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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전야에 이국땅에서 보름달을 보며

앤드류 엄마 2013. 9. 19. 12:23

 

집 앞에서 본 추석전야 보름달

 

 

몇일전에 텃밭에서 딴 토마토를 소스로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야 하는데,

퇴근후 피곤하다는 핑게로 차일피일 하고 있었더니 

어제 오후에 토마토위로 초파리가 한두마리 보였다.

 (몇일전까지 2주 동안 너무 더워 텃밭에 가지 않았더니 어떤 토마토들은 너무 익어있었다).

 

또다시 내일로 미루었다간 초파리들이 우리집에서 잔치를 하게될것같아

 저녁 설겆이 마치고 토마토 작업을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아이들과 저녁먹고 있을때 남편이 오늘 퇴근하면 바로 요쿠르트를 만들거니

자기가 집에 도착하기전에 싱크대 두개를 깨끗히 치워두라고 전화를 했다.

(남편은 요즘 일이 바빠 8시 30분쯔음에 퇴근하는데,

내가 가끔씩 식사후 설겆이를 곧장 하지 않았더니 퇴근한뒤 치우면 늦으니 미리 전화를했다)

피곤해서 일찍자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날 요쿠르트를 만든다니...

남편이 요쿠르트 만들고 나서, 내가 토마토 소스를 만들었더니

늦게 시작했는데다 토마토도 많아서 다 끝내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식구들은 모두 꿈나라로 갔고,

난 마지막으로 주방쓰레기를 버리기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이웃들도 모두 잠자리에 들었는지 이웃집들 집안실내등은 모두 꺼져있었고,  

고요한 적막속에 가로등과 이웃들 현관앞 불빛만 주위를 비쳐주고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어찌나 환하던지 하늘을 보니 밝은 보름달이 훠영청하니 떠 있었다.

 몇시간 전에 막내동생이 내일이 추석이라 창녕집에 왔다며 전화도 했었고,

몇일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내일 추석이라는것을 알고있었는데, 또 그새 추석을 잊고 있었다.

  

 추석전야 모두들 잠든 고요한 밤에 이국땅에서 나홀로 훤한보름달을 보고있으니 

괜히 나도 모르게 센치해져 차 트렁크에 기대 달님을 한참동안 바라 보았다.

내일 출근하지 않으면 밤새 달님과 데이트하고 싶을만큼 환한 달님과 은은한 달빛이 좋았다. 

(내일 추석땐 오후부터 흐려져 달을 볼수 없을것도 같고해서 -

지금 이시간 구름이 달님을 질투해 가둬었는지 볼수가 없다) 

 

그렇게 혼자 달님을 보고있으니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선 조금 쓸쓸해졌다. 

내일이 추석명절인데 친정가족이 그립거나 친정 가고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어떤 사람들은 추석이나 설날에 친정에 가지 못해서 속이 상하고,    

어떤 분들은 세상 떠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명절이면 더 간절해진다는데,    

난 좀 멀어서 그렇지 비행기만 타면 갈수있고, 내가 가고 싶다면 남편도 보내주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미국땅에서 살면서

 부모, 형제자매간에 애틋했다면 향수병이 생겼을텐데

그렇지 않아 이국땅에서 재미없는 남편과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향수병 없이 씩씩하게 잘 사는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려고 해도 

가슴한편에 남아 불쑥불쑥 나오는 그 어떤 쓸쓸함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그리고 또 추석은 어릴때부터 그리 좋았던 명절이 아니었기에 추석이라도 특별한 느낌이 없는것같다.  

추석은 설날처럼 세배돈을 받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우리집은 농사가 많아 추석땐 일손들이 많으니 차례끝나면 바로 일하러갔기에 

내가 취직하고부터 친구들이 결혼하기전까지 

추석전날 양손가득 선물들고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끝도 보이지 않는 줄에서

몇시간씩 기다리면서 선물받고 기뻐할 동생들과 오랫만에 친구들 만날 생각에 집에가는것이 신났던

몇년을 제외하곤 추석은 그리 즐거운 명절이 아니었다. 

친구들이 한둘 결혼해 명절이면 시댁으로 갔다 친정에선 하루밤 자고 가면서 

결혼전과는 달리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에게 인사도 해야하니 친구들을 만나도 시간이 많지 않았고,

난 결혼하기전까지 몇년간 명절이면 부모님의 넋두리와 결혼성화에 시달렸다.     

 

추석도 명절이니 하루쯤은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내 기억속의 추석은 즐거운날이었을텐데... 

가족끼리 상처를 주기보단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하는데...

가족이니 아픔과 상처가 더 오래가고 큰것 같다.

 

어제, 오늘따라 가족간에 우애있고 친밀한 사람들이 더욱 부럽고,

가족이, 가족간의 사랑이 정말 소중하기에 내 아이들에겐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 더 사랑할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2013. 9.  18. (목)  한국 추석날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