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있는 기말고사를 끝으로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2년과정의 학점을 이수한 학생들은 다음주 토요일에 졸업을 하고,
이번 가을 신학기때 4년제로 편입한다.
내담당 매점은 학교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매점이라
기말고사때 영업을 하지 않기에 어제 금요일 일을 끝으로
나도 3개월간 여름휴가가 시작되어 학생들에게 인사를하고,
졸업하고 편입하는 학생들에겐 작별인사를 했다.
졸업생 대부분은 2년전 내가 일을 시작할때 입학했던 학생들이라
정이 더 많이 들었던것 같다.
방학을 맞는 학생들과 졸업하는 학생들이 어제와 그제께 특별히 찾아와
그동안 친절하게 잘해주어서 고마왔다고 인사해 주어서 고마왔고,
내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많아서 사진은 다 못찍고,
내가 특별히 마음이 가는 학생들만 기념촬영을했다.
앨바 빅너 4세
공대생인데도 연극을 해서 인지 붙임성도 좋고 예의도 바르고,
참 괜찮은 녀석인데, 어제 그동안 고마왔다고 사진위의 꽃을 선물해 날 감동시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네 꿈도 이룰수 있을거라고
덕담을 해 주었다.
일리노이 주립대 공대를 목표로 공부했는데, IIT 에서 장학금을 많이주어서
그곳으로 편입한다고.
직장에서 은퇴후 35년만에 늦깍이 대학생이 되었던 로버트씨
수업이 일주일에 2번(수.금)있었는데, 한번씩 들러서 커피를 사곤했다.
가장일텐데 늦깍이 학생이라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인상이 좋으셔서 늘 반갑게 맞아 주곤했지만 늘 간단하게 인사만하다,
금요일 작별인사를 하러 왔을때 처음으로 조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입학해 1학년 첫학기때 펜싱 한과목만 C 받고
나머지 3과목은 모두 낙제했고, 2학기땐 두과목이 C 를 받았는데
성적이 나빠 학교에서 쫒겨났다고.
앤드류 생각에 농담으로 그땐 컴퓨터 게임도 없었는데 왜 그랬냐고 했더니
학생들과 어울리지도 못했고, 뭘해야 할지 아무생각이 없었다고.
앤드류녀석 공부엔 전혀 도움이 되지않지만 게임하는 친구라도 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하나.
공항에서 일을하다 은퇴했는데, 자신이 했던 일로는 재취업 할때가 없었어
개인사업을 사려고 비지니스를 공부하게되었다고.
현재 부업으로 비디오와 사진촬영을 해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신이 내 매장앞을 지나갈때마다 보면 내가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잘해주고
학생들과 대화도 잘하더라면서 참 좋은일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에서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거라고.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가는것 같아도 다 보고있었다.
에스테파니
늘 씩씩한 그녀, 지나갈땜다 항상 큰소리로 이름불러주기에
다음학기때 조용해서 허전할듯.
내가 기말고사때 일하는줄 알았다면서 나주려고 선물을 하나 샀는데
집에 있다며, 다음주에 꼭 만나잖다.
NIU 에 편입해 싸이칼리지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수줍음 많고 조용해 내가 늘 먼저 소리내어 인사하는 제시카
2년동안 한번도 내 가게에서 뭘 산적이 없지만
늘 조용히 부끄러운 미소를 지어며 지나가는 그녀가 좋아서
내가 늘 이아이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한다.
Saint Francis 대학에 편입해 유아교육학을 전공한다.
로레인과 미셜
늘 눈과 입으로 웃는 로레인, 상냥하고, 사교적이라
우리학교에 한학기만 다녔는데도 친구도 많고,
내 매장쪽으로 등교해서는 잠깐씩 이야기를 하고 가고,
매셜은 강의실이 내매장 양쪽에 있는지 하루에 몇번씩 지나가는데
그때마다 인사를 한다.
둘다 간호사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는데
둘다 같은 Saint Francis 대학에 편입한다고.
그래 직장도 둘이 같은데 가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때쯤이면 아마 서로에게 싫증나 피할거란다.
나랑 같이 사진을 많이 찍은것 같아서 금요일날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찾아보니 둘이 찍은 사진은 이 사진밖에 안보였다.
브라이언은 졸업하더라도
한번씩 만날것 같은 생각에 작별한다는 느낌이 들지않았다.
녀석도 우리집에 놀러 오겠단다.
필름쪽 일을 하려고 하기에 그 쪽에 인지도가 있는 DePaul 대학에
편입하려고 했는데, 사립이라 너무 비싸
학비가 가장 싼 Governors State 대학에 간다고.
출.퇴근시간이 같아서 출.퇴근전후에 잠깐씩이야기하고,
늘함께 퇴근해 삼총사가 된 케시와 킴
나도 학교에선 킴이기에 동료들이 우릴 부를땐 이름과 성을 함께 불른다.
감성이 풍부한 케시는 정문앞에서 헤어지면서
다음주부터 못보니 서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들 20분거리에사니 여름방학때 만나자고 약속했다.
세상이 좁다고 케시 딸이 어릴때부터 우리교회에 다녀 내가 아는 이였다.
(가까이 살았던 이모네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다녔다고)
그녀는 나와 가까운 교인의 아들과 결혼해 놀스 다코다에 살고있다.
그리고 애슐리가 목요일날 나한테 감사카드를 주어서 많이 놀랬다.
그녀는 다음학기에도 계속 수업을 받을거고,
가끔씩 지나갈때 서로 반갑게 짧게 안부를 묻는 사이일뿐인데.
애슐리는 밝고, 건강미 넘치고, 예쁘고, 키가 큰데도 사랑스럽고,
또한 알뜰하기까지 하니 (구내매점이 비싸다고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여자친구로서도 아내로서도 참 괜찮은 여성이라 애슐리를 볼때마다
앤드류가 애슐리같은 아이랑 사귀고,
결혼을 하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했는데
이렇게 잔정까지 있으니 애슐리가 더 마음이 갔다.
페이스북 친구라 살짝 보니 아직 남자친구가 없는듯해
앤드류 녀석이 제발 정신차려 공부도 열심히하고, 훌륭하게 자라
애슐리에게 데이트 신청할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으면 좋겠다.
미치녀석도 다음학기부턴 Lewis 대학에서 공부한다고.
녀석은 민항 파일롯이 되려고 하는데, 외모상으론 지금도 파일롯같다.
내가 이별을 아쉬워하자 넉살좋은 녀석이 가끔씩 놀러오겠다 하길래
"너 나보러 오는것이 아니라 여자친구 만나러 오는거면서,
그래도 여자친구 보러온길에 날 찾아주면 반갑고 고마운일이고,
우리 아들도 너 처럼 상대방 기분좋게 말을 좀 잘했어면 좋겠다" 했더니 웃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를 또 새로운 학생들이 채우게 되겠지만
방학 마치고 출근하면 한동안은 좀 허전할듯.
금요일날 직원들이 나한테 오늘이 마지막이니 부럽다고 했는데,
난 매일같이 만나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몇달동안 볼수 없기에
석달간의 여름방학이 별로 기쁘지 않았다.
* 특히나 이번엔 데이빗 학교가 지난 겨울에 혹한으로 임시휴교를 많이해
수업일수 체우느라 5월말에 방학을 하니 내가 굳이 집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날 생각해보니 만약 내가 은퇴를 하게된다면
난 아마 한달전부터 슬플것 같았다.
비록 파트타임 학교 매점일이지만 이 일을 하게 되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에 이일을 하게된것이 정말 행운이고 감사하다.
앞으론 예전처럼 얼굴보며 자주 만나지 못하겠지만
페이스북에서 종종 살아가는 소식과 사진을 볼수있으니 다행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또 세상은 넓고도 좁으니 다시 만날수도 있겠지.
그때 뜻밖의 만남이 기분좋은 재회가 되길 희망해보고.
앞으로도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게되었을때
어색한 만남이 아닌 반가운 만남이 되도록
어떤 사람을 만나던 친절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2015. 5. 9. (토)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