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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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막내 남동생이 보낸 편지

앤드류 엄마 2017. 3. 7. 15:01



한국에 사는 막내 동생에게 고추씨와 토마토씨를 부탁했더니

책 두권과 함께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동생이 보낸 편지를 읽으니

20년전 동생이 군복무중일때 

 편지를 주고받았던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땐 꽤 자주 편지를 주고 받았었는데...


동생은 나의 세 동생들중 

 나와 가장 오래 함께 살았고, 

가치관도 비슷하고, 막내라 그런지

 쬐끔 더 애틋한것 같다.   


동생은 시골에서 중학교 졸업하고,

 창원에서 고등학교 다니느라  

동생이 군대가기전까지 나와함께 살았다.

(나머지 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후 내게로 왔다)

* 부모님은 방값이나 생활비도 주지않고 동생들을 보냈는데, 

사전에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때 시골출신 맏딸들에겐 그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제대하고는 여름방학때 미국 우리집으로 놀러왔고,

그 이듬해엔 우리집 인근에있는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와

10개월인가 우리집에서 지냈다.


동생이랑 함께 살았을땐

막내동생이 나보다 9살이나 어렸고,

난 나대로 바빠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동생이 군대가서 편지 주고 받으면서

함께 살았을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누이 관계가 좀 더 애틋해졌다.  


그런데 20대 초반 패기넘쳤던 그 공군장병은

40대 중년 아저씨가 되었고,

근 20년만에 받은 동생의 편지엔  

앞을 보고 열심히 살았던

한국 40대 중년 남자의 회한이 담겨있었어 맘이 짠했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가정에서도 좋은 남편, 아빠,

그리고 아들 노릇 잘 하려고

본인 말처럼 매시간, 매일 허투로 보낸시간 없이

열심히 살았는데,


현실은 꿈꾸었던 이상과는 달리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이들에겐 바쁘고 고지식한 아버지가 된것같고, 

부부가 건강에 적신호가 왔으니...

동생이 얼마나 공허할지?

 

내가 한국에 살았슴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고, 위로도 해 줄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또 급할때 아이들도 봐주고,

한번씩 가족들과 우리집으로 놀러도 올수 있었을텐데.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일종의 경고를 주신것이니   

앞으로는 건강챙기고, 일과 가정 균형을 잘 유지해

20년 뒤에 다시 뒤돌아봤을때

 스스로 자랑스러운 흐뭇한 삶이 되었슴.

 

 올케 건강이 좋아져

내년엔 동생네 가족들이 우리집으로 놀러도 오고,

미국여행도 하게되길 희망해본다.  




나도 동생에게 답장을 해야 겠다.


2017.  3.  7. (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