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기말시험을 끝으로 학기가 끝났다.
한학기동안 대학예비단계인 영어읽기 021, 영어 쓰기 099 와 마켓팅 101,
이렇게 순 세 과목을 일주일에 두번, 학교에 다니면서도 늘시간에 쪼달렸다.
숙제분량도 많았고, 매주 시험이 있었는데, 기억력이 예전같지않으니 벼락치기
공부가 통하지 않기에, 매일 수시로 반복 복습해서 눈에 익히는방법밖에 없었다.
그래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것이 스트레스 해소방법인데,
이런것들을 자제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쌓여 2월말엔 엄청난 편두통을 앓기도 했다.
학교엔 나이많은 학생들이 제법 많은데, 내가 수업받았던 반은 거의 스무살도 안된
학생들이 대부분었고, 외국인은 남미계 한둘과 나뿐이었는데다, 또 담당 강사들보다
나이가 많은 학급에서 가장 늙은 학생이었기에, 항상 맨앞자리에 앉아 수업만받고왔다.
그리고 한주라도 한두과목 시험없는 날이 없었는데,(영어읽기는 매주 단원평가하기에)
시험볼때면 난 거의 맨 꼴찌에 마치게 되는데, 어떤날은 그것도 부족해 자리를 이동해
계속해야 할 경우도 있어, 세과목 모두 중요시험이 있었던날은 꼬빡 3시간 반이상을 시험만
쳤는데, 한시간이 그렇게 짧은지 미쳐 몰랐다.
영어읽기는 숙제 분량이 많아 학생들 원성이 자자했고, 매주 단원평가가 있었고,
또 중간평가가 있어 공부하는데 시간투자를 가장 많이해야했다.
마켓팅은 내가 평소에 관심이 많은 비지니스에관한 것인데다, 실제 기업의 성공사례를
곁들려 마켓팅 전반에 대한 내용이었어 재미있었다.
평소 신문의 경제면을 자주 읽고, 젊은 학생들보다 좀더 소비자 입장에서 많이알고,
해외 비지니스도 한국에서의 살았기에 다른학생들보다 아는것이 많았고, 또 예전에
직장생활을 했기에, 수업시간에 강사 질문에 미국학생들과 다른 답변을 할수있었다.
또한 기업이나 기업활동에 대해서도 강사와 토의할수 있어 좋았고, 읽어야 할 교재분량이
많아지만, 교재가 재미 있었고, 시험도 일주일전에 두루뭉실하지만 예상문제들
(70% 수준에서 채택) 을 고지해주었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또 수업시작하기전에 영어를 잘못한다고 미리 고백했더니, 주간식 문제는 문법이 맞지
않더라도 봐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에세이였다. 4학년인 데이빗도 아는 a, an, the 를 빠뜨리기 일수요,
사전찾다찾다 지쳐 대충 적었다간 형용사와 부사를 잘못적용했고, 단어가 딸리니 단어
선택도 문제였다. 이 놈의 에세이는 같은 표현이라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안되고, 설명하듯 적기보단 고급단어로 대체해야 하는데, 시골학교 여상출신이라
(정규 영어과목대신 일주일에 한번있는 상업영어를 했슴) 단어는 30년 중학교때 외웠던
것과 그후 조금씩 추가된 일상적인 영어라 어휘력이 짧은 나로선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처음엔 조금 긴문장 적을때 단어배치까지 틀려, 다른종이에 새로 적는편이
나았는데, 이제 그런것은 극복한것 같고, 원본이 조금씩 깨끗해지니 이정도면 잘한것
아니냐며 남편한테 말했더니 기가찮지 멀뚱히 쳐다만 보았다.
2주에 한편씩 제출해야 하는 에세이때문에 주말은 에세이와 씨름해야했다.
에세이 한장쓰기위해 몇일간씩 초고, 수정, 재 수정을 거듭하다, 마지막에 친구들에게 수정을 부탁했다.
친구 Eva 와 Kathy 그리고 Jenny 도움에다 강사인 마이크가 예전에 GED 수업할때
만나, 약간의 배려를 해주어서(시험이 아닌 에세이만) 내영어 본실력과 상관없이
대단한 성적으로 그나마 무사히 학기를 마치긴 마쳤지만, 산넘어 산이라고 다음학기가 더 문제다.
영어 101 은 본격적인 대학과정이며, 에세이쓰기가 주 수업이라고.
내 진짜영어 수준을 아는 마이크는 내 에세이 구성과 아이디어는 뛰어난데 문법이 문제니
문법만 보완하면된다며, 미리 강사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라고 조언해주었는데,
강사뿐만 아니라 영어학과장을 찾아가서 제발 외국인들을 좀 배려해 달라고 부탁해봐야
겠다. 장하준 박사를 예로 들며 the 를 정확하게 몰라도,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교수하고 있다고.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번 무료 개인교습을 받는데, 내 담당 브라이언이 영어 101 강사인데,
자기수업받는 학생중 외국인이 5명 있는데, 딱 한명만 겨우 C받아고, 나머진 다 낙제될
거라고 했다. 그래 외국인은 좀 배려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럼 미국학생들이
입장에선 불공정하기에 안된다고 했다. 문법 조금틀린것을 가지고.
수강신청하기전에, 영어 101 수강한 학생들에게 가장 마음이 좋은 강사를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그 강사와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 남자강사가 덜 까다로울것 같아
한명뿐인 남자강사에 수강신청을했는데, 제발 외국인에 대한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기를
기원 해본다.
이놈의 영어때문에 1년동안 대학과정은 컴퓨터와 마켓팅 두과목밖에 못했다.
수강해야할될 과목들이 너무 많아 이러다 언제 졸업하겠나싶어 다음학기때 네과목을
신청하려고했더니, 남편이 절대안된다고 했다.
그 세과목도 벅차 스트레스엄청 받았으면서, 다음학기땐 특히 영어 101 도 해야하기에,
그것만 해도 벅차다며 극구말려, 다들 쉽다는 말하기와 경제를 포함해 세과목을 또 신청했다.
난 직장다니는것도 아니면서 세과목을 가지고 끙끙거리는데, 남편은 이번학기에
회사다니면서 풀타임 학생보다 더 많은 19 학점을 이수했다.
그러면서 시험결과는 항상 거의 만점이라, 괜히 날 주눅들게한다.
시작할때 낙제당하지 않는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시험점수 낮으면 남편이나
아이들한테도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기에 공부를 대충할수가 없다.
늦게 시작한 공부고, 본인이 원해서 하는 공부기에, 열심히 할수밖에 없지만,
사람이 때에 맞춰 살아야 하는것임을 또 다시 깨닫았다.
아들들에게도 말했지만, 행복한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때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어릴땐 신나게놀고, 공부할땐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도 공부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교류를 포함 대학문화가 있는데, 그런 생활을 즐기며 공부해야 하는데, 엄마나 아빠처럼
늦게 대학가게되면 시간도 없고,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나이차이가 많아 친구가 될수
없고, 자녀들과 함께 많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공부도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져 예전보다
더 많이 오래 해야하며, 30년전에 외웠던 단어는 기억나는데 한달전에 외웠던 단어들은
시험만 치고나면 잊어버리게된다며, 평생 배우며 살아야하지만, 어떤 공부는 때가 있으니
공부할때 집중력을 가지고 열심히 좀 하고, 밖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아라고.
예전에 대학생인 고종이 대학은 단 하루를 다녀도 다닐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적이 있는데,
학교에 다니니 영어뿐만아니라 사고의 폭이 좀더 넓어진것같고, 다양해진것 같다.
또한 수업을 함께 들어며 접하는 미국 20대들의 이해하기 힘든 생활태도와 의식들이
다음에 내 아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것같다.
난 스스로 엄청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어떤면에서는
심하게 한국적이며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내아들들과 세대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아이들이 성장에 맞춰 나도 미국식 사고와 의식의 변화에 더 신경을 써야할것같다.
일년사이 뿌쩍 흰머리가 늘어 반백이 되었고, 컴퓨터수업과 에세이때문에 시력이 엄청
나빠졌지만, 신체다른부분과 정신은 몇년 더 젊어진것 같고, 신문읽을때 아는단어가
많아졌고, 영어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졌고, 수업시간에 강사와 학생간의 너무나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 졌다.
남편이 여름학기에 인터넷 코스로 경제를 신청하면서, 나보고도 함께 신청하자고 권했는데,
꼼쟁이 남편의 속마음을 알기에, 교재비라도 덜어주어야 될것같아, 함께 신청했다.
처음으로 함께 같은 과목을 공부하니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6월초면 아이들이 방학하니 그전까지 친구들도 만나고, 칼럼도쓰고, 비디오로 보고싶은
영화도 보며 일상의 자유를 맘껏 누려 보아야겠다.
학교다니고부터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더 절실히 깨닫게되었다.
인생에서 가장소중한것은 기본적으로 가족, 친구, 건강등이겠지만,
그외 정말 소중한것은 의미있는삶이고, 시간인것 같다.
남편과 나의 뒤늦은 공부가 우리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수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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