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에 친구가
퇴근하는 길이라면서 오랫만에 안부전화를 했다.
(다들 바쁘니 운전할때 블루투스 - 핸즈프리를 이용해 전화를 하곤한다),
그리곤 이내 너희 남편이 퇴근했을텐데, 통화해도 되냐고 하더니
말끝을 흐리며 너 저녁준비 해야 하는데 하길래,
남편이 퇴근해 집에 왔지만
옆에 있지 있으니 통화해도되고,
또 남편은 본인 저녁을 알아서 먹기에
난 저녁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친구가 바로, "너 결혼 잘 했다"란다.
내가 무슨 결혼을 잘했다고 하냐니까
넌 남편 밥안해줘도 되는것이 얼마나 편한줄 아냐며
밥하는것도 힘든데,
뭐 먹을것 없냐면서 먹을것을 찾아,
그것 챙겨주는것도 피곤하다고.
그런것은 본인이 좀 찾아서 먹지.
우리 아들이 나한테 배고프다고 했다간
남편이 바로 아들에게
"너도 손 있잖아"하면서 나무란다.
물론 남편도 나한테 뭐달라는 말을 한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난 음식하는것 싫어하지 않고,
또 챙겨주는것도 좋아하기에
우리 가족이 한 식탁에 앉아
같은 음식을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평소 말도없고, 약간 이기적이고, 짠돌이라
날 한번씩 날 실망시키고, 우울하게 만드는 남편이
본인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고,
날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좋은 남편이 되었고
난 졸지에 결혼 잘한 사람이 되었네.
미국에선 집안일을 부부가 함께하니
부인이 바쁘면 남편들이 본인 식사뿐만 아니라
가족식사까지 준비하고,
우리 이웃인 릭은 부인 트레시가 음식하는것을 싫어해
결혼한지 30년이 넘었는데,
결혼후 여지껏 릭이 식사준비를 하고, 트레시는 설겆이를 한다고.
그러면서 내주변 남편들은
결혼전처럼 부인에게 잘 맞춰주며 데이트를 즐기고,
평소엔 친구처럼 잘 지내기에 그들과 남편을 비교했다간
내 행복지수가 바로 떨어진다.
그러기에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부족한 점이 많기에)
남편의 단점보단 장점을 보면서 위안을 삼곤한다.
요즘 한국에선 졸혼이란 신조어가 생겼고,
이제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 에서도
졸혼 커플에 대해 다룬다고.
어제 인터넷 기사로 이 드라마에 출현하는
김갑수씨가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여성들이 졸혼을 원한다고 하는데,
남자들이 어떻게 살길래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기사에
올라온 인기 댓글 (아래)
이 댓글에 해당하는 남편들은 주로 60대 이후 분들이겠지.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함께 있어면 편한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주변을 불편하게 하거나
짐이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같는 사람은
자기 집에서도 환영을 못하니
본인이 할수 있는 있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훈련을 해야할듯.
가끔씩 날 실망시키긴 하지만,
집에 있어도 하나도 걸치적 거리지 않고,
밖에서 안들어와도 전화해주니 근심이 안되고
여행가면 운전해주고,
청소 안되 있어도 잔소리 하지 않고,
평생을 함께 살아도 내 인생이 짠하지 않을테고,
식사 스스로 챙겨먹고,
필요한것 본인이 알아서 하는 남편에게
감사하며 살아야할까보다.^^
2017. 8. 31. (목)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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