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 없음

gifty 란 이름을 가진 그녀

앤드류 엄마 2015. 2. 23. 07:45

커뮤니티 칼리지 복도한쪽에 위치한 나의 일터이자 참새들의 방앗간

 

대학교 구내 매점에서 일을하니 주로 단골들이 많고,

 어쩌다 오는 학생들도 내 매장앞을 지나다니기에 낯익은 얼굴들이고,

대체적으로 착하고 친절한데,

개중엔 뭘사지 않더라도(산적도 없고) 항상 인사를 하고, 안부를 뭍는

특별히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도 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김춘수님이 "꽃" 이란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했듯이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상대의 이름을 기억해주면 그 관계가 한발자국 더 가까와 질수있다.  

 

그래 내 매장에 자주오거나, 인상이 좋거나, 특별하거나,

또는 내가 한가할때오는 손님들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그리고 곧바로 노트에 이름과 인상착의를 메모해두고 시간날때마다 보고 외워서

그 다음에 만날땐 이름을 불러주려고 노력하고있다.  

 

그녀는 까만 피부에 까만 생머리를 했는데 미국애같지가 않았다.

그래 이름을 물어보니 gifty란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왔고, 엄마가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그래 그녀에게 네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했고, 또 사랑하는지 알겠다며

 네 엄마는 너에게 이 예쁜 이름을 지어준것만으로도 평생 너에게 줄 사랑과 축복을

다 준거나 마찮가지라고 했더니 웃었다.

 

그녀는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생겼고, 키도 작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그녀에게서 강한 자존감을 느낄수있었다.

 

그녀가 가고난뒤

문득 중학교때 이름때문에 새학기때마다 반아이들에게 웃음꺼리가 된 급우들이 생각났다.

우리 어릴땐 딸많은 부모들이 아들얻을 욕심에 맨나중에 태어난 딸에게 이름놔두고

집에서 꼭지라고 부르곤 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입학하면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부르기에 그 챙피한 이름은 잊혀진다. 

그런데 중학교갔더니 우리반에 실제로 꼭지, 꼭달 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가 시골학교라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님들도 많으셨고,

그 당시엔 출생신고를 동네 이장님들이 대신 해주었다고 하더니 집에서 부르는대로 신고하셨는듯.

이젠 그 친구들도 개명했겠지만

 이름때문에 노림받았을 그 친구들의 어린시절이 아픔으로 다가왔다. 


 법원에서 개명할수 있게되어 정말 다행이고,

어릴때 이름때문에 놀림 받으셨던 분들, 특히 더 잘 사셨어면 좋겠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손자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

조상님을 원망하며 일주일간 가출 까지 하셨던 울할아버지가

경란이란 흔하지않는 이름주신것으로만으로도 감사해야할듯.

 

딸에게 gifty 란 이름을 지어준, 아프리카 가나여인,

사진으로 본 그녀는 딸과는 달리 장신에 씩씩하게 생겼는데

딸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주어서 그런지 현명하고 사랑이 많은분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엄마 덕분에 자기 소개할때마다 나한테 했듯이 gifty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겠지.

 

상전벽해라고 이제 대한민국은 아들,딸 차별이 없을뿐만 아니라,

딸을 더 원하는 부모들도 있고, 아기낳으면 한글로 또 영어로 부르기좋고,

한문으로 뜻도 좋은 이름을 찾기위해 몇날몇일을 고민하고,

전문가에게 의뢰하기도 하기에, 대한민국의 딸들도 자기 소개할때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gifty 처럼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말할수 있었어 좋고,

이제 좋은 이름을 LPGA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전세계에 떨치게되길 희망해본다.

  

 

2015.  2.  23. (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