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천생연분?
돈쓰는것 싫어하는 남편과 쇼핑 싫어하는 아내
오늘 오랫만에 한국슈퍼에 갔다가 정말 오랫만에 누린 호사
슈퍼 푸드코트 일식점의 회덮밥 ($11.85)
맛이 괜찮다고 해 오래전부터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먹었다.
기다리면서 테이블을 둘러보니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맛있었어 밥한톨 남기지 않고 국물까지 그릇을 싹 비웠기에 기분좋았다.
몇일전 전가족이 안과 검사를 받고,데이빗은 새 안경을 맞추고, 앤드류는 콘텍트 렌즈를 구입했다.
(미국은 안경이나 콘텍트 렌즈를 새로 구입할때 안과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안경점에 안과의사들이 있다)
* 나보곤 다초점 안경을 권했지만 지난해와 크게 시력차이가 없었기에
남편과 난 다음에 구입하기로 했다.
그날 출발하전에 남편이 시간이 좀 걸릴텐데 Sears Optical 에 가니
기다리는 동안 당신은 쇼핑하면 되겠단다. (그안경점은 쇼핑몰안에 위치해있다)
그런데 난 쇼핑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당장 꼭 필요한것이 없었기에
기다리는 동안 책읽으려고 집에서 책을 가져가서 읽었고,
남편은 둘러보러 나가서는 빈손으로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당신 나랑 결혼 정말 잘했다면서
다른 사람들같았으면 대부분이 쇼핑을 했을건데,
난 당신잠바와 데이빗옷을 사야하는데 한달뒤쯤되면 겨울옷들 clearance sales 할테니
그때 사는것이 좋을것 같아서 기다리는 동안 쇼핑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당신은 돈쓰는것 싫어하고, 난 게을러서 쇼핑하는것 싫어하니
우린 환상적인 부부라고 했더니 싱긋 웃었다.
쇼핑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이 물건을 잘 사긴 하는데,
쇼핑갔다 필요없는것을 충동구매 할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난 쇼핑하는것을 좋아하지않아 필요한것들을 미루어 두었다가
Kohl's 에서 30% 할인 쿠폰주며 50달러 구입할때마다 10달러 상품권줄때나
철 지날쯤에 떨이세일할때 필요한것 다 구입한다.
쇼핑가서도 이곳저곳 둘러보지 않고 내가 필요한것만 사서 오니
어떤 브랜드가 좋은건지, 얼마쯤 하는지 모른다.
난 시간이든 돈이든 물건이든 낭비하는것을 좀 많이 싫어하고
간소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쇼핑이나 살림도 생활습관중의 하나일것 같다.
내가 쇼핑을 싫어하는 이유가 내가 남편에 맞춰 살아서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신 울 아버진 당신이 얼마나 고생해서 번 돈인데
모든 물가가 농산물에 비해선 터무니없이 비쌌기에 돈 쓰는것을 무지 싫어하셨다.
(아버지가 사람은 근검절약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난 화가나서 아버진 절약이 아니라 인색하신거라며 되받곤 했다)
그래 학교다닐땐 난 내가 돈 벌면 내 마음대로 실컷 써야지 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서는
곧장 재형저축과 적금을 60%이상 넣었고, 가족들과 친구들 챙기다보니 난 늘 부족했다.
민주화 덕분에 월급이 해마다 엄청 올랐고 특별 보너스도 받게 되었을때
좀 많이 풍족했기에 유명브랜드의 옷도 사고 했다.
그런데 92년에 회사덕으로 일본을 갔을때 검소한 일본사람들에게서 많은것을 배웠고,
우물안에 개구리였다는 생각에 더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었다.
그래 일본 다녀온 이후 유명 브랜드 옷도 구입하지 않았고
해외여행을 가기위해 다시 절약했으며 여름휴가때 동남아도 가고,
친구덕분에 미국 여행도하고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알게되었다.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았기에 남편과 결혼도 할수있었다.)
결혼하고보니 시부모님은 우리아버지와 비슷한 분이었고,
남편도 그런 부모에게서 성장해서 그런지 검소한 편이었다.
가끔씩 남편의 검소가 도를 넘을라치면 난 그것만큼은 참을수 없었기에
크게 화를 내었고, 그럴때마다 남편은 한걸음 물러서곤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사람도리 기준이 다른데다 워낙 인정없는 집에서 자라서인지
인정은 많았던 우리집과 너무 달라 한번씩 불화음이 생길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 5년 살면서 남편이 한국의 풍습에 대해 알고,
또 경제적으로도 좀더 여유가 생겨 남편의 조막손이 좀더 커졌고,
난 나대로 거품빠진 손작은 미국풍습이 좋아져 내 큰손을 줄이니 손크기가 비슷해졌다.
수입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 세상과 더불어 살면서 어려운사람도 도와주고싶고,
사람도리도 하고, 좋아하는 여행하려면 절약할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검소하게 살다보니 점점 간소함을 지향하게되고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서 좋다.
돈쓰는것 싫어하는 남자와 사치와 낭비는 죄라 생각하며
쇼핑하는것을 싫어하는 여자가 만났으니
우린 천생연분인가?
2013. 1. 4. (토)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