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저녁에 있었던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정신적인 고통과 관련된
영상 말씀을 듣고
각자의 상처와 치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보통사람들로서
무탈하게 사는 것 같았기에
별 마음고생 없이
잘 사는줄 알았다.
그런데도 그사람들에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아픔들이 있었다.
40대로 초등교사이며
싱글인 R은 친구들이 다들
연애하고 결혼하고,
엄마가 되었을 때
본인은 비혼주의도 아닌데
연애 경험 한번 없는 게
자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속상해서
엄마 앞에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나도 결혼이 늦었기에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엄마로부터 위로라도 받았지,
난 엄마가 한술 더 뜨서 날 떨이상품처럼 취급하며
스트레스를 주었기에 더 힘들었다.
R 은 착하고, 외모도 괜찮은데,
고교나 대학 때
데이트 상대가 없었는지?
R은 또한 자긴 하이킹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데,
혼자라 함께 갈 사람도 없고,
자식도 없으니
한 번씩 우울해질 때면
티브 보면서 군것질을 하게 된다고.
그래 예전보다 체중이 더 불었는데,
그것도 좀 스트레스일 듯.
난 결혼했는데도 함께 갈 사람이 없으니
다음에 그녀에게 말해봐야겠다.
자기에게 입양을 권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싱글맘으로 아이 키우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또 아이한테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입양 대신
자기 반 아이들과 조카들을
사랑한다고.
그녀는 교회 고등부
여학생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
S 도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
자신의 아기를 가질 수 없는 현실이
울적하게 하곤 했는데,
어느 날 기도 중에
주님께서 넌 이미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하셨단다.
그래 생각해 보니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프리스쿨의 어린 아이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었다고.
이후로 그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들로 생각하며
사랑을 주는데,
어머니 날엔 졸업한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선물을 받곤 한다고.
J는 딴 여성이랑 있던 남자 친구를
쇼핑장 주차장에서 마주쳤다고.
그 사람과 10년간 교제하고 있었으며
결혼할 본인의 남자임을 확신했었다고.
착해빠진 그녀의 충격이 눈에 선했다.
그의 흔적을 지우며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몇 년간 상담을 받다 그만두었다고.
자기가 키우다시피 한
21살 질녀가 한 번씩 자기에게
이모 괜찮냐고 묻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냥 괜찮다고 했다고.
마음은 괜찮지 않은데.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도
진심을 말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를 위한 단편적인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던 자신을 보고선
그만두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완전히 회복되었기를.
그리고 현재 남자 친구는
진실한 사람이었으면.
그리고 또 다른 J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두명의 자녀가 있었고,
두 사람 다 가정을 깨길 원치 않았기에
부부 카운슬링을 받았으며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지금은 부부사이가 좋아보였다.
그녀는 엄마가 조울증이 있었어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살펴야 했는데,
친척들은 자기에게 잘하고 있다며
칭찬해 주었지만,
자긴 너무 힘들었다고.
그때 자기가 필요했던 것은 그런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었다고.
엄마로 인해 힘들었던 어린시절의
그녀를 생각하니 참으로 애처로웠다.
난 K 장녀 역할을 과하게 잘했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로 인해 화병이
날뻔했던 것에 대해 말했다.
그 일 이후 오랫동안 한국도 가지 않았고,
엄마에게 연락도 잘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힘들때 주님을 찾았고,
주님으로부터 위로도 받고,
기도의 힘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디었다는데,
난 주님이 아니라
내 엄마의 그릇이 그 정도이고,
그런 엄마를 만난 내 복이다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미국인이었음 상담을 받았을 듯.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내 최애 트레일.
그날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참석했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합류를 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함께 성경모임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첫날 모임에 자기 소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는데
난 일이 있어 참석지 못했다.
이렇게 서로의 고민들과
아픔과 치유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니
더 가까워지는 것 같고,
더 끈끈해지는 것 같았다.
여자들끼리 연대도 하고,
신앙과 믿음도 함께 성장했으면.
내가 남편과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진 않지만,
내가 결혼이 더 늦어졌더라면
그때 난 더 오랫동안
내 자존감에 상처를 받으며
살았겠지.
내가 20대 중반에 남편을 만났더라면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을터라
이 또한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
관계에서 기본은
서로에 대한 신뢰인데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네.
별 볼 일 없는 우리 부부가
서로에 대한 신뢰만큼은 확실하니
남편에게 감사했다.
2025. 10. 17. 금요일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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