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아들이 세탁해준 옷들을 옷장에 정리하지 않고
이옷저옷을 입고는 입었던 옷들도 화장실에 있는 세탁물통에도 넣지않고
벗어서 방바닥에 그대로 두니 빨래한옷과 할옷이 함께 썪여 난장판이다.
그리곤 방청소하라고 하면 입지도 않은 옷까지 몽땅 세탁물로 처리해
녀석에게 잔소리를 하다 그만두고
몇년전부터 아들의 옷은 본인이 세탁하게 했다.
(미국은 고등학생쯤 되면 많은 아이들이 본인들의 옷을 직접세탁한다).
그래도 녀석이 바쁠땐 가끔씩 내가 세탁을 해주기도 했는데,
지난 몇주간은 그리 바쁘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뭘 믿고 내가 해준다고 생각했는지 빨래를 하지않고 계속 미루었다.
난 세탁할때 어쩌다 세탁통에 있는 녀석의 옷은 그대로 두고
우리옷만 세탁했다. (입을 옷이 없으면 세탁할테니).
녀석은 옷이 많지만 (구입한것이 아니라 얻은옷들이고 옷없는 내기준에서 많은편임)
녀석이 좋아하는 옷만 입기에 곧 입을만한 옷이 동이 날것을 알고 있었고,
녀석의 미루는 버릇을 고쳐야 하기에
방바닥에 널부러진 옷들로 발디딜틈없는 아들의 방을 보면
열이 올랐지만 꾹 참고, 어쩌다 한번씩 녀석에게 네 방 사진찍어서
다음에 네 아이들한테 보여주어야겠다며 방청소 좀 해라고만 했다.
지난주 목요일에 녀석의 방을 지나가다 보니
입을 옷이 없는지 입었던 옷들을 뒤적이고 있길래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음날 드디어 더이상 입을 옷이 없든지, 학교에서 늦게 와서는
삔 발이 다 낮지 않아 절뚝거리며 1,2층 오르락 내리락하더니
빨래가 수북히쌓인 세탁통을 2개나 가지고 내려와 세탁을 하기 시작했다.
빨래가 워낙 많았기에 어쩌나 싶어 확인차 세탁실에 가서는
세탁기를 확인했더니 세탁기에 옷을 잔뜩 집어 넣었기에
아들에게 다시 세탁할때 주의사항을 가르쳐 주고 ,
중간에 추가 헹굼과 드라이어에 넣는것을 도와주었더니 고맙단다.
아들이 천하태평인데 난 성질이 급하니 탈이 생긴다.
느긋한 아들에겐 이번처럼 아들보다 내가 더 느긋해지는것이 방법일수도.
녀석에게 목소리 높이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고
그날까지 기다린 이 인내심으로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삼가하게 되길 희망해본다
웅녀의 후손으로서 앞으로 계속 인내심을 키워,아들과의 전투를 피하고,
내말이 녀석에게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본인이 터득하며 배울수 있도록
내 잔머리를 발전시켜야 겠다.
. 2013. 2. 27. (목) 경란
'일상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믿어달라는 아들과 알면서 속아준 엄마 (0) | 2013.03.20 |
|---|---|
| 주말이라도 늦잠 잘수없는 나 (1) | 2013.03.12 |
| 눈내린 다음날 아침 (0) | 2013.02.25 |
| 꿩먹고 알먹은 손님초대 (0) | 2013.02.07 |
| 평생 한번으로 족한 미식 축구 관람기 (0) | 2013.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