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도 마음도 무거운 친정나들이
9월 4일 오늘 새벽 3주간의 일정으로 친정나들이를 간다.
그러나 이번 나들이는 말기암 환자이신 아버지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러 가는 길인데다
우리집 사정도 내가 오래동안 집을 비울 형편이 아니기에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다.
아버지와 엄마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줄 알지만,
미국에서 한국은 길이 가까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잠시 갔다 올수 있는 길이 아니니
세삼스레 가까이 있는 자식이 효자요 효녀지 멀리사는 자식은 없는자식이나 마찮가지라는
나이드신 사람들의 말씀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먼저 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장례식때 가는것보단 말씀하실때 찾아뵙는것이
낫다며, 나보고 하루라도 먼저 아버지를 찾아 뵈어라고 하시는데,
난 아버지 말씀하실때 찾아뵙고 장례식도 참석하고, 혼자 남은 엄마와 몇일이라도
함께 있을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빨리 갈수가 없었다.
평소 친정 엄마는 장례식을 다녀오실때면, 평생을 동고동락했던 배우자를 먼저 보내면
남은 사람이 얼마나 쓸쓸한데, 직장과 아이들 학교문제로 자녀들이 장례식만 마치면 돌아간다며
몹씨 안타까와 하셨다.
친정도 동생들이 4주째 주말마다 농사일, 아버지나들이를 돕고, 병문안을 다니고 있고,
아이들이 어리니 장례식 마친뒤, 엄마와 함께 있어줄 형편이 못된다.
아버진 암이 골수에도 전이되어 피를 생성하지 못해 수혈을 받고 계시는데,
수혈받기전.후에 상태가 극도로 나빠지시는데다, 음식도 못드시고,
마약과 수면제 도움을 받지만 가끔씩 고통을 호소하시는데,
앞으로는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지실터라 환자인 아버지도 걱정이고
그 모습을 지켜 보실 엄마도 걱정이고, 나도 자신이없다.
엄만 말기암 환자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아버지 발이 부어있고, 입술에 난 상처로 암세포가
번져 계속 커지고있는데다, 아버지 체중이 조금씩 빠지고 있어, 조금난 상태가 나빠지면
"너 올때까지 너거 아버지가 살아계실란가 모르겠다"며 울먹이시는데,
난 미국의 장례식장에서 말기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신분들의 모습을 보았기에
(165센치에 75키로 체격좋으셨던 옆집 폴라할머니가 5년간의 투병끝에 꼬구랑 할머니보다
더 작고 앙상한 150센치에 37키로 정도의 모습이어서 정말 충격이었다)
아버지께서 추석도 넘길수 있고, 아직 많이 더 사실수 있다고 말씀드린다.
아버지 병이 완쾌될수 있다면, 아니 조금이라도 호전되어 음식이라도 드실수만 있다면
아버지가 하루라도 더 사시도록 기도드려야 겠지만, 하루라도 더 오래사실수록
고통이 커지기에 난 아버지의 마음의 평온과함께 고통없는 천국에서 영면하게해 주십사
기도드린다.
남편은 회사일이 바쁘지 않을 시기엔 근무시간을 조절할수 있기에
내가 한국 방문을 할때면 아이들 학교보내고 출근하고, 아이들이 돌아오기전에
퇴근해(적게 근무한 시간만큼 합해 휴가사용) 아이들을 돌보며,
내 빈자리가 그리 크지 않을만큼 남자 셋이서 그런대로 잘 지내기에 (이웃친구 말로는
내가 없으니 남편이 아이들과 산책도하고 평소보다 아이들에게 훨 잘한다고 했다)
난 한국에 가서는 아이와 남편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은 아버지 병환뿐만 아니라 우리집도 평소와 달리 걸리는것이 많아
한국가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것 같다.
데이빗이 몇주전에 Jr.High 가 되었는데, 미국은 이때부터 과목별로 이동수업을 하니
예전엔 담임선생님과 소셜워크에게 말씀드리면, 데이빗을 좀더 신경써주었는데,
중학생이 되어서까지 그러기도 뭣하지만, 녀석이 자폐가 있어 아직도 내가 많이 도와주어야
하는데다, 밴드부 활동을 하니 월,수,금(격주) 클라니넷도 챙겨가야하고,
크라니넷 연습도 매일해서 기록한후 주말엔 학부모 서명을 받아가야하고,
금요일에 체육복 가져와서 세탁해 월요일날 가져가야하고, 녀석은 학교 점심을
싫어해 집에서 꼭꼭 도시락을 가져가는데, 아침에 겨우 일어나는 녀석이 도시락을
챙길수 있을런지? 남편은 분명 자립심 키워준다고 본인들 스스로 하게 만들게 할것이다.
그런데다 남편이 9월 19일부터 출장가야해, 내가 돌아올때까지 일주일동안
만 85세나 되는 우리 시어머니께서 9시간을 운전해 오시는데, 시누집까지 5시간 30분 거리는
하도많이 다녀서 괜찮으시지만, 우리집은 멀어서 친구분과 함께 오시곤했는데
혼자 오시는길은 이번이 처음이라 걱정이다.
제발 우리집 세남자와 시어머니께서 내가 없는 동안 별일없이 잘 지내길 바라며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도 좋은 시간을 갖게되길 희망해본다.
모든것을 주님 뜻대로 하시되, 제가 한국에 있는동안 모든 일을 처리하고
갈때보다 덜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올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우리가족을 위해 기도해 부탁드립니다.
2011. 9. 4. (일) 03:20 경란
추신 : 30분후면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니 서둘러 남은것 마져 정리해야겠다.
새벽부터 근 20시간동안 한시도 쉬지 못했는데, 세남자를 위해 준비한것 없어 쬐금 미안하다.
결혼후 한번도 소리내어 기도한적이 없었던 남편이 아버지와 나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소리내어 기도해 주어 가슴이 뭉클했고, 눈시울이 뜨거웠는데, 남자셋은 눈가가 젖었다.
11월 5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국에서 블로그를 할 시간이 없을것 같으니
25일 이후에 찾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