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딸에게 부끄러웠던 시간들
식사시간에 책읽는 앤드류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과
엄마말에 순종하지 않는 앤드류가 이해되지 않는 애정이
플로리다에 소재한 대학에 재학중인 친구딸 애정이가 올 여름방학에
여름학기 수업도 듣고, 방학 중간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 한국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여름학기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가 폐쇄되기에
2주동안 친구네 지내다가 우리집에서 2주간 지내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집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우리집에서 묶었던 기간도 짧았는데다
다들 아침에 시카고 갔다 밤에 돌아와 우리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지않았고,
또 결혼한지 오래된 사람들이라 무덤덤한 우리부부와 가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겠지만
애정인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나이인데다
(애정인 싹싹하니 다정다감한 남자와 결혼하면 현실이 될수도있지만),
시카고 여행온것이 아니라 집에 있을 시간이 많기에
정리정돈 안된 집에 말없는 남자들 그리고 아들과 남편에게 별로 상냥하지 못한 나기에
친구딸에게 비칠 우리집 모습이 우려가 되었다.
그러면 내가 평소보다 좀 더 조심하고 가족들에게도 잘해야 하는데,
그동안 워낙 풀려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 우리집 속살과 내 본모습을 보여주고 말았고,
애정이에게 많이 부끄러웠다.
이웃 친구 이바가 남편과 함께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퍼빌에서 하는 페스티벌에 가면서
애정이와 날 초대했는데 (남편이 사람 많은 곳에 가는것을 싫어하는것을 알기에)
친구 부부 데이트에 곱사리 끼는것도 그렇고, 데이빗도 데려가고 싶어서
그렉을 제외하고 우리끼리 함께 가려고했는데,
그날 앤드류가 자전거 사고를 당해 가지 못했다.
애정인 그들 부부처럼 이모도 그렉에게 데이트 신청해서 함께 가라고 하길래
그렉이 사람많은곳을 싫어한다고 했더니, 나보고 그렉을 꼬셔보라고.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지만 난 그렇게까지 하긴 싫다고 했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듯.
싫어하는 남편 억지로 데려갔다간 분위기는 안봐도 그림인데.
우리집에 오기전에 2주간 함께 지냈던 애정이 친구네 부모님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며 부부사이가 좋았다니 더 비교가 되었겠다.
기숙사에서 또 미국인 친구네에서 시리얼에 미국음식만 먹어
우리집에서 한국 음식 많이 먹을수 있겠다며 좋아했는데,
우린 간소하게 먹는것이 습관이 되었는데다,
그렉이 다이어트중이라 본인이 알아서 먹고, 앤드류도 몇일을 제외하고는 부재중이었고,
데이빗은 먹는것이 몇개되지 않고, 애정이도 다이어트중이라며 음식을 조금밖에 먹지않아
음식만들기가 뭣해 한두개만 해서 먹었는데,
보내고 나니 한국음식들 많이 해 주지 못한것이 맘에 걸린다.
애정이를 비롯해 우리집을 방문했던 대부분은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될수도 있는데
난 손님들이 많은데다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고,
손님접대 하느라 신경쓰면 내가 힘들어서
다음부턴 손님 오는것이 부담스러워질것같아 그냥 편하게 맞는데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좀 미안하다.
우리집까지 와서는 아름다운 시카고를 가지않아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내친구가 학생신분에 여행다니는것은 좀 그러니 다음에 가라고 했단다.
그래 친구에게 전화해 다음번에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 하루만이라도 가게하라고 했다.
일어나는 대로 기도하고, 성경읽고, 성경말씀대로 부모말에 순종하고,
대학원+박사 시험을 앞두고 있어 알앗 공부하는 애정이를 보니
딸 잘 키운 친구가 많이 부러웠고, 우리 아이들이 제발 좀 보고 배웠으면 했다.
애정이가 설겆이도 해주고, 가끔씩 말동무도 되어주어
2주동안 공짜로 딸 하나 생긴것 같았는데,
함께 지내는 동안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주지 못한것을 때늦게 후회해본다.
애정이가 대학원 시험준비 잘 해서 좋은 결과얻어
꼭 원하는 대학원+박사과정 학교를 입학하고,
계획했던 대로 미래가 술술 잘 풀리길.
2013. 8. 8. (목)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