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 가족들

남편은 반 농사꾼

앤드류 엄마 2010. 7. 21. 14:34

부모님이 시골에서 꽤 많은 농사를 지어시는기에 농번기땐 주말에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했다.

우리집은 밭이 많아 겨울부터 3월까지만 좀 한가했고 나머진 바빴기에, 친구들이 놀러갈때 난 놀러도 못갔고, 

주말엔 좀 쉬고 싶은데, 회사일보다 더 힘든 농사일을 도와주어야해 창녕가는 주말은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그래 난 부모님이 농사짓는 사람과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시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면 친정일을 도와주지 못하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농사일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농사와 전혀 상관없을것 같은 미국인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이사갈때마다 첫째 조건이 텃밭이 있는지,

아님 텃밭을 만들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여부부터 확인했다.

시부모님은 농부셨지만 다행히 은퇴을 하시고 (한국은 노인분들도 병석에 눕지않은한 농사를 그만두지 않기에 

참 신기했다) 소일삼아 작은 텃밭만 가꾸고 계셨다 (농사를 계속 지어셨더라도 9시간 떨어져 있으니

도와드릴수도 없고, 미국은 농사가 다 기계화되었기에 한국처럼 힘들지도 않겠지만).

 

처음엔 꽃밭도 아니고 텃밭만든다며 잔듸갈아없고 농사꾼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불만스러웠다.  

혼자만 하는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했는데다, 작은 텃밭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예전의 잔듸들이

살아나고, 잡초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제법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차츰 흙일이 그때만큼 싫지가 않았고 (아마 규모가 작아서 그런것 같다),

예전에 부모님 도와드릴때 하기싫어서 눈여겨 보지 않고, 배우지 않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던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농부의 딸이라면서 농사일에 대해 아는것이 없었기에 남편에게 쬐금 챙피했기도

했다. 내가 씨를 뿌리면 흙을 너무 많이 덮어서 30% 정도만 싹이 올라오니 아까운 씨앗만 낭비시켰다.

 

미국도 요즘 먹거리는 신토불이가 좋다며 그 지방에서 나는 먹거리를 먹어라고 권하는데,

슈퍼 야채코너에 있는 대부분은 멕시코나 캘리포니아에서 오는것이라 운송만 몇일을 걸리고 또 물류센터갔다

최종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오랜시간이 소요되기에 야채의 신선도도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다.

그중에서도 우리가족들이 좋아하는 오이와 토마토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너무 맛이 없다. 

그래 겨울철엔 싸고 신선하고 맛있는 한국의 오이와 토마토 생각이 많이 난다 (특히 우리동네에서 나는 

짭짤이 토마토는 정말 맛있다).

 

투덜되며 시작했던 텃밭일이었는데, 봄에 입안에 바로 녹는듯한 부드러운 상추를 먹어니,

그때서야 남편이 농사를 지을줄알고, 텃밭을 만들어 주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남편에게 감사했다.

이어서 나온 풋고추가 내 입맛을 살려 주고, 신선한 오이는 가족들의 간식도되고, 반찬걱정을 들게 해 주었다.

남편도 우리동네 토마토 맛있는것을 인정하기에 토마토 씨앗을 한국에서 특별히 공수했는데, 

토질과 일조량이 다르니 그 토마토 맛보단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가게에서 파는 토마토보단 훨씬 맛있고,

텃밭에서 키운 미국 토마토보다 맛있다.

그리고 우리밭에서 직접 따먹는 아삭아삭한 참외와 캔달롭(멜론)은 정말 일품이다. 

한국슈퍼에 한국에서 수입한 참외가 있지만, 한달에 한번 쇼핑을 가니 구입하기 쉽지않기에.

늦가을에 삭힌 고추는 겨울내내 소중한 양식이 되어준다.

 

남편은 2월말부터 고추와 토마토 씨앗을 심어 오븐에서(오븐은 켜지않고 전등만 켬) 싹을 튀워고,

특별히 햇볕잘드는 창문옆에 전등장치를 설치해 그 불빛아래서 몇주일동안 싹을 키워 바깥 온도가 올라갈때쯤 

낮엔 밖에 키우고, 밤엔 집안으로 들려놓고, 몇달동안 지극정성이다.

그리고 오이와 참외, 호박등 대부분을 묘종을 하지 않고 직접 묘종을 키워서 사용한다.

그래 지금 우리텃밭엔 부추, 토마토, 고추, 오이, 한국 호박, 미국호박, 참외, 멜론, 포도, 파가 자라고 있고,

봄엔 상추와 아스파라가스가 나온다. 

아쉽게도 참외씨앗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씨앗중 2개만 성공했는데 그중하나는 토끼님이 벌써 먹어치워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텃밭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잡초도 뽑아야하고, 지난 3주동안은 텃밭에 있는 산딸기와 포도잎에 붙은

곤충인 딱정벌레비슷하게 생긴 해충 일본비틀즈를 매 2시간 간격으로 순찰하면서 항아리에 식기세척제를 푼

물에 익사시켜야 했다.

결국 이틀전에 남편은 산딸기를 몽땅 갈아엎었다.  별로 단맛도 없는데다 산딸기를 일본 비틀즈가 특히

좋아해 다른 작물에 해를 끼치기에.

 

지난주 너무 더워 잡초를 뽑지 않았더니 텃밭에 잡초가 무성해, 어제 남편이 퇴근후 잡초를 뽑았지만

끝마치지 못했기에, 오늘 날씨가 비가올듯 하늘엔 구름이 잔뜩끼었고 바람이 적당히 불었는데, 운동갈까

하다 남편에게 쬐금 미안해 오전내 텃밭의 잡초를 모두뽑고, 꽃밭에 말라죽은 꽃들도 치우고, 잡초를 뽑았다.

남편은 아침에 출근하기전에 텃밭이 밤동안 약탈자들로부터 무사했는지 확인하고, 퇴근하면 또 집안에 들어 

오지 않고 텃밭 확인부터 하는데, 내가 한 수고를 바로 확인하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당연한것을.

 

나도 이제 흙일이 싫지 않은것이 반 농사꾼 부인이 아니라 점점 반 농사꾼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가족과 함께 텃밭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흙의 소중함도 가르쳐주고, 또 토기는 원래 풀을 먹고 사니

그냥 풀만 먹어면 되는데, 맛있는것 탐하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서(우리텃밭 근처에서 발견되면 바로

앤드류의 타킷이 된다), 사람도 맛있는 것만 먹으면 건강을 해치게되고, 남의 재물을 탐하면 생명과같은

명예를 잃게 된다고 알려주기도한다.

 

텃밭은 우리가족 건강만 도와주는것이 아니라 가족간의 대화의 장이 되어주고, 삶을 살찌워주는 주기에

앤드류, 데이빗도 다음에 아빠를 닮아 텃밭을 가꾸게 되길 희망해본다.  

 

 

4시 반이면 퇴근하기에 집안일 할 시간이 많다.

 

 

 

사슴을 막기위해 2 미터나 되게 펜스높이를 오려야했고, 토끼때문에 아래는 다시 철조망으로 이중으로

막았는데, 지난봄에 두더지가 땅을 파고 침입해 상치를 모두 드셨다.  

 

이사오자 마자 뒷뜰에 사과와 복숭나무 각각 두그루와

앤드류가 꽃감과 홍시를 좋아해 감나무를 특별 주문해 심었는데,

사슴이 나무 밑둥을 손상시켜 사과와 복숭나무 한그루씩 죽어 올해 다시심었다.

올해 처음으로 살아남은 사과와 복숭나무에서 기대 이상의 수확을 하게될것 같고,

3년후에 열린다던 감은 5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사슴이 아래밑퉁의 잎을 먹어면서 나무를 훼손해 다시 철조망을 쳤다.

사슴과 토끼는 훼방꾼이기에 하나도 반갑지가 않다. 

 

 

작은 텃밭이라도 농기구는 다 있다.  밭가는 트렉터.

 

 

농부인 아버지보다 남편이 밭농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듯하다.

 

 

 

2010.  7.  21 (화) 김경란  

 

추신 :  집에 빈터 있으신분들 작은 텃밭을 시작해 보세요.  아님 화분에 고추 두포기와 토마토 두개만 심어도

          여름내 풋고추와 맛잇는 토마토를 먹을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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