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족들

별것 아닌것에 행복했던 날

앤드류 엄마 2011. 6. 14. 07:54

 

 

날씨가 너무 좋아 집안에 있기가 아까왔던 어제,

예배마치고 바로 쇼핑가기로 했는데,

여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이 있었고,

고등부에선 시카고($25) 에 간다며 인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우리가족이 교회다닌지 5년이 넘었지만,

앤드류녀석이 교회에 친한친구가 없어선지 고등부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으려고해

억지로 일요일 어린이 프로그램에 자원봉사를 시켰다.

그래 예전보단 쬐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주변부를 멤돌며서 수동적이기에

그룹들과 어울릴수 있는  좋은 기회라 녀석이 갔으면 했다.

먼저 남편에게 물어보았더니 앤드류가 결정하라고 했다.

녀석에게 물었더니 지난번에 시카고 갔을때 재미있었는지 가겠다고 하더니

휴대폰과 지갑을 집에서 가져오지 않았다며,

집에 가서 휴대폰과 지갑을 가져와야지, 휴대폰없이는 시카고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 아빠하고 이야기 하라며 난 여신자 모임에 참석하러 갔다.

 

평소 남편은 아이들이 휴대폰에 집착하는것을 싫어하는데다

두 부자가 똑 같이 말을 잘 못하기에 앤드류가 나한테 말하듯 아빠한테 그렇게 말했다면

남편은 바로 "그래, 그럼 가지 마" 할 사람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모임마치고 전화했더니 앤드류가 시카고로 가고있다고 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녀석은 9시가 넘어 재미있었다며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scavenger hunt (팀별로 주어진 문제에 해당하는 장소찾기 게임-

사진으로 증명) 를 하고, 피자를 먹었다고.  

 

남편은 자기 배가 고프지 않음, 다른사람 배고픈지 어떤지 관심이없고,

자기가 먹고싶지 않음 아이스크림집 아이스크림이 비싸다고 사주지 않는사람이기에,

데이빗이 아빠와 둘만의 첫 데이트니까 데이빗이  좋아하는것 하나 사주라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당부했다.

데이빗은 아빠와 웬디스에서 햄버그먹고,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며

활짝 핀 얼굴로 돌아왔다.

 

난 목사님 설교말씀을 듣고나니 그동안 나 스스로를 힘들게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비로서 풀렸고, 깨딷음을 얻어 스스로 한단계 더 성숙해진것 같아

어제의 쾌청한 날씨만큼이나 상쾌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모임이 빨리 끝나 아이들 방학후 처음으로 혼자 집에 있었던 일요일 오후,

목사님 말씀과 내 느낌이 달아나기전에 얼른 블로그에 올렸다.

 

또한 늦은 오후에 남편은 텃밭에서 오이를 심고, 오이 펜스를 만들었고,

데이빗은 돌을 골라내고, 난 친구와 통화하면서 잡초를 뽑았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일을 하면서 참으로 평화로왔고 (정해진 시간까지 해야하는

일이아니라 시간에 쫒기지 않았기에)이른 저녁에 텃밭일을 거의 다 마쳤다.

그래 남아있던 숙제를 모두 마친것처럼 홀가분하니 기분좋았다.

 

남편에게 오늘 날씨도 너무 좋고, 당신덕분에 앤드류는 교회팀들과

시카고에 가서 지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데이빗은 아빠와 단둘이서 즐거운 첫 데이트를 하고,

텃밭일까지 모두 마쳐 고맙고 또 행복하다며

난 큰것을 바라지 않고, 이런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니 

당신 정말 결혼잘했다고 했더니 씩 웃었다.

남편이 조금씩 괜찮은 아빠, 남편이 되어가는것 같아 더 행복했다. 

 

그리고 나서 이 행복한 날 셋이서 자전거타는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더니

내 기분을 알아챘는지 (평소엔 눈치 빵점인데 눈치도 쬐금씩 생기고 있나?)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 린다가 오랫만에 전화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8시가 되었다.

세상에 1시간 20분씩이나 통화를 했다니...

그래도 비록 자전거를 타지 못했지만 린다와 난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화로 달랠수 있었고,

내 조언에 항상 감사해하는 린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 주었으므로

날씨만큼이나 행복했던 날이었다.

 

2011.  6.  13. (월)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