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 가족들

아! 아버지!

앤드류 엄마 2010. 2. 6. 10:40

   이틀전 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 나중에 전화해봐야지 하는데, 전화가 왔다.

발신번호가 한국전화번호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리집으로 한국에서 전화오는 일이 거의 없기에)

아니나 다를까 여동생이 울먹이면서 아버지 검사결과가 암이라고했다.

 

그동안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말하지 않으셨기에, 다들 몇일전에서야 검사받은것 알게되었고,

그 증상이 위험한줄 몰랐기에 설마 했는데, 이제서야 알고보니 소변에 피가나오는것이 

대변에 피가 나온는것 만큼 위험하단다. 

버지 연세 이제 67세, 아직 양로당 가실 군번은 아니지만,  

한평생 고생하셨으니 이젠 고단한 짐 내려놓고,노후를 즐겨셔야 하기에,

제발 위중한 암이 아니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지난학기 "결혼과 가족" 과목의 학기말 과제로 가족의 역사에 대한 레포트를 적어야했다.

내가 알고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새로운것들을 보충하기위해 부모님과 전화인터뷰를

몇번이나하고, 레포트를 적어면서 아버지와 엄마의 인고의 세월을 되돌아 보게되었고,

언젠가는 글로 남기고 싶었는데 소식듣고 나니 혹시 병상에서 제글을 읽게되시면 

그동안 아버지 일생을 뒤돌아보시고 앞으로 남은시간들은 일을 줄이고 엄마와 노후를

편안히 보내게 되실까하는 바램에서 지금 이 글을 적어본다.

 

아버지는 4남 4녀중 쌍둥이 누이 뒤를 이어 장남으로 태어났다. 

기골이 장대한 할아버지와 달리 아버지 형제자매는 다들 약했는데,

아마 병약한 할머니를 닮았는데다 젖배를 곯아서 그럴거라고했다.

아기때 어린누이가 업고 키웠는데, 실수로 떨어뜨려 팔을 다쳤는데,

병원에 가지 않아 약간은 기형인 팔이 힘든 농사일로 무리를 해, 

수저를 못들정도로 아파서야 병원에 갔더니 팔굽치를 연결하는 연골이 다 닿았단다.

 

의사가 이런증세는 보통 테니스나 골프를 많이 친 사람들한테 생기는데,

어떻게 라켓과 골프체한번 들어본적없는 농부에게서 이런 증세가 생겼

났는지? 또 얼마나 아픈데, 어떻게 여지껏 버텼는지 엄청 의아해 하셨단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해도 일을 하면 다시 재발하기에 일을 줄여셔야

한다고 했는데, 아버진 내가 사드린 글로코사민드시고 아픈것이 없어졌다며

수술도 않고 일도 줄이지 않으셨다.

 

내 할아버지는 남들한텐 엄청 잘하면서, 가족들에겐 폭군이셨고, 이기적인 분이셨다.     

우리집은 논.밭이 많았는데, 장남이 공부를 많이 하면 부모 봉양하지 않고 

도시로 취직해 나갈까봐, 할아버진 삼촌들은 공부시키고 (대학까지

보내려고 했는데 시험에 떨어져 고등학교만 시켰다고)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보내고 삼강오륜을 알아야 사람노릇한다면서 이후는 서당에서 공부하게했다.

 

아버진 군에서 운전병을 했기에, 제대후 도시로 나갈수있었지만, 

할아버지가 계획하신대로 유교적인 가치관이 몸에 익었기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소 중계사일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농사일을 맡으셨다.  

그렇지만 할아버진 결혼해 가정을 둔 아들에게 어떠한 권리를 주지 않았고,

가계경제권도 할아버지가 독차지해, 아버지는 쇠경도없는 머슴살이나 마찮가지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남동생이 태어나자 동생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할아버지의 손자가 되었고,

남동생은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는 우리집에서 할아버지 다음 중요한 넘버 2 가 되었다.  

성장한 남동생이 책임감없이 일을 벌려 우리집 재산 손실을 많이 입혔는데,

난 할아버지의 과잉사랑탓이라 생각한다. 아버진 아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할 기회가 없었기에.

아버지가 말주변이 없으신데, 고모님 말씀에 의하면 자랄때 할아버지한테

하도 주눅이 들어서 그렇단다.

 

내가 스무한살때 할아버지 돌아가시자 아버진 비로서 가계를 책임진 가장이

되었는데, 그동안 할아버지가 빌려쓴 돈들이 얼마나 많았든지 몇년동안

그 빚 갚느나 가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돈이 없었다.

와중에 사업한다고 친정돈(농협돈)가져간 고모까지 부도를 맞아,

아버진 추수끝나 매상을해도 농협에서 바로 공제해 돈을 받지 못했다.  

 

내가 직장다닐때 주말에 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고기 살점하나 없는 하얀

비계(꼭 비누같은)만 드시고 계셔, 너무 놀래 엄마한테 왜 고기는 없고

비계뿐이냐고 했더니, 농사일이 너무 힘이 들기에 고기를드셔야 하는데

돈이 없어 비계를 샀더니 고기살이 하나도 없었다고.

그때 그모습 그 충격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것 같다.

그때 왜 난 집에 갈때 과일대신 고기를 사가지 않았는지?

난 직장생활하고 있었지만, 적금넣고나면 빠듯했기에 여유가 없었는데

(너무과하게 저축했던것 같다) 우리집이 그렇게 어려운줄 몰랐다. 

부모님은 우리들에게 집안의 세세한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았기에.

그 당시 이자가 얼마나 높았는데, 그냥 논,밭 좀팔아서 빚좀갚지,

땅팔면 큰일나는줄아는 아버진, 오랜세월에 걸쳐 그 많은 빚을 그렇게

억척같이 살면서 다 갚았다.

 

아버진 농사일이 육체노동인데다, 농산물값이 고생한것만큼 제값을 받지

못하니, 고생한 돈의 가치를 너무 잘알기에 돈을 못 쓴다. 

오후 늦게까지 볼일보시고도 점심값이 아까와 집에 와서 식사를 하신다.  

(내가 취직하고나서 우리가족에게 첫 외식을 시켜주었다).    

우리가 식당에 모시고 가도 아버진 밥한그릇 절대 추가로 안시키신다.

쌀값에 비해 공기밥값이 너무 비싸다고.

아버지 옷을 씻을때 주머니 확인할때면 꼭 콩몇씩을 발견하게된다. 

일하시다 땅에 떨어진 것이 아까와 주워 챙겼셨다.

 

농기계가 생겨 예전보다 일이 좀 수월해 졌지만, 여전히 연세에 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다, 몸이 예전과 다른데도, 농번기땐 토, 일요일도 없이

새벽 4시 반에 일하러 나가서 9시 반이나 되어야 집에 오신다.

옛날에 미국의 노예들도 아버지, 엄마보다 일을 적게 했다며,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니까 제발 그렇게 일좀하지 말라고 부탁해도,

농사일은 시기가 있기에 그 시기를 놓치면 일년농사가 날아가고,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면 비오기전까지 해야할 일을 해야하니 매일 일이 늦께 끝난다.

농사일에 달련이 되어 기력은 도시인들의 사오십대 못지 않지만,

해볕아래 노출이 많은데다 힘든일을 해서 훨씬 더 늙어보이신다.

그래 아버지에게 이젠 제발 일좀 줄이고, 여생을 좀 편안하게 보내라고

기회있을때마다 말씀드리는데, 빈땅을 그냥두고 보질 못하고, 일을 보고

모르체 할수가 없으니 아직은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을 하시니 엄마까지 함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해야

하고 고된 농사일로 아프지 않는곳이 없으니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버지께 제발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다.   

이젠 제발 본인 건강챙기시고, 그동안 엄마 고생시켰으니 엄마 호강 좀 시켜주시고

두분이서 좀 오손도손 사시라고.

 

 

추가 :

처음 아버지가 암판정을 받았을때, 쉬지 않고 계속 일만하시니 

하느님이 아버지한테 휴식주시려고 그러신다며 부모님께 말씀드렸듯이

암치료를 계기로 아버지가 일을 그만두고 앞으론 새로운 삶을 사시게되겠지

하는 생각에 (완치되리라 믿었기에 심각하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암소식이 그렇게 청천벽력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믿음대로 아버진

수술결과가 좋아 암이 완치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렸는데도 다 나아셨다며 다시 무리하게 일을 하셔서

재발되었기에 더 화가나고 속이 상한다.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사신분이니 바뀌지 않는다며, 원하시는대로 사시도록

그냥 두라고 하는데, 남이 아닌 내 아버지기에 그냥 바라만 보고있을수가

없다. 그 고된 농사일을 왜 그리도 하려하는지 난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그런 아버지가 내 아이들이 꼭 내말듣지 않고 엉뚱한 사고칠때만큼 속이 상한다.

   

 

 

2010.  2.  5.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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