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나는야 나쁜 아내

앤드류 엄마 2012. 9. 1. 09:39

 

 

남편이 집안 공사한다고 어제, 오늘(목,금) 휴가를 내었다.  월요일은 노동절이라 5일간 쉰다.

그런데 난 이틀동안 친구들을 도와주느라 남편점심도(아침도) 챙겨주지 않았고,

남편혼자 집에 있게했다. 

 

어제 (목요일) 이웃친구 쥬디가 자전거 타자고 전화를 했을때,  

남편도 집에있고, 또 하필이면 점심시간인데다 제일더울때라 가기 싫었는데

친구가 나한테 자전거 타러 가자고 전화한것은 누군가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신호인데다

지난번에도 전화했을때 내가 외출중이었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지도 오래되어

남편에게 물었더니 괜찮다며 운동 가라고 했다. (다녀오니 점심을 먹었다고).  

 

오늘은 우리교회 교인인 켈리가 한국에서온 교환학생을 1년동안 호스트하기로 했다며

지난주일에 교회에서 만났을때 도와줄수 있는지 부탁했는데, 어제 그 학생이 도착했다며

오늘 자기집으로 와 달라고했다.

 

켈리와는 별다른 친분은 없었지만, 몇년전 여신도들과 1박 2일 캠프 갔을때

그곳에서 만났을때 자기소개할때 내가 한국사람인줄 알고 아주 반가와했다.

그녀는 해외선교에 관심이 많아 과테말라에서 몇년동안 선교활동을 했을때

그때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지난 한해동안은 태국에서 국제학교 교사로 일했을땐

그 근처에 큰 한국커뮤니티가 있어 한국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단다.

그래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을 좀 맡아줄수 있는지 부탁전화가 왔을때

흔쾌히 승낙했다고.

 

그런데 그녀는 해외 경험은 많지만 한국문화와 생활양식에 대해 잘 모르고

교환학생을 맡은것이 처음이라 내가 한국에서 온 학생에게 미국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자신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의 한국학생들은 미국아이들과 달리 공부만했기에 집안일에 익숙치 못하고, 

어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관계맺기를 잘 하지 못하는고,

낯선환경에 대한 수줍음에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에  

많이 수동적인 편인데다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빨리빨리 하지 않고,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연락도 잘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한국학생을 호스트한 사람을 만날경우 한국인으로서 내가 미안할때가 많다.  

* 교환학생을 맡은 미국가정은 초청한 학생을 통해 그 나라 문화도 배우고,

   새로운 가족도 한명 더 얻고, 국제사회 봉사하는 마음에서 무료로 10개월간

   부모가 되어 돌봐주는것이기에, 해당학생과 부모는 그 큰은혜를 기억했슴 좋겠다.

  

또한 대부분 교환학생을 맡은 호스트들이 크리스챤들이라 크리스챤 학생들을 선호하는데

한국학생들중엔 자기소개서에 크리스챤이했지만 말만 크리스챤이고 신앙심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 켈리네 집에 온 미영이는 모태신앙에 일요일마다 부모님과 교회에 다니고 있었고,

부모님과도 비교적 관계가 좋았고, 또 집에서 세탁기로 빨래도 했고, 공부만 하지 않고

학교에서 취미활동으로 축구도 했다고해 반가왔다.  

 

평소 밥을 먹지않는 켈리는 미영이와 나를 위해 전기밥솥을 구입해 점심때 밥에 콩을 넣어 

콩밥을 만들고 스프도 만들었는데 된장국이랑 맛이 비슷했다.  

친정아버지가 근처에 사시는데 텃밭가꾸기가 취미라, 얻은 채소를 믹서에 갈아서 만든것이란다.

점심으로 콩밥과 오이를 (캘리는 밥은 먹지않고 스프와 오이만 먹고) 주었기에

그래 가장 먼저 미영이에게 미국의 간소한 식생활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미국사람들은 식사량이 한국사람에 비해 적은편인데다 켈리네도 그런것 같아 

성장기인 미영이가 약간 걱정스러웠다. 

 

켈리는 싱글맘으로 미영이와 같은 또래인 막내딸과 둘이 살고 있었다.

큰딸은 고등학교 졸업반인데, 지난해 캘리가 근무했던 태국의 국제학교에서 졸업하길 원해, 

태국에 혼자남아서 학교에 다니고 있단다. - 수업료가 장난이 아니기에 딸이 영어과외도 하고, 

자기가 도와  주는데 너무 힘든다고 했다.

 

우선 켈리네집 생활환경을 파악해야 할것 같아, 꼼쟁이 우리집 남편이야기를 했더니

그녀도 우리 남편 못지않게 엄청 검소하게 살았다.

켈리는 1달러도 낭비하는것을 싫어하기에 여름엔 집안에서 조리를 하지 않고, 

빨래도 세탁한뒤에 건조기에 말리지 않고, 실내.외에서 건조시키고,

과일과 야채는 근처에 사는 아버지가 텃밭에서 농사지은것으로 해결한다고.

그러면서 외국인 학생을 위해 10개월동안 무료로 숙식과 차량을 제공하고, 

보호자를 자청하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자기가 외국에 살아보니 음식이 가장 문제더라면서, 가끔씩은 자기나라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자신이 지불하겠으니 혹시라도 한국슈퍼갈때 한국식품 구입해줄것과

음식만드는법을 가르쳐 주길 원했다.

그리고 학교급식이 비싸니 자기가 점심을 싸주겠다고. 

켈리는 직장도 다니지 않는데, 어떤 수입원으로 생활을 하는지 알수없지만

좀 빡빡한것 같아서, 미영이에게 한국슈퍼가게 되면 가끔씩 식품비를 직접 지불하고,

과일 먹고싶어면 가족들것까지 한번씩 사주라고 말해주었다.

 

벌써 노트 두권에 미영이가 매일 익힐 영어단어와 그날 그날 지정한 

저널을 숙제로 내어 주었다.  - 주제가 아주 구체적이어서 열심히하면 1년동안 영어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해질수 있을것 같다. 

우리집 근처에 살았으면 나를 비롯 앤드류와 데이빗 영어쓰기 개인지도를 부탁할수 있었는데...

 

미영이 역시 수줍음때문인지 영어때문인지 목소리가 작았는데,   

크게 말해야 자신감이 생기는데 미영이가 자신감이 부족한것 같다고 많이 걱정했다. 

한국에서 온 학생이 켈리같은 호스트를 만나니 참 반가운데

수줍음이 많은데다 문화가 많이달라 한편으로 걱정도 되었다. 

손님이 아니라 가족이니 두 모녀와 잘 융화되고, 학교생활도 잘해 

모두에게 좋은 시간으로 채워지게 되었슴 좋겠고,  

더불어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으면 좋겠다.

 

해 주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다 켈리가 한국에 대해 궁금한것이 많아

이야기가 끝이 없었고, 켈리가 한국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것 같아,

남편이 출장가는 일요일 예배 마치고 우리집에서 점심을 먹기로했다.

아무튼 미영이 덕분에 켈리가족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도 그들과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영이와 켈리를 도와주고,또 켈리를 알게되어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집에 돌아오니 저녁시간이 다 되었고, 데이빗은 배 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켈리가 전화했을때 내가 미국사람이었으면 대부분은 오늘 남편이 집에 있기에

곤란하다며 다음 약속시간을 잡았을것이다.

그런데 다음날은 토요일이고, 월요일은 노동절 휴일이라 미룰수가 없었다.

 

남편이 일요일날 일하고 대신 주중에 쉬는 이웃친구는 이웃아줌마들끼리 

1년에 한두번 점심먹을때도 남편이 쉬는날이면 모임대신 남편과 함께 지낸다.   

 

그런데 난 주중행사도 아니고 정말 모처럼 우리 부부 둘만 집에 있게되었는데 

남편과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는 커녕(남편의 집안일이 급한것도 아니고),

아침뿐만 아니라 (남편이 늦잠자길래 아이들 학교보내고 조깅갔다 왔더니 먹었다고),

친구부탁들어주느라 점심도 챙겨주지않고, 또 하루는 혼자서 지내게 해 쬐금 미안했다.

가족이 먼저이고, 또 아이들보단 남편이 먼저인데 맨 친구가 먼저이니 참.

 

그래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집에서 특별히 할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괜찮단다.  그래 그럴땐 오랫만에 아이들도 없이 둘이서 로맨틱 영화도 보고, 

나도 당신이 필요했다고 좀 말해라면서 남편을 놀려주면서, 좋은 남편이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내가 나쁜아내가 되고, 남편이 좋은 남편이 된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