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학생 Ron (62세) 과 함께
새학기가 시작되고 얼마후
Ron 이 내 매장에 음료수를 사러왔다.
처음보는 얼굴이라
학생인지? 강사인지 물었더니
(백팩을 메고 있었기에)
지난해 은퇴하고,
이번 학기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내게 코리안이냐고 물었다.
미국사람들뿐만 아니라 같은 한국사람들도
내가 중국인인줄 아는데,
당신은 내가 한국사람인줄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급호감을 보이며
뉴욕에서 변호사하는 조카의 부인이
한국계인데 예쁘다고.
(조카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엄마를 닮은 어린 두딸들이 정말 귀엽다며 좋아했다.
조카 부인도 변호사인데, 아이낳고나서 아이를 키우고있다고).
내가 자기 조카부인처럼 예뻐서 알았단다. ㅎㅎ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왜 널 중국사람인줄 아느냐며 의아해 해,
한국사람들은 다들 외모에 신경을 써 세련되어 보이는데,
난 외모에 신경을 써지 않아 촌스러워서
그런줄 안다고 했더니
놀란표정을 지어며 너도 예쁘다면서
내 기분을 띄워주었다.
그날이후 수업이 있는 화, 목요일이면
내 매장 앞을 지나가기에
손님이 없어면 잠깐씩 이야기를 하곤한다.
(조카부인의 아버지가 대학 교수인데,
자기가 농담을 하면 정색을 한다고).
대학졸업후 영국계 석유회사인
B.P 에서 35년간 근무했다고.
(부인도 같은 회사에 다녔고 지난해 말 은퇴했다고).
그래 당신은 충분히 부자일텐데
(그 회사는 연봉도 많은데다
자녀도 없으니 -
부부가 40세에 결혼해 자녀를 갖지 않았다고)
왜 다시 공부를하고,
그것도 그 어려운 간호학 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간호학은 생소한 분야라 도전했고,
자기는 죽을때까지 공부하고, 배우고 싶다고.
학교다닐때 공부가 한번도 어려웠던적이 없었는데
나이들어서 공부하니 학교다닐때와 다르게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면서
시험이 있는 날이면
새벽까지 시험공부하느라 잠을 못잤다며
피곤한 기색이 보이곤했다.
은퇴한뒤 여행부터 다니고,
심심하거든 그때 학교에 오지
너무 빨리 학교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더니
"네말 들어니, 정말 그렇네"라고 대답했지만,
아마 직장생활할때 유전관련일을 하면서
집밖에서 늘 지내, 은퇴후 집에 있고 싶은듯.
부인은 겨울내 따뜻한 아리조나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주말과 봄방학때 아리조나에 다녀오곤했다.
나랑 정치성향이 똑같아서
정치이야기하면 죽이 잘 맞는다.
그는 넌 정말 스마트하다며
너도 공부를 하라고 하길래
뒤늦게 JJC 를 졸업했는데,
영어쓰기가 너무 어렵고,
지금은 나이도 많고,
또 대학 학비가 비싸서 못가겠다고 했더니
내 나이를 믿지 않더니
그래도 아직 늦지않았다며 편입하라고 바람을 넣곤한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하고, 공부도 해야하지만,
내가 Ron 이라면
골치 아픈 공부하지 않고,
여행도 다니고, 자원봉사도 하고,
독서나 강연을 들어면서 편하게 지낼것 같다.
그가 언제까지 공부를 계속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조카같은 학생들과 공부하는 그에게
공부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힘이 되게
내가 잠시 잠깐 말동무라도 되어주고,
그의 치어리더가 되어주고 싶다.
2018. 3. 29. (목)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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