감있고 성실한것은 기본인데 그 기본이 안되는 배우자들로 인해 좌절하고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보면서

별로 자상하지못하고, 쬐금 꼼쟁이지만 책임감있고 성실한 그렉만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않고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만들고 살아가고 있기에 난 다음에 다시 결혼해도 그렉을 선택할것 같다.

 

2010. 8. 18(수)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