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

20시간 운전해서 텐트에서 자고 하루 8시간 걷고 와도 좋았던 가족캠핑

앤드류 엄마 2023. 7. 5. 11:01

한국 친구들에게 가족 휴가로 왕복 20시간

1,900킬로미터 운전(남편이) 해서

하루 8시간 걷고 텐트에서 두밤자고 왔다고 했더니

다들 맙소사 미쳤다고 했다.  

 

한국에선 서울 - 부산이 400 키로미터가 안되니 

편도 950 키로미터면 부산에서 백두산쯤 될 것 같다.  

 

미국은 서부는 산이 많고, 동부도 산이 있는데, 

 내가 사는 중서부지역

  (일리노이, 아이오아, 인디애나, 미시간,

오하이오, 위신콘신, 미네소타, 미저리, 놀스 다코다,

사우스 다코다, 네브래스카, 캔자스주)은 다 합하면  

대한민국 20배쯤 될텐데

   낮은 산도 귀하고, 높은 산이 없다. 

   그래 한 번씩 산이 그립다.

 

 특히 정상 앞이 시원하게 탁 터여서

고생해서 올라간 정상에서

  멀리 볼 수 있는 높은 산이 그립다. 

 

또한 등산을 통해 아이들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다 보면

정상이나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끼게 해 주고 싶기도 했다.  

 

여름엔 높은 산에 가야 좀 시원하기도 하고,

하이킹도 오래 할 수 있고 해  

편도 10시간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곳이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높은 산이라 

시간이 없을 땐 그곳 스모키로 간다. 

 

이번이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인가 되지만,

스모키 산이 워낙 넓고 등산로도 많아서 

  앞으로 얼마든지 더 가도 그래도 좋을 것 같다. 

여름엔 늘 고속도로 공사 구간이 있고,

대도시 주변코스는 정체가 되기도 해 

   구글 예정시간보다 더 소요되기도 한다. 

 

그리고 워낙 장거리라 차 주유도 몇 번 해야 하고,

    점심뿐만 아니라 저녁도 가다가 먹어야 하는데  

한국처럼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도 없으니 

고속도로 주변에 패스트푸드점들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준비해 와야 한다.  

  그래 차 안에 아이스박스와 시원한 물은 필수이다. 

 

나와 우리 가족을 구해준 로렌 

저 넓은 주차장에 그녀 차 한 대뿐이었다. 

 

폭우로 인해 우리가 건너야 할 계곡을 건너지 못하게 되었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자 당황한 남편을 대신해 내가 리더가 되어

 내 판단을 따르게 했는데,

내 예상대로 도움을 받을수 있는 사람(로렌)을 만났기에  

아이들에게 다음에 내 메모리얼 서비스때

" 엄마가 늘 다 옳았다"는 말을 꼭 하라고

웃어면서 말해주었다. 

 

 비가 그쳐서 그곳으로 40분이나 운전해서

하이킹을 왔던 로렌이 

본인의 하이킹을 초기에 포기하고,

나와 우리 가족을 캠핑장까지 태워주었기에 

  많이 고맙기도 하고, 많이 미안하기도 했다.  

 

나야 당연히 로렌처럼 할 테지만,

우리 집 삼부자도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로렌처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면 좋겠고, 

    내 블로그 독자들도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기 전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졌다. 

비가 내려 옷도 젖었지만, 빗물이 등산로로 다 모여서 쏟아져 

등산화 안에 물이 들어가 텐트에 돌아와 신발을 벗었더니

모두의 발에서 김이 났다. 

앤드류는 등산화를 구입하지 않고, 회사 안전화를 신고 갔다

발에 물집이 생겨 고생했다. 

 

남편이 내게 등산화를 구입하라고 했는데, 

1년에 한 번 산에 가서 하루나 이틀 걷는데,

(등산화를 신지 않으면 딱딱해진다고) 

등산화가 필요하나 싶어 구입하지 않았더니

산에 가서 발목 삐면 헬리콥터 불렀다간

등산화값 50배도 더 든다며 

꼼쟁이 남편이 아마존에서 등산화를 주문해 주었다.

이번에 등산화 덕분에

8시간 걸었는데도 발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지만. 

 그래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날 하루 22. 4마일 (35.6 키로) / 50,000 보를 8시간쯤 걸었는데,

 도중에 비까지 맞고, 위험한 계곡도 건너며 고생도 했고,

또 마지막 계곡을 건너지 못해 불안하기도 했지만,

 편안한 여행보단 고생했던 기억들이 더 오래가고, 

고생도 지나고 나니 벌써 좋은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끼리도 함께 고생한 것이

가족애를 더 단단하게 해 줄 것이고, 

(나만의 생각인지?ㅎㅎ)

휴대폰도 안 터지는 곳에서 오래 걸으니 

말없는 가족들이 말도 더 하게 되어서 난 더 좋았다. ^^

 

그리고 35.6 키로미터 8시간 50,000보를 걸어도 

괜찮았던 내 체력(59세)에 흐뭇했고,

혼자서 갈 때 올 때 10시간씩 운전을 하고,

무거운 배낭에 비까지 맞아 고생한 남편과 

아빠처럼 비를 많이 맞은 약한 데이비드가  

체온이 떨어져 걱정했는데,

두 사람 다 다음날 말짱했기에

아직 건강하고, 면역이 좋은 것 같아서 기뻤다. 

 

여행을 하는동안 예상치 못하는 일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아서 도움을 받기도하고, 

  스스로 또다른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하니 

여행을 통해 커먼센스와 대처능력을 키울수 있는것 같다. 

 

지도에 나오지 않으면 길이 없는줄 아는

융통성 없는 우리집 남자들이

 길을 잃었거나 모를땐 큰길로 가라는 내 말을 기억하기를. 

 

아무튼 이번 캠핑은 사서 고생하러 간 것 같지만 

그래도 좋았고, 오래토록 우리가족들의 기억에 남을것같다. 

다음에도 또 스모키 산으로!

 

2023.  7.  4. (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