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귀한 초벌 부추가 내게 애물덩어리가 될뻔 했다.
지난 4월중순까지 눈도 오고,
일기가 뒤죽박죽이라 텃밭을 방치하다,
갑짜기 날씨가 좋아진 어느날
텃밭에 갔더니
부추가 언제 나왔는지
벌써 끝부분이 말라가고 있었다.
텃밭이 집뒤뜰에 있으니
필요할때마다 조금씩 베어다 먹어면 되는데,
부추가 웃자라 그날 몽땅 베었다.
베고 보니, 양도 많았고, 전잎도 많고,
슈퍼에 파는것처럼 깨끗하지가 않아
다듬어려면 시간이 꽤 소요될것 같았다.
그래 그날은 시간이 없었어 남편과 내가 먹을만큼만
다듬어서 부추 겉절이를 하고,
나머진 신문지에 쌓서 냉장고 야채칸에 보관해두었는데,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시간이 나지 않아
미루다 보니 일주일째라
미루다 아까운것 버리게 될것 같아
다른일들을 뒤로하고 부추를 다듬었다.
손이 느려 다듬고, 부추김치까지 담는데
7시간이나 소요되어,
정리하고나니 새벽 1시였다.
그래도 아까운 초벌 부추를 버리지 않고,
부추김치 담아 김치통에 한통 채우고나니
든든하고, 흐뭇했다.
위 사진보단 실제로는 양이 정말 많았다.
다듬는 과정에서 1/3 을 버린후가 아래사진.
이 모두가 초벌 부추다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부추김치,
아뿔사 그 냄새가 지독한줄 몰랐네.
(난, 냄새치)
부추김치 먹은 다음날 눈을 뜨니
내 옆에 자고 있어야 할 남편이 없었다.
화장실에 갔나 했는데, 그곳에도 없었어 보니
앤드류 방에서 자고 있었다.
남편은 잠자리가 예민하기에
앤드류방에서 잠을 잘 못잤을거라
미안해서 남편에게
내가 코를 골았나?
나를 깨워서 앤드류 방에 가라고 하지
당신이 왜 앤드류방에 갔냐고 했더니
남편이 자러 오니까
벌써 부추+마늘 냄새가 방전체 진동을 했다고.
전전날 밤 부추김치 담느라 잠을 늦게 잤는데다
피곤해서 전날 남편보다 일찍 잤다.
앤드류 방에서 잘걸.
냄새치라 부추냄새 + 마늘냄새가 그렇게 심한줄 몰랐네.
그 다음날 앤드류 방에서 자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자기가 마늘을 먹었으니 괜찮다고.
(마늘을 먹으면 상대방의 마늘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미국 사람들이 모두 건강에 좋은 마늘을 먹으면
내가 마늘 냄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 내가 근무하고있는 학교가 여름방학이라
근무도 하지 않으니 교회가는 일요일과 전날을
제외하곤 부추김치 맘껏 먹을수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부추김치 담고,
일주일뒤에 갔더니 (초벌베고 2주뒤)
텃밭에 또 저렇게 자라 있었다.
아직도 해야 될 일들이 많지만,
남편이 부추 전을 좋아하니
시간내서 부추전도 만들어 주고,
다음주에 앤드류가 오니
앤드류가 좋아하는 부추 겉절이와 부추전과
부추넣고 만두도 만들어 줘야겠다.
.
텃밭뿐만 아니라 꽃밭에도 부추를 심었는데,
부추 량도 많고, 흙이 그래서 인지 맛도 별로라
지난해부턴 부추를 자르지도 않고 그대로 두고있다.
도라지인지, 더덕인지도 저곳에 함께 심었더니 난장판이 되었다.
부추도 도라지나 더덕처럼 오래될수록 좋은건지?
더덕인지, 도라지인지만 두고,
텃밭 부추일부와 저곳의 부추와 민트도 모두 파서,
부추 뿌리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고,
부추 밭을 줄여야 겠다.
근처 한국사람이 있어면 부추도 좀 줄텐데.
부추와의 전쟁이 아니라
건강에도 좋고, 베어 먹어도 계속 새로 자라주니
부추를 사랑하고 고마와해야 하는데,
많으니까 귀한줄도 고마운줄도 모르니...
한국 음식은 건강엔 좋은데
손이 많이 가서 탈이네.
2018. 5. 20.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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