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에서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미국인들의 감정표현

앤드류 엄마 2012. 5. 4. 08:01

 

 

지난 금요일저녁 우리교회 소그룹모임에서 인도자가 기도주문을 받았을때

(참석자들중 본인이나 가족또는 친구가 기도가 필요할경우 설명을 덧붙여

부탁을 하면 그자리에서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개인적으로도 계속 기도를 해준다),

크리스틴이 다음달부터 재판이 속개될 예정이고, 지난해까지 전국뉴스가 되었던

어떤 사건에 증인으로 출두하게되어 메스컴과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등장하게 될것 같다며,

자신을 지켜달라고 기도를 부탁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복받혀 내내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평소 항상 생글생글 거리는 편이고, 고등학교때 뮤지컬 주인공까지 해

노래와 연기를 잘해 교회무대에서 교인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재주많은 49살 줌마인데

과거의 작은 인연이 엄청난 일에 관련된 사람들과 얽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게되었으니

참 힘들것 같다.

 

그런데 기도로 모임마무리를 하고, 몇사람씩 어울려 담소를 나누었는데,

불과 몇분전에 펑펑울었던 크리스틴이 다시 예전의 그녀로 돌아와 생글거리며

이야기를 즐겨 좀 어리둥절해졌다.  어떻게 감정변화가 그렇게 빠를수가 있는지?

 

지난 화요일 데이빗 학교 Music Boosters (밴드부와 합창부 학부모모임)

2011 - 2012년 학기 마지막 모임이 있었다.

그날 자녀들이 졸업해 떠나는 임원들과 함께 자금모금 파스타디너를 주관했던 케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는데 케리는 받자마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감격해서 눈시울을 붉히다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이 이런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케리에 이어 기념패를 받은 신디와 Dr.Zelko 도 티브에 나오는 수상자들처럼 

감격스러운듯 한손을 가슴에 얹고 고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모임생긴지 7년만에 처음으로 내가 건의해서 감사패를 증정했는데, 세사람을 보면서

내가 받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난 그녀들처럼 감격스러워하지 못하기에).

 

 

비서 (서기) Dr.Zelko, 회장 신디, 그리고 케리 (좌로부터)

왜 저렇게 크고 무거운 감사패를했나 했더니, 감사패를 집앞 가든에 장식해둔다고.   

 

난 화날때와 난처할때 곧바로 얼굴표정이 바뀔뿐 감정표현이 무딘편이고,

사람들 앞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도 좀체 눈물을 흘리지 않기에   

한국 방문후 미국으로 돌아올때 엄마가 울면 참 난처하고 당혹스럽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전에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아버지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는데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전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셨는지 보았기에

장례식땐 그렇게 애통스럽지 않았고 곡하는것도 이상해 곡을 하지 앟았기에

시골 동네 사람들이 뒷말을 했을것 같다.

 

미국도 한국처럼 장례식때 유족들이 애통스러워 통곡을 한다면 조문하는것이 

많이 난감할텐데, 미국은 유족을 위로할때 잠시 슬퍼하고 이내 웃어면서 고인과

함께 했던 즐거웠던 추억을 이야기하니, 이럴땐 미국에 살아서 다행이다싶다.

 

어릴때 여자 웃슴소리가 담장을 넘어면 안된다, 소리내어 울지마라

이렇게 교육받은것이 몸에 베인것 같다.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것 또한 장애이니 고치고 싶어

천성이 되어버린 무딘 감정과 장애수준인 표현을 고쳐 보려고

미국사람들처럼 말할때 감정을 넣어서 말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은 학교에서 글을 읽을때 그냥 읽지 말고 감정을 넣어서 읽게 시키는데

감정을 표현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는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몸만 늙는것이 아니라 마음도 늙는지 감정도 무디어지는데,

꺼꾸로 감정을 살리려니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의 발뒤굼치만큼이라도 닮고싶다.

그래야 나중에 며느리와 손주한테 별것 아닌것이라도 선물받게되면

좀 오버해서 감격해주면 주는 사람들도 더 기쁠테니까.

 (김치국부터 마셨다간 실망할수도 있겠지만).

 

2012.  5.  3. (목)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