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발렌타인데이엔 늘 유방암 단체에서 판매하는
꽃다발이라도 사 주었는데, 그 꽃다발이 정말 너무도 볼품이 없었어
받을때마다 제발 그냥 돈만 기증하고, 꽃은 다른데서 사오라고 했더니
이번 발렌타인데이땐 꽃다발이던 선물이던 내가 알아서 사란다.
꽃파는 가게가 퇴근길에 있는것도 아니고,
난 주말에 장보러 가야하니까, 꽃은 그때 구입하면 되고,
선물도 필요한것도 받고 싶은것도 없는데다
이상한것 사오면 하나도 반갑지 않기에 별로 서운하지 않았다.
그래 꽃은 내가 살테니 대신 오늘 하루 시간을 선물로 달라고 했다.
* 점심은 냉동 군만두, 저녁은 피자 배달로 해결.
발렌타인 전날인 금요일 학교에서 동료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발렌타인날
특별한 계획있냐고 물었더니, 그날이 토요일이라 학생들은 대부분 주말이라 일을했고,
동료들은 그날 외식하려면 예약해야하고, 가격도 비싸기에 집에 있을거라고 했다.
남.녀교수들도 발렌타인데이는 홀마트(미국의 유명 카드회사) 할러데이라면서
대부분 특별한 계획없이 집에 있을거라고 했고
(홀마트 할러데이 - 카드회사가 카드팔려고 만든 날이라는 의미)
발렌타인보다는 3일 연휴 (월요일이 대통령의 날이라 학교는 쉰다) 라 신난다고.
우리집이랑 비슷한 동지들이 많음을 확인하고 나니 위안이되었다.
나도 발렌타이데이가 상술로 만들어진 날인줄은 알지만, 이날을 빙자해
금요일날 잘지내는 사람들에게 고급 초코렛 하나씩(한알)을 주었더니 다들 좋아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페스타쥬와 카드를, 또 데이빗에겐 고급 초코렛을 카드와 함게 주었고,
앤드류에게는 홈메이드 초코렛쿠키와 고급초코렛을 카드와 함께 보냈다.
앤드류녀석은 소포보내고 문자넣어 주었는데 휴대폰 화면이 망가져 못읽었다며
하루지나 일요일에서야 받았다고 전화를 했다.
녀석도 생각지도 않았던 소포를 받아 좋아했다.
발렌타인날 밤부터 3일동안 날 행복하게 해주었던 "응답하라 1997"
그래도 발렌타인 날이니 남편이랑 밤에 로멘틱한 영화한편보려고 했는데
아마존에서 영화찾다 이프로가 있길래 너무 반가와서
(그동안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었기에)
첫회 한편만 딱 보고 영화볼 생각이었는데, 그만 꽃혀서는 새벽 4시에 겨우 자러갔다.
다음날인 일요일 하필이면 교회 카페 자원봉사가 있었어 일찍 교회가야했다.
한국 드라마는 보았다간 중독되기에 일부러 멀리하는 편이고,
또 시간나면 글쓰고, 읽느라 티브나 영화 볼 시간도 없다.
아무튼 정말 오랫만에 본 한국 드라마였는데
소문대로 넘 재미있었다.
그래 토요일 밤부터 시작해 월요일인 오늘까지
3일동안 이 프로에 빠져서 지냈다.
배경이 부산이라 다들 갱상도 사투리로 말해
더 반갑고 친근하기도 했는데
목소리가 유달리 크고, 늘 싸우듯 말하는것을 보니
나를 보는듯해서 쬐금 챙피스럽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보기엔 늘 싸우시는것 같았는데
엄마는 아버지와 싸우지 않으셨단다.
드라마지만 삶의 교훈이 될만한 어록들도 많았고,
오랫만에 낄낄 많이 웃었다.
사투리로 연기하는데도 연기가 서툴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그리고 연기까지 잘하는 젊은 배우들, 참 대단하다.
어쨌거나 출연진들 부산 사투리로 연기하느라 욕억수로 봤겠다.
그나저나 서울 사람들은 저 드라마 보면서 알아듣긴 했는지?
예전에 영화 "친구" 볼때도 부산 사투리라 못알아 들었다고 했는데.
가장 반가운 벨렌타인 데이 선물
남편에게 난 당신이 나한테 선물주는것보단 지금처럼 데이빗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거나,
같이 공부하고, 놀아줄때 더 좋고 행복하다고 말하곤
올해 발렌타인 데이 가장 반가운 선물이라고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했더니 웃었다.
대학원 공부중인 남편이 인터넷으로 통계학 수업을 들어며 데이빗에게 설명해주고
둘이 문제를 각각 따로 풀어서 정답을 확인했다.
난 속으로 데이빗이 아빠보다 정답을 더 많이 맞추길 바랬는데 데이빗이 몇개를 틀렸다.
그래도 녀석이 기특했고, 남편이 데이빗에게 미리 통계원리도 가르쳐주고 함께 공부해서 기분좋았다.
3일 동안 몇시간씩 둘이서 함께 공부를 해, 3일동안 내가 잔소리를 한번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좋았다.
부자가 나란히 지하실에서 영화와 티브도 장시간 보기도했다.
아무튼 발렌타인 데이때 선물을 받지 못했지만,
남편은 아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난 그동안 좀 많이 밀려있었던 블친들의 블로그 방문을 마쳤고,
몇일씩 고민했던 블로그 글 하나 완성시켰고,
또 무뚜뚝하고 투박하지만 우직하고 순수한 부산 고딩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응답하라 1997" 덕분에 많이많이 즐거웠기에
흐뭇했고, 행복했던 하루였다.
2015. 2. 16. (월) 경란
추신 : 주말에 추워서 미루고 미루어서 오늘 쇼핑갔더니 장미가 시들어 있었다.
장미 꽃 대신 내가 꽃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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