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때 생긴일들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보내야 할 사람이 좀 많아
매년 12월초가 되면 카드 작성을 시작하는데,
올핸 뭣한다고 바빴는지 예년보다 늦게 시작했다.
그래도 주말까진 카드 작성을 마치고, 월요일엔 쿠키를 만들어
화요일 오전중에 우체국 볼일을 모두 마칠예정이었다.
그런데 삭제와 수정이 가능한 컴퓨터로 글을 쓰다보니
카드 한장쓰는데 보통 중간에 몇번씩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필체는 또 얼마나 졸필인지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라
어깨 힘만 들어가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쓴것보단 남은것이 더 많은데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남은 시간은 많지않고.
그래 한국 친구들은 블로그로 새해인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그랬는데도 일요일까지 카드를 다 적지 못해서 월요일 점심때까지로 목표를 연기했다.
월요일 아침 친구와 조깅할때, 엉치부분이 좀 불편했지만 무시하고 뛰었다.
집에와서도 계속 좀 뻐근했는데 카드쓸것이 많아 스트레칭 간단히 하고
다이닝룸에 앉아서 카드를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엉덩이쪽에 통증이 심해지더니 무릎안쪽까지 절이고 아팠다.
지난 3일동안 카드적느라 왠종일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다
뛰기전에 스트레칭하려고 조금일찍 나갔는데
옆집에 사는 베블리를 오랫만에 만나 이야기하느라 스트레칭도 안했더니
탈이 난것 같았다. 겨울철엔 특히 조깅전에 꼭 스트레칭을 해야 할것같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누워있어라고 하는데 오전중을 카드 다 마무리하고
쿠키구워야하니 누울 수가 없었다.
와중에 지인이 아이들 잘키우고, 교회 감투쓴 죄로
교인중 자폐아를 둔 부모상담을 맡게되어 가는길에 물어볼것이 있다며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길어졌기에 마음이 더 급했다.
다시 카드 작성을 시작했는데, 점점 더 통증이 심해졌고,
걷을때 허리와 무릎을 굽히고 엉거추춤걷는데도 너무 아파
이러다 잘못되나 싶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러다 겨울 휴가 못가게 될수도 있다며 침대에 눕지않는다고 화를 내었다.
지인과 전화할때 누워서 통화 했었어야 했는데...
마음이 바쁘니 누워도 편치않을것 같았는데,
약 기운인지 피곤했던지 잠깐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조금전보다 조금 좋아진것것 같았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물리치료사인 이바에게 전화했더니
그 상태에선 의자에 앉는것이 가장 나쁘다며 카드를 적어야 하면
바닥에 배깔고 누워서 적어라고 했다.
세상에 어릴땐 숙제할때도 책읽을때도 늘 배깔고 누워서 했는데
미국살면서 그렇게 하지 않았더니 그것을 깜빡잊고 있었다.
배 깔고 누웠더니 한결 편했다.
조금 나은것 같아 저녁에 지을 보리쌀을 미리 물에 불리려고
보리쌀 넣어둔 프라스틱통 뚜껑을 열 다가 뚜껑이 너무 꽉맞아 사고를 쳤다.
보리쌀이 사방팔방으로 튀어 바쁜와중에 캐비넷과 주방청소까지 했다.
그리고 우리가 크리스마스 지나고 플로리다로 휴가갈때
템파베이에 사는 친구가 집에 있어면 만나고 싶어서 저녁때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그때 집에 있으니 자기집에서 자고 가라면서 엄청 반가와했다.
그때 만나서 이야기해도 되는데 말을 잘하고 말하길 좋아하는 친구라
또 통화가 길어졌다.
그런데다 남편은 월요일부터 3주간 휴가를 내었는데,
아이들 학교보내고나면 바로 방에와서 자기 옆에 누워있어 달란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땐 없어면서, 이 바쁜데 자기옆에서 가만히 누워있어 달라니,
우린 아무래도 잘못된 인연(^^)인것 같다.
그래도 남편이 모처럼 날 필요로 했는데다
나도 이젠 아이들보단 남편에게 좀더 신경을써야할것 같고
남편과 좀더 친밀해져야할것 같아서, 일을 미루고 남편 청을 들어주고있다.
근데 시간이 왜 그리 잘 가는지?
그리고도 난 와중에 아침엔 한국뉴스 잠깐 읽고, 중간, 중간에 휴식을 빌미로
유투브를 통해 윤여준님과, 가수 이은미님과 조국 교수님과
배우 김여진님의 문재인후보 지지찬조 연설을 보고, 네티즌들의 댓글들도
가끔씩 읽고있으니 생활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것은 내 탓도 있다.
오늘 아침 일어났을때 어제 그렇게 아팠던 엉치뼈와 무릎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아
회복 빠른 내 몸이 만족스러워 흐뭇했고, 주님께도 감사했다.
왠 종일 쿠키만드느라 주방에서 밀가루와 버터, 설탕과 함께 했는데
포장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였다.
내가 우편국 문을 열었을때 우체국 안은 중간셔트를 내리고 있었다.
1분차이로 갔다 볼일도 못보고 되돌아왔다.
아침에 1시간만 누워있지 않았어도 충분히 시간이 있었는데,
그래도 늦은것은 남편탓이 아니라 미리 미리 일을 하지 않았던 내 탓이지.
바쁠땐 꼭 무슨일이 생기고, 살다보면 내시간도 내몸도 내마음대로 되지 않을때가 있기에
앞으론 제발 미리미리 좀 하도록 해야겠다.
2012. 12. 19. (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