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함께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왔는데,
하필이면 동료차가
내차 바로옆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날따라 엄청 추웠는데,
동료는 주차장으로 나오기 전에
리모콘으로 엔진을 켜
히트켜진 차가 주인을 기다리고있었다.
의자와 핸들도 히터기능이 있다고.
고물차로 인해 한번씩 기분이 별로인데
그날은 동료차랑 비교되어
동료앞에서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새차 살 형편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연식이 오래되고
주행거리가 높아서
중고차로 팔면 $1,000 도 못받는데,
차에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니
앞으로 1년은 더 타도 된다는
남편의 알뜰한 경제관념으로 인해
타고 다니는 고물차가
그날따라 내 영혼까지 가난하게 느껴졌다.
그차는 내차가 아니라
아들이 고3때 산 중고차로
군대갈때 두고간차로
주행거리 최대한 올려서
새차로 교환할 계획에
남편과 나 둘중 더 먼거리로 운전하는사람이
타기로 한 차인데,
아침, 저녁으로 아들 주차장까지 태워주고, 태워오느라
내가 늘상 더 많은 거리를 운전하니
내가 훨씬 자주 운전하고있다.
집으로 오면서
동료 앞에서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던것이
내 낮은 자존감탓인가? 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그 고물차가
내가 남편에게서 사랑(귀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물같아서 초라해졌던것 같다.
고물차와 내가 동급같아서.
차는 이동수단일뿐이고,
물질이 사랑의 기준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내 입장을 고려해주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했고,
급기야는 남편이 정말로 날 사랑한다면
내가 싫어하는 이 고물차를 고집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그래 집에와서 남편에게
동료차와 비교되었고,
퇴근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을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이런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우리차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기증하고
새차로 바꾸면
어려운 사람도 돕고, 나도 행복하고,
내가 행복하면 우리집도 더 행복할텐데,
무슨 고집인지...
다음날 내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넌 그차보다 더 좋은차 탈 자격이 되니
퇴근길에 자동차 딜러에 들러서
새차 하나 뽑아서 타고 가란다.
새차 사서 타고 가면
남편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고 치지 못하는 나는
남편에게 길들려진건지?
물질때문에 기죽지 말자,
돈이 없어서 고물차 타는것이 아니니까
이렇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만
한번씩 초라해지고,
그 화살이 남편에게로 가 남편에게 서운해지곤한다.
내 고물차 바로 왼쪽옆에 주차된 동료차
차주인인 동료 데킬라와 함께
그녀가 다니는 작은 교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부를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에 교회일이 많아져
교회일과 학교 파트타임일을 함께해 힘들었는데,
소방서에 다니는 남편이 소방서장 바로 아래로 진급해
남편 수입으로 충분하다며
지난 목요일자로 퇴직했다.
언젠가 교회 재정이 좋아지면
교회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게 될거라고.
우리집도 내가 꼭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남편 연봉이 높아서보다는 둘다 알뜰하니까)
지난해 테스팅센타로 옮기고
스트레스가 심했을때
남편도 내게 그만두라고 했지만,
내가 그만두면 패배자가 된것같기도 하고,
또 내가 학교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기도 하고해
다니면서 다른곳으로 옮길계획에
그만두지 않았다.
지난 크리스마스때
남편에게 내가 가장 원하는 선물
당신이 알테니
짜 - 짠하고 서프라이즈 선물 기대하겠다고 했더니
기대하지 말라고.
대답을 알면서 일부러 해본 말이지만
그래도 쬐끔 실망스러웠다.
결혼 25년차
난 남편에게 어떤 존재일까?
오늘 밤에 진지하게 물어보고,
내가 남편에게 서운한 진짜 이유도 말해줘야겠다.
어쩜 냉전이 길어질수도.
2020. 2. 19. (수)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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