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어디가나 환영받을 반가운 손님 : 서늘한 바람이 불어 모기가 없어 뒷뜰에서 저녁 식사를 할수있어 좋았다.
이번 여름에 가족들이 미국으로 여행오게 되었다며, 우집도 방문하고 싶은데 3박 4일쯤
잡으면 되냐고 물었을때, 무슨 소리냐며 시카고도 볼거리가 많으니 최소한 일주일은 있어야지 했더니
언니가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있게되니 미안해서 하길래 괜찮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전화끊고 생각해보니 아저씨도 함께 오시니 식사준비를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우린 아침으로 남편은 매일같이 닭스프 넣는 밥에 조미김이고, 아이들은 시리얼이나 토스프또는
팬케익으로 먹고, 점심은 국수또는 샌드위치를 먹고, 어쩌다 저녁 한끼 밥을 먹는데,
밥을 먹을때도 별다른 밑반찬없이 생선또는 고기에 김치, 된장에 오이무침을 먹기에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식사가 가장 신경쓰인다. (당근, 오이, 토마토는 거의 매일 간식으로 먹는다)
언니네가 한국에서 곧장 우리집으로 오게되면 한국음식을 해 주지 않아도 되지만,
아저씨가 요세미티에서 등산하시는 동안 남은 가족들은 서부여행하다 4주 뒤쯤에
우리집으로 오니 한국음식이 그리울테고, 특히나 아저씨는 산행하시면서 엄청 고생하셨을테니
아침에 밥을 해 드려야 할것같아 아침도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미리 걱정하고, 너무 잘해주려고하면 부담스러워 손님이 반갑지 않기에,
내가 할수 있는 만큼만 부담없이 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집에서 가져온 된장이 조금밖에 남지 않아 언니네 오면 끓여주려고
아껴두었고, 지난해 묵은 김장김치뿐이라 새로 김치를 담고, 대충 메뉴를 짰다.
그런데 아저씨는 워낙 폐끼치는것을 싫어하시는데다 혼자 외국 생활을 몇년 하셨어 그런지
참 소탈하시고 말씀을 잘 하시니 도착한날 바로 마음의 부담이 싹 가셨다.
(혼자 생활한 사람들의 특징: 음식을 만들어 먹고, 치우는것에 대한 수고를 알기에
반찬 가지수에 신경쓰지 않으며, 라면끓이면 설겆이 줄이려 냄비채로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시간날때마다 정원수와 텃밭 가꾸길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할수가 없었다며,
집주위 나무가지도 치고, 텃밭에 잡초도 뽑고 남편이 하는 지하실 공사도 도와주시곤했다.
우리가 품삯을 드려야겠다며 그만 두시고 우리동네 트레일에 산보 가시거나 자전거 타러 가시라고
했더니 원래 체험학습가면 돈내고 한다며 좋아서 하는거라며 괜찮단다.
언니또한 주방에서 식사준비할때 내가 일손이 느리니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내가 보조가 되어있었고,
손님맞이 대청소를 했건만 워낙 정리정돈을 잘 못하니 내가 아이 운전해주던 동안 언니 친정어머니
말씀따나 개가 핱았듯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해 놓았다.
3일동안 시카고 여행다니는동안 피곤할텐데 내가 힘들까봐 일부러 저녁 먹고오느라 늦게 돌아와
내가 준비한 메뉴를 다 해주지도 못했고, 아직 못다한 것들도 많은데 시간이 훌쩍가 버렸다.
일주일은 짧고 10일은 있어야 했는데...
우리집에 와서 손님 대접은 고사하고 돈만쓰고 우리집안 일까지 해주고는 좋은 경험많이 했고,
친정보다 더 편하게 잘 쉬고 간다며 고맙고, 폐를 많이 끼쳐 미안하다고 인사하니 내가 미안하기까지 했다.
(미국인 친구집에 놀러갔어도 미국친구가 한국음식 먹고싶다고해 시장봐서 한국음식 만들어주고,
식당데리고 가서 저녁사주고 왔단다).
어린아이가 있어면 친정도 더이상 편하지 않고 (친정부모가 아이들 잘 봐주면 내집보다 더 편하겠지만)
아무리 편한 집이라도 내집만큼 편하진 않겠지만,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손님이 아니라 가족처럼
집안일도 도와주고 스스럼 없이 지내면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길수 있을것 같다.
어디를 가나 반가운 사람, 환영받는 사람은 본인이 하기 나름인데,
함께 먹어 더 즐거워야 할 식사로 인해 내집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만들고
사람과 사람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되니 제발 평소에 식생활을 간소하게 했으면 좋겠다.
지하실 공사하느라 난장판이었던 지하실도 청소되었고, 각종 장비와 각종 잡동사니들을 올려 놓았던
당구대를 당부치시는 분이 치워주셔서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부담스러운 손님, 경우없는 손님
아직도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미국살면 다 잘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미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집융자금과 차융자금, 각종 세금, 엄청난 보험료로 빠듯하게 산다.
그래 가까운 친구가 한국에서 놀러올 경우, 필요한 것들 물을때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잔고많은 신용카드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해주곤한다.
그런데 가끔씩 농담반 진담반으로 비행기값만해서 놀러가면 되겠지하는 사람들이나
미국이 한국처럼 작은 나라도 아닌데 서부와동부 여행까지 시켜 주길 원하고,
손님으로서 대접 받길 원하는 사람들은 정말 부담스럽다.
난 경우없는 사람을 가까이 않으니 손님때문에 속상했던 일은 없지만,
지인들중엔 친구가 와서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의 단잠을 방해하고,
손도 까딱하지 않으면서 집안살림에 대해 잔소리를 많이해 시집살이 하는것만큼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어릴때 친구였는데 이메일로 연락할때와 함께 생활할때가 다른것 같다고,
그러니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면 함께 여행을 가보라는 말이 있어나보다)
또한 어떤 지인은 결혼 18년동안 몇번 보지 않았던 시댁의 친척이 근처에 세미나가 있어
부인과 함께와, 세미나 기간동안 부인이 지인의 집에 지내면서 손도 까딱하지 않고,
세미나 마친뒤 남편의 속옷까지 지인에게 세탁을 맡겼고,
그 친척이 오실때 시어머니도 함께 오셨기에 함께 페케지 투어를 갔을때
지인이 먼저 여행사에 여행경비를 지불해야 했는데, 비용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고,
여행중에도 자기돈으로 물 한병 사지 않고, 2주내내 신세만 지다
돌아가서는 이메일로 대접잘해주어서 고마왔다고 연락했단다.
그 손님이 이름꽤나 알려진 교수라니 더 귀가 찮다.
재미교포들중 많은 이들이 자영업에 종사하시거나 규모적은 곳에 근무를 하시기에
휴가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휴가를 가게되면 수입이 감소하는데,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일도 못하고, 체면때문에 손님접대를 과하게 해, 가계가 휘청거려 손님다녀간뒤
부부싸움까지 하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생전 연락한번 없다 어느날 전화와서는 아이 학교와 하숙부탁 하는 사람들이나
놀러오겠다는 사람들때문에 한국에서 오는 전화가 하나도 반갑지 않다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 오신분들이 영어가 안될땐 항상 동행해야하고,
우리처럼 시골인 경우 대중교통이 없으니 운전을 해 주어야 하니
손님이 오시면 숙식뿐만 아니라 다들 바쁘기에 시간도 문제이니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것도 주인을 도와주는 한 방법이다.
사람은 서로 돕고 살아야하니 불가피할 경우엔 신세를 질수있고, 또 다음에 그 신세 갚으면
오고가는 정으로 상대와의 친분이 더 깊어질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으니
손님과 주인은 서로 부담스럽지 않을 한도내에서 서로에 대해 잘 배려해주어야겠다.
2011. 8. 17.(수) 경란
추신 : 미국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할땐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체면상 사양했다간 정말 그런줄 안다.
나도 손님이 미안해서 사양한것 인데, 눈치 없이 그런줄알았다 실수하곤한다.
'일상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발걸음도 마음도 무거운 친정나들이 (0) | 2011.09.04 |
|---|---|
| 친구 아이들의 졸업파티 (0) | 2011.08.24 |
| 엄마의 잔소리가 아닌 교훈이되다 (0) | 2011.07.29 |
| 땀에 젖은 고딩들의 그 찬란한 매력 (0) | 2011.07.23 |
| 미 중서부의 살인 더위현장 (0) | 2011.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