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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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수박을 보면 생각나는 그해 여름의 웃픈 기억한자락

앤드류 엄마 2021. 8. 12. 10:05

다른 과일에 비해 저렴한 수박값 

 

한국의 수박값을 보고는 깜짝 놀랬다.

정말 수박이 아니라 금박이네. 

여긴 위 사진에서 보듯 수박값이 저렴한데다

남편이 수박을 좋아하해

  5월이후 일기예보를 참조해 더우면

  장보러갈때 마다 꼭 수박을 사오는데  

데이빗도 과일을 좋아해 아무리 맛이없어도 잘먹기에

큰수박은 일주일에 1통,

작은수박은 2주에 3통은 먹는듯.

우리가 한국 살았슴 수박값이 부담스러워

남편이 지금처럼 자주 먹지 못할듯.

 

그런데 가격은 저렴한데 여기 매장에 있는 수박은 

다 멕시코산이라 밭에서 물류센타로 매장으로 오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다 익기전에 빨리 따서 

한국처럼 싱싱하지도 않고,

 껍질이 엄청 두껍고, 잘 익은게 없는게 험이다. 

 

우리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수박과 멜론 

 

남편이 자기가 수박을 좋아해서인지 

매년 텃밭에 수박을 심는데 익기도 전에 갈라지곤해 

내가 그 땅에 나와 데이빗이 좋아하고,

잘되는 참외나 더 많이 심어라고 하는데도 

남편이 올해도 텃밭에 수박을 심었다.

무슨 고집인지?  

 

그동안 실패했던게 땅이 기름져서 

수박이 땅에 닿은게 문제일것 같다며 

올핸 오이처럼 지지대를 세우고 

또 가라짐을 방지하기위해

아기 수박일때 

 스타킹속에 넣어서 키웠다. 

 

그런데도 남편의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수박이 많이 크지도 않았고,

다 익지도 않았는데,

스타킹안에서 두쪽으로 갈라져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

 

두번째 수박은 반으로 갈라지기전에 

첫번째 수박보다 더 컸을때 

 남편이 땄는데,

반으로 자르고보니

아뿔사 50%쯤밖에 익지 않았다. 

그런데다 또 수박씨는 얼마나 많은지.

다 익지도 않았는데다 수박씨까지 많으니

남편과 데이빗은 씨없고 잘 익은 부분만 쬐끔 먹고 포기했고, 

난 덜 달아도 싱싱한 맛으로 먹었다.

 

그리고 수박이 싱싱하니까 말로만 듣던

수박껍질을 김치로 담아보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여름무우보다 더 아삭하니 맛있었다. 

이제 여름엔 깍두기 대신

건강에 좋은 수박껍질 김치로 먹어야 겠다. 

 

그리고 위의 수박 사진은 세번째 수박인데

 스타킹이 별 효험이 없자 스타킹을 벗겼는데, 

남편이 저 수박만큼은 잘 익어을때 따고 싶은데

기다렸다 혹시 또 갈라져 버릴까 불안한지

수박을 언제 따야할지 도통 모르겠단다.

 

그래 결혼 26년만에 남편에게

속을 알수 없었던 수박으로 인해 

40년도 더 전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수박농사했다 망쳤던

웃픈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중학교때였나 

아버지가 처음으로 수박 농사를 지어셨다.

수박을 처음 심어서 그런지 땅이 좋아서 그런지

수박이 엄청 크고 잘 되었다. 

수박을 심은 밭이 동네에서 제법 떨어져있었기에 

수확철이 다가오자 아버지가 원두막을 지어 

밤에 수박밭을 지키며 그곳에서 주무셨는데,

어느날 밤 대여섯명의 타 동네 청년들이

서리를 하러왔고, 

아버지가 누구냐고 소리를 치니 

청년들은 자기들이 숫자가 많으니 도망가지않고,

원두막으로 우리아버지를 공격하러 오자  

수박밭 주인인 아버지가 집으로 피해오셨다.

 

다음날 밭에 가보니 피해도 컸을뿐 아니라  

(수박을 따 가더라도 넝쿨을 밟으면 안되는데, 

넝쿨들이 많이 상했다),

그 청년들이 아버지를 만만하게 볼테니 

수박밭을 지킬수도 없었기에 

 화가나신 할아버지가 

다음날 큰 수박들을 모조리 다 땄다.

그때 우린 수박이 크면

당연히 다 익었을거라 생각했다.

 

 리어카에 수박을 실고 엄마와 내가 

4키로쯤 떨어진 읍내로 수박을 팔러갔다. 

그땐 수박을 사기전에 

  수박 윗부분을 칼로 삼각형으로 잘라 익었는지 

속을 확인한후에 구입했는데,

세상에나 리어카 가득한 그 큰 수박들이

하나도 익은게 없었다. 

 엄마와 난 수박을 하나도 팔지 못하고 집으로왔고,

집에 있었던 수박들도 익지 않았기에 

이웃들에게 줄수도 없었기에 

집에서 익기를 기다렸는데, 

너무 빨리 따서 익어면서 시들었고,

그 많은 수박들은 결국 우리집 소들이 다 먹었던것 같다. 

그리고 수박밭은 갈아읖었다.  

 

나쁜 청년들 몇몇으로 인해

 그해 수박농사를 80%이상 잘 지어 놓고는

익기만하면 되는데, 

돈은 고사하고, 우리식구들도 잘 익은 수박을

구경도 못했는듯.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그땐 사람들에게 수박이 익었는지 

보여주기위해 칼로 삼각형을 자를때마다 

익지 않아 이 수박, 저 수박 삼각형으로 잘라봤지만

익은게 없었어 그런 낭패가 없었다. 

그 멀리 읍내까지 리어카에 수박을 가득 실고 갔다

수박을 하나도 못 팔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허탈했던지.

 

그때 리어커 끌고 수박 팔러가면 

읍내사는 내 친구들을 만나면 챙피하니 

못간다고 때쓰지도 않았고, 

내 친구들 만났어도 

 챙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는게

지금 생각하니 신기하다.

지금도 리아커 끌고 수박 팔러가도 

부끄럽거나 하진 않을듯.  

아무튼 수박을 보면 한번씩 

 황당했던 그때가 떠 오르곤 한다.

 

수박 농사를 하면서

수박이 익었는지? 아직 익지 않았는지?

   감별하는 법도 모르고, 

 수박이 크면 익은줄 알았으니. 

그 해 이후 우린 수박 농사를 다시는 짓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은 농촌에 아이들도, 청년들도 없으니 

서리같은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텃밭의 수박이 잘 익어서

남편이 약간의 성취감을 느낄수 있게 되기를.

 

2021.  8.  12. (목)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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