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들과 함께
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걸어서 다녔던
그 길을 함께 걸어가 보고 싶었다.
라테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 꼰대라고 하지만
난 자식이 부모가 살아온 지난날들을 안다면 아는 만큼
부모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때그때 아들에게 내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주곤 한다.
마침 2년 전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내 친정인 시골집에 갔을때
아들과 내 모교까지 걸어갈 기회가 와
아들에게 제의했더니 순순히 응해
아들과 함께 내 모교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걸어가면서 아들에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매일같이 편도 3,4킬로씩 걸어서
학교에 다니던 어린아이들을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그때 버스 없었냐고 물었다.
그때 버스는 있었는 것 같은데,
돈이 없었지.
그때 티끌 모아 태산이었던 시절이었고,
농산물 가격이 턱없이 싸서
집에 늘 돈이 없었다.
초등학교 1 학년이면 정말 어린데,
읍내 그 먼 학교까지 어떻게 걸어 다녔는지?
일기예보가 없었으니
수업 마치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걸어서 집에 와야 했다.
나보다 7살 적은 내 여동생은 중. 고등학교 때
비 오면 택시 타고 다녔다고.
초등학교 1, 2학년때까지 난 공부를 정말 못했던 것 같다.
막내 고모랑 함께 살았는데,
고모는 왜 내게 글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난 초등학교 입학할 때 내 이름만 겨우 쓸 줄 알았다.
아버진 내게 옆집 호야는 10까지 셀 수도 있고 쓰기도 하는데
왜 넌 못하느냐고.
난 그때 왜 아버지에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대꾸할 생각을 못했는지.
초등학교 1학년때 전교생들에게 주었던
무료 급식빵을 담임선생님이
본인 도시락 갖다 준 본인 아들에게 하나 주고,
공부 잘한 아이에게 하나 더 주어서
빵이 모자라
나는 공부를 못해서인지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무료 급식빵 받았을 땐
집에서 동생들과 나눠먹어려고 신났던 기억도.
이 이야기를 아들에게 했더니 그 선생님 나쁘다고.
아들이 엄마와 함께 걸어서 엄마가 다녔던 학교들을 가 보았고,
걸어서 학교에 가면서 내 학창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니
잘 듣고 있었다.
이 시간 덕분에 아들에게 내 자란 이야기를 하면
엄마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모교 명덕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이 있었다.
앤드류가 한국에서 살았을 때
창원 양곡초등학교에 2년 다녔기에
한국의 학교가 낯설진 않았을 것 같다.
어릴 땐 학교가 엄청 컸고,
운동장 한 바퀴 엄청 넓었던 것 같은데, 아담 했다.
운동장에서 청. 백 나눠 운동회 했던 기억과
학교 마치고 아이들과 오징어 육지를 하며
놀던 생각이 났다.
그때로부터 벌써 48년이나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 함께 놀았던 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나가다 길에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는지?
어릴 때 같은 동네에서 자랐던 기선이가
바쁜 내 스케줄을 배려해서
대구에서 날 위해 창녕에 와 주었다.
기선이네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로 이사를 갔다.
창녕으로 와준 친구 덕분에 아들과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었어 좋았다.
창녕 읍내도 많이 변했다.
지방 자치제 이후 야외 조경과 공원이 많이 좋아졌다.
창녕여자 중학교
내가 학교 다닐때는 중.고등학교 건물이 나란이 있었고,
고등학교는 6층 건물이었는데
새로 지어면서 건물이 더 낮고 면적도 더 적었고,
두 건물이 운동장을 중앙에 두고 양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아들에게 중학교때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는데,
첫 단어 시험을 망쳤고, 영어를 못했던 이유와 함께
1시간씩 걸어다니면서
영어 단어를 외웠고,
비가오나 눈이 오나 아파도 결석하지 않고,
그 먼길 걸어서 학교에 가면서도
학교가는것이 집보다 더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우리집은 밭이 많아서 겨울만 제외하고 바빴기에
나도 방과후와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땡볕에서 논.밭일을 해야 했다.
그러니 먼길 걸어서 학교에 갔지만
학교에 가는것이 더 좋았고,
수업시간에 논.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 생각에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학교에 지각할까 봐 늘 급하게 서둘렀고,
여름에 해 뜨면 더우지기에
반에서 가장 먼저 도착하곤 했다.
창녕 여자 고등학교
화왕산 산아래에 위치해 국민학교 (초등학교)보다
집에서 더 멀었다. (집에서 4-5키로쯤 되는듯)
학교로 오는 길도 도로를 확장해 옛 모습이 없었다.
튀김운동과 고구마튀김을 팔았던 가게들이 없어져 약간 허전했다.
고등학교땐 친구들이 하교길에
튀김우동과 고구마튀김 가게에 갔을때
난 용돈을 받은적이 없었기에 늘 빠졌다.
그래 취직하면 와서 실컷 사 먹어야지 했는데
가게가 버스 정류장에서 멀기도 하고,
취직하니 튀김에 대한 마음도 변해서 찾지않았다.
그때 학생들 대부분이 용돈을 받지 않았기에
우리 반의 어떤 친구는 부모님께
피타고라스 책 사야 한다며 삥땅을 치기도 했다.ㅎㅎ
(부모님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으셔서
피타고라스가 뭔지 모르셨기에)
아들에게 학창시절 즐거웠던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어야 하는데,
내 할아버진 여자는 똑똑하면
집안 분란만 일으킨다고 믿는 분이라
난 집에서 숙제보다 농사일이 먼저였고,
수업시간에 피곤해서 졸곤했지만,
공부 열심히 했더니
좋은 회사에 취직을 잘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아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를
또 하게 되었다.
그래 학교다닐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작은 일탈 하나 하지 않았던것이
아쉽기까지 했다.
개천인지, 계곡인지 예쁘게 잘 단장되어 있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학교까지 걸어갔더라면 힘들어했을 텐데
194센티나 되니 성큼성큼 걸어서 아무렇지 않았는 듯.
아들이 이날 내게 들었던 이야기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엄마와 함께 걸어서 엄마 학교를 방문했던 기억이
오래오래 좋은 시간으로 남았으면.
그리고 엄마를 좀 더 이해할수 있게 되었기를 소망해 본다.
함께 해준 친구 기선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25. 5. 1. (목)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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