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예순님 과 노 은숙님과 함께 (중앙과 우측)
호레기 뽁음과 빈데떡과 무우말랭이와 와인이 별로 어울리진 않지만 와인을 곁들이니 그래도 좋았다.
남편이 보름 조금 넘는 일정으로 일주일째 출장중이다.
한국에 살았다면 이런날 주말밤이면 우리집에서 친구들과 밤샘수다를 떨었을텐데
이곳에선 그동안 근처에 사는 가까운 한국친구도 없었지만,
몇년전까진 남편출장과 축구 시즌이 겹쳐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의 축구 경기가있었고,
지난해 까진 내가 학교다니느라 시간적으로 여유도 없었다.
이제 아이들이 더이상 축구를 하지않는데다 나도 학교를 졸업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1시간 이내에 사시면서 마음과 대화가 통하는 예순님도 만나
남편이 출장중이니 휴가삼아 우리집에 오시라고 그분을 초대했다.
결혼29년동안 한국을 방문하는것 외엔 한번도 혼자 외박한 경험이 없었던 분이라
여자들끼리의 함께하는 밤시간의 즐거움을 모르니
집이 먼것도 아닌데 외박은 그렇다고 주저하셨다.
그래 낮에 이야기하는것은 밤에하는것이 다르다며,
밤엔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수있고, 모닥불도 피우고,
자고 가게되면 부담없이 밤늦도록까지 이야기할수 있어 좋다며
함께 올 친구있슴 같이 오라며 재차 유혹을 했더니 승낙하셨다.
함께오신 노은숙님도 예순님과 비슷한 연배셨는데 결혼후 처음하는 외박이라고.
그분은 성격이 나같지 않으니 처음만난 사람집에서 외박할분이 아닌데,
어디로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예순님이 엄청 편한 사람이라 괜찮다고 해 예순님을 믿고 오셨다고.
(내 이웃친구 쥬디는 어떻게 처음만난 사람을 자고가게하느냐며 한국사람은 특별하단다)
그래도 초면이라 노집사님은 약간 불편하신것 같았는데,
내가 불편하면 상대도 불편하기에 그냥 편하게 대했더니
노 집사님도이내 편안해 하시는듯 했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일찍 오게되어 처음만나는 분에게 엉망인 우리집 속살을 고스란히 보여드렸고,
음식준비도 늦어져 손님들이 만들어 죄송했는데, 다 보여드려서인지 차라리 더 편했다.
빈데떡은 예순님이 거의 다 만들었고,호레기뽁음도 선생님께 요리배우듯
예순님의 설명을 들어면서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고,
덕분에 그 두가지를 맛있게 만드는것을 배웠다.
또 오랫만에 와인도 마시고,
예순님이 꿀과 인삼갈은것으로 만든 팩을 준비해와 얼굴 마사지도하고
셋이서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도 나누니 예순님뿐만 아니라 초면인 노집사님까지
오래전부터 친했던 사람같고, 또 여행온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니 두분은 언제 일어났는지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떡꾹으로 아침을 먹고, 두분과 한창 예쁜 트레일로 산책가려고했는데,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산책 갈 시간을 놓쳐 아쉬웠다.
한국에 사나, 미국에 사나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어면 외롭긴 마찮가지겠지만,
재미교포들의 경우는 나처럼 친정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살거나
운전가능한 거리에 사는 마음편한 친한 친구가 없어면
여행말고 그냥 어디 가고 싶을때 갈곳이 없다.
그럴땐 참 많이 쓸쓸하고 허전했는데,
성격이 지랄맞았고 바람까지 피운 전남편과 헤어진 린다가 내 휴식처가 되어주고있다.
언제든지 날 환영해주고 재워주는 린다가 참으로 고맙다.
계획으론 모닥불도 피우고 밤새도록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여지껏 날씨가 좋더니 하필이면 그날 비가 찔끔찔끔내려 모닥불도 못피우고,
이번주내내 바빴고 일이 많아 피곤했는데다 수면이 모자라
자정쯔음엔 예순님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꾸뻑거리기 시작하다
도저히 눈거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항복해야했다.
하필이면 이번주에 바빠서는 ... 얼마나 아쉽든지...
인생에 있어 첫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고 개인의 역사인데,
두분은 남편이 출장갔을때 미국에서 최초로 우리집에 오셔서 함께 밤을 함께 보낸 분들이고,
그분들은 우리집에서 결혼후 근 30년만에 최초로 외박을 했으니
금요일밤은 우리셋에게 있어 역사적인 날이고 밤이었는데
두분에게도 좋은 시간이었길 희망하며 다음에 또 이런 시간을 갖게 되길 희망해본다.
2012. 3. 24. (토)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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