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엄마

미국에서 보통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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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내친구이자 선생님

앤드류 엄마 2012. 12. 15. 03:13

 

 

 

주방 케비넷 아래 설치된 라디오

 

나의 하루는 주방에 있는 라디오를 켜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가고 혼자 남으면 거실에 있는

라디오를 켜고 볼륨을 올린다.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라디오(크리스찬 방송)에선 왠종일 케롤송을 들려주고 있다.  

그래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리듬에 맞춰 어깨도 들썩여보고,

감미로운 노래가 나오면 하던일을 멈추고 그 노래에 젖어보고,  

고요한 노래엔 또 평온을 찾고,아무튼 라디오 덕분에 매일같이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하며 하루가 평화롭고, 신나고, 행복하다.

 

운전을 좋아하지 않지만, 12월만큼은 캐롤송 덕분에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특히 밤시간 한적한 도로를 갈땐 캐롤송에 취해 운전하는것이

행복하기까지 하다.

 

어릴때부터 난 라디오 듣기를 좋아해 취직할때 급여나 복지보단 라디오 들어면서

일할수 있는 직장을 희망했었는데, 희망사항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해서 5년동안 한국에서 살았을때, 난 각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을 꽤고 살았다.

아이들이 유치원가고 나면, 9시에 이규원씨가 진행하던 KBS 의 가정음악방송의

클레식을 시작으로, 10시엔 주파수를 MBC 로 돌려 씩씩한 양희은, 김승연씨가 진행하는 여성시대,

11시엔 EBS 로 체널을 돌려 부모의 시간에서 육아상담프로를 듣고, 다시 MBC 강석, 이혜영씨가

진행하는 싱글벙글쇼로 라디오 채널을 돌리고,  5시에 저녁준비하면서 조영남 최유라씨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끝으로 라디오를 껐다. 남편이 퇴근을 6시에 해서 다행이었다.  

 

가정음악시간은 그날에 맞춰 좋은곡을 선곡해 아름다운한 목소리로 곡 해석까지해 주니

클래식 음악은 좋아하지만 잘 알지하기에 나를 위한 방송같았다.

그리고 여성시대에서 다양한 주부들의 사연을 들어면서 세상살이를 알게되었고,

싱글벙글쇼는 이혜영씨가 좋아서 듣었고, 지금은 라디오시대는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를

듣기위해 들었다. 제목처럼 사람들의 사연들은 하나같이 요절복통하게 만드는데

최유라씨가 그 사연들을 또 감칠나게 읽어주기에 깔깔, 낄낄거리며 듣곤했다.

 

내 아무리 영어듣기에 자신있다 하더라도 미국 라디오 들어면서

"여성시대"에서와 같은 감동과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가 주는 요절복통같은 즐거움은

느낄수 없을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살면서 인터넷으로 한국 라디오를 듣고있을수도 없고.   

 

 

아무튼 12월 한달동안 크리스찬 방송을 고정시켜두고 케롤송을 즐기다가

새해가 시작되면 난 라디오 체널을 전국뉴스와 시사, 인터뷰가 중심인

NPR ( (www.wbez.org 라디오 공영방송) 에 고정시킨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기에 클래식음악과 NPR 을 번갈아 들을수 있어면 좋게는데,

미국은 라디오 체널수가 엄청많은데도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우리집에선 클래식 음악방송을 들을수가 없다.

 

NPR 은 공영방송이라 광고도 하지않고 (정부보조금과 독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며

나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있다) 편파방송을 하지 않고 비교적 중도에서 뉴스를 전달하는데,

공화당은 그래도 민주당편이라고 정부보조금 전체를 삭감해야한다고 하는데,

실시간 뉴스를 비롯 시사와 주요현안에 대해 전문가와 청취자가 참여하는 토론프로그램도 있고,  

주요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The Story 는 유명인들과 보통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여주는 프로그램인데, 티브가 아니라그런지 출연자들은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숨김없이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 그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수 있고, 더 감동적이다.  

그런데 보통사람들이 다들 하나같이 말을 참 잘하기에 그들이 부럽곤 한다.  

 

어느날 "The Story" 에 흑인최초로 미국 백인 대학 농구팀 코치를 했던

Nolan Richardson 씨가 출연했다. 그는 3살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키웠는데,

어렸을때 할머니가 그에게 늘 "No Gut No Win"(겁먹으면 진다) 라며 항상 당당하라고 했단다.

8살때인가 학교에서 빌린책을 기일내 반환하지 않아 학교에 과태료 6센트를 지불해야 했는데,

할머니가 자기를 데리고 3마일(4키로) 이나 떨어진 학교까지 걸어가서 교장선생님한테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고 했단다. 그때 어린 Nolan 이 교장선생님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교장선생님이 묻는말에 대답했더니, 할머니가 교장선생님앞에서

고개를 들어 똑바로 보라며 절대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했단다.

너가 교장선생님보다 부족한것이 없다고.

혼자서 백인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할머니가 No Gut No Win 을 주지시켰다고.

 

대학에서 학교대표선수였지만 흑인은 체육관에 들어갈수 없기에 출전을 못해 학교가 패했단다.

그뒤부터 경기마다 출전해 학교가 우승을 했고, 대학팀 코치를 하면서도 코치보단

먼저 흑인으로 분류되어 편견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항상 후배 흑인들을 위해

자기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먼저 했기에 참았다고.

그는 팀을 내리 세번씩 전국대회에 우승시킨 코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승했다.

강단있었는 할머니덕분에 가능했던 성공이기에 항상 할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선구자들은 항상 특별한 뭔가가 있는것 같다.

 

큰아들 녀석도 자신감이 부족하기에 저녁먹어면서 이분 이야기했더니 듣고만 있었다.

녀석에겐 너무 늦었나?  "No gut no win"

 

아무튼 라디오는 영어뿐만 아니라 인생사와 시사와 사회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영혼을 적셔주는 좋은 선생님 이고,  

혼자지내는 시간이 많아 외로운 나에게 좋은 친구가되어주기에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몇시간 계속 티브 소리들어면 머리가 아픈데, 라디오는 왠종일 들어도 편하다. 

이 글을 읽으신분들께 라디오와 친해 보시길 권해본다.  

 

2012.  12.  14. (금)  경란

 

* 추신 : 제가 예전에 올린 글을 추가하고 수정해 다시 정리한 글로  

            댓글도 그곳에 올린것들을 복사해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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