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만난 사람들

나를 부끄럽게 만든 그녀

앤드류 엄마 2013. 5. 3. 03:11

 

나를 부끄럽게 만든 주인공 Gerry

 

매달 첫째, 세째 수요일은 우리교회에서 하는 Food Pantry 날 이라 특별한 일 없음 자원봉사를 간다.  

* Food Pantry 는 저소득층을 위해 카운티에서 기증받은 식품과 지역의 수퍼에서 기증받은 식품들

(유효기간 전.후의 식품들) 우리교회 예산으로 식품을 구입해 나눠주는 것으로

미국은 식품가계들이 멀어 일주일치 식품을 미리구입하거나 세일할때 많이 사서 보관하는

가정들이 많은데, 식품을 보관하는 벽장을 pantry 라 불러 Food Pantry 라 부르는것 같다.

 

아무튼 구입하고 수거한 식품들을 하루 전날과 당일날 박스에 담아서

오신분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바나나박스에 담은 식품뿐만 아니라 

별도로 유제품과 케익과 도너츠등의 디저트에 7파운드 이상씩되는 냉동고기 2팩이 지급되기에

(유제품과 디저트는 일종의 보너스이기에 늦게 오면 없을수도 있고,

먼저온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기에 1시에 지급하는데 2시간전부터 줄이 이어진다).

받아가는 물품들이 많아 도움이 필요한데 자원봉사자들이 차까지 운반해주고 실어준다.

(교회 1층 복도에서 현관 계단아래까지만 상자를 운반하고 나머진 물품 운반 카트기를 이용한다).

 

난 지난해 교회행사시 물병박스를 들다 잘못해 허리를 다치고 

몇일동안 움직이지도 못했기에 겁이나 무거운 박스 운반 대신 

유제품 관리나 노약자들의 도우미를 하곤했다.

그런데 어제 몇명이 참석치 않아 박스 운반인원이 부족했는데다

 무거운 감자(10파운드) 까지 추가로 지급되었다.

 

배달 인원이 부족했지만 어젠 29도까지 올라갔는데

(월요일부터 3일간 갑짜기 여름날씨였는데 오늘부터 주말까진 다시 기온이 내려간다고),

난 실내에서 도우미 할 계획이었기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았고, 모자도 챙겨가지 않았기에

더더욱 햇볕쨍쨍한 주차장까지 나가고싶지 않았다.

 

그래 보조로 노약자들의 냉동고기와 감자를 카트까지 운반해주었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제리가 땀을 뻘뻘흘리며 쉴새없이 박스를 운반하는것을 보니 

 마음이 영 불편했다.(내가 예전에 허리를 다쳐 무거운것 못든다는것을 그녀가 알고있었지만)

 

미국사람들이 동양인들 나이를 잘 모르듯

우리도 미국사람들의 나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미국사람들은 결혼은 스무살에 하기도 하고, 햇볕을 좋아해 피부 노화가 빠른 사람들도

있기에 난 그녀가 50대 중반쯤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에나 나중에 내가 실례를 무릅쓰고 나이를 물었더니 68살이란다.

68살이면 나보다 19살이나 더 많고, 한국 나이로 69살, 할머니인데

자기보다 어린사람들을 위해 그 무거운 박스를 그렇게 열심히 나르고 있었으니...

제리에게 너가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했더니 넌 허리를 조심해야 하니 괜찮단다.

 

그래도 그렇지, 그녀의 나이를 알게된 이후 난 더이상 보조만 하고 있을수가 없었어

썬크림도 모자도 없이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박스운반에 동참했다.

그러나 무거운것 못든다는 핑게로 냉동고기를 본인들에게 들게 했고,

제리박스에도 못 넣게 했다.  

 

푸드 팬추리에 오는 사람들중엔 정말 무료식품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교회에서 서류확인없이 양심에 맞기기에 신청만하면 되니 악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박스 운반하는 자원봉사자들중 실직자 몇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60대 후반인

 은퇴자들인데 인력이 모자라기에 그래도 생각이 좀 있는 사람들은 바로 수령해 가는데,

대부분이 아무생각없이 자기 부모나이의 분들에게 무거운 상자를 맡기고   

본인들은 디저트와 유제품들만 들고 가볍게 그냥간다.

나도 내보다 10살 20살이나 젊은 멕시칸여자들의 박스를 운반해줄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특히 치장까지 잘한 여자들의 경우는 얇밉기까지 하다).    

 

노약자가 아닌이상 차까지 배달해 주었으면 차안에 실는것은 본인들이 실어야하는데,

 차 문만 열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씁쓸하기도 하지만

정말 고마와 하는 노약자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푸드팬츄리에 온 많은 젊은 남.녀들이 제리의 나이를 알면 어떤 생각을 할런지?

개중엔 우리가 자원봉사가 아니라 일당받는줄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것같다. 

 

아무튼 제리는 지난해까지 일을 했는데 남편이 일 그만 두라고 해서 은퇴했다고.

그녀가 저렇게 긍적적으로 사니 젊어보이고 건강한것 같다.

 

나도 제리처럼 움직일수 있을때까지 도울수 있슴 도우며 살아야겠다.

 

2013.  5.  2. (목)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