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손꼽으며 기다렸던 그 좋은 추석이
한국사람들에게 점점 불청객이 되어가니 안타깝다.
여긴 추수감사절이 따로 있고,
또 추석이 공휴일도 아니고
우리집 남자들이 송편을 먹지않으니
특별히 기념할것도 없고해 그냥 넘어가곤했다.
그런데 올핸 마침 추석이 일요일이었는데
마침 쌀과 김치가 떨어져 한국슈퍼에 가야했기에
아이들과 한국 명절을 기념하고 싶었다.
앤드류와 데이빗이 갈비를 좋아하긴 하지만
갈비에 기름이 많아 한번씩 스테이크를 구워주는것으로 대신했는데,
한국 명절을 아이들에게 알리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것을 해 주는것이 효과적이기에
추석날 갈비와 생선전, 그리고 잡채와 송편을 해주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
손은 느리고, 할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토요일 볕이 좋아 밀린 빨래 세번돌려 밖에 말리고,
한국슈퍼갔다와 (서둘러도 갔다오면 4시간이다),
배추한박스 절이고, 갈비 손질해서 재우고
일요일날은 교회예배에 교육까지 듣고,
또 미국 장보러 가야했기에
결국 추석날은 갈비와 생선전만 하고
잡채는 오늘 만들었고,
송편은 이번 주말로 연기되었다.
머리와 내장만 손질된 생선 2마리 사서
직접 포를 뜨서 구웠더니 모양도 안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는데,
냉동이 아니라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남편은 귀찮게 하나하나 프라이팬 굽지 말고,
그냥 튀기라고 하길래 튀기면 반찬도 안되고,
한국명절이니 한국식으로 전을 하겠다고.
데이빗은 고기에 기름이 조금이라도 있어면 다 떼어내니
갈비도 기름손질하는데 한시간이상 걸렸다.
* 식구들 먹인다고 생선포에 생고기포까지...
그래 세남자들에게 생색을 내었더니 웃었다.
고추가루로 텃밭에서 딴 탱탱이 빨간고추 갈아서 했더니
보기는 좀 그래도 맛있었다.
근 9개월만에 새김치 먹는데 맛이 없어면 이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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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팔순되시는 고모님께 전화드려서 음식 조금만 하시라도 했더니
가짓수가 많아서 그렇지 량은 조금씩만 한다고 하시길래
가짓수 많은것이 더 일이 많으니 가짓수를 좀 줄이시죠 하니
울 고모님 줄일게 없으시단다.
그래 어른들은 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젊은 사람들 보기엔 줄일것 많다고 했더니 웃으셨다.
좀 더 편하게 사시고, 며느리에게 좀 맞춰주면 좋으실텐데...
그리고 추석 다음날 역시 팔순이 되시는
또다른 고모님께 (고모님이 쌍둥이시다) 전화드렸더니
힘이 드셨던지 목소리가 많이 피곤하셨다.
그래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올핸 며느리들이 일이생겨서 당신 혼자서 장보고, 음식준비하시고,
추석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 다 좋아간뒤에
뒷정리하고 청소했더니 많이 피곤하더라면서 .
추석과 설날같은 명절이 좀 없었으면 좋으시겠단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한자리 다 모이면 좋아하시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
그래 마음이 좀 짠했다.
제발 음식도 줄이고, 가족들이 서로 조금씩 도와
명절이 불청객이 아닌 기다려지는 즐거운 명절이 되길 희망해본다.
2015. 9. 28. (월)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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