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중고가구 싸게 샀다고 좋아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앤드류 엄마 2020. 2. 10. 03:52

최소한 간소화게 살려고

물건을 잘 사지 않는데,

주방도 작고, 수납장이 부족하니까

 정리정돈이 되지 않아  

캐비넷을 하나 사야 해결이 될것 같았다.

그런데 새가구를 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라지 세일을 일일이 찾아다니기도 귀찮고해

중고 가구 가게를 갔더니

마땅한것도 없었는데다

가격또한 만만치 않았다.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Habitat for Humanity 를 추천해주었다.


그곳은 성실한 저소득층을 선정해

 집을 지어주거나 집수리를 해 주는 단체로

지미 카트 전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유명해졌는데,

 난 그곳에서 중고가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줄 몰랐었다.


가서 보니 가구가게처럼 없는게 없었는데,

 엔틱가구같은것들도 많았고, 

 새것처럼 상태가 좋은것들도 많았는데,

 가격이 그라지 세일만큼이나 저렴했다.

 기증받은것들이라고.

그래 진작이 이런곳을 알지 못했던것이 아쉽기까지 했다.


 한달에 몇번씩 물건들이 입고하는데,

그날엔 아침일찍부터 미리 줄을 서서 

가게 문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런데 가격도 싸고, 재질도 좋았지만 

내가 찾고 있는것과 딱 맞는 것이 없었어

생각날때마다 몇번이나 방문을 했다.  


그러던 사이 6개월이나 지난 어느날,

이젠 도저히 더 이상 미룰수가 없을것 같았다.


6개월전에 봤던 그 캐비넷이 

그때까지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방엔 어울리지 않지만

다이닝룸 캐비넷 옆에 두면

 70%쯤 괜찮을것을 같았다.

그리고 원목으로 만들어 

재질은 중저가의 새것보다 훨씬 더 좋은데

100 달러니 그저나 마찮가지라 결정했더니

안팔려서 그런지 20% 할인까지 해 주었다.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재질에 비해 가격이 싸 

 횡재한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우연히 어떤분의 댓글을 읽고는

머리에 땅콩 한대맞은것처럼 따끔했다.


그분이 기증받아서 파는 Thrift Store (중고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있어 자원봉사자들과의

연말 모임에 대한 글에

어떤분이 댓글을 올렸는데,

본인도 가끔씩 그런 가게에서 쇼핑을 하곤하는데,

그분 남편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된 물건들인데

우리네같은 사람들이 골라 사가 버리면 

 우리가 그들에게 갈 기회를 앗아가 버리는 것이라고"


순간 캐비넷 싸서 사서 좋아서

자랑까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난 어떻게 이런 생각을 미처 못했는지?

그분처럼 나도 그것이 내 알뜰함이라 생각했는데. 



썩 어울리진 않지만,

가성비 만큼은 1000% 였던 캐비넷 (오른쪽)

* 잡다한 것을 넣을 수납공간이 필요했기에 장식장같은것은 피했다.

 


다음에  다운 사이징 할때  나도 불필요할 가구들을

내가 구입했던 곳으로 기증해야겠다.


저 캐비넷을 볼때마다 내 짧았던 생각과 부끄러움을 되새기게 될듯.

내게 깨우침을 준 분에게 감사드린다.


2020.  2.  9. (일)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