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아들의 어린이집 선생님을 찾아 뵙다
우리 가족들이 창원 신촌에 살았을 때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근처 사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집에서 가까운 성당 부설
"샛별 어린이집"에 다니게 했다.
어린이 집에서 앤드류와 데이비드를 담당하셨던
강 선생님께서 노고가 많으셨다.
어린이 집 선생님들께서 일이 많아서
늘 퇴근이 늦어졌지만,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린이 집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시고,
가르쳐 주셨기에 늘 감사했다.
그래 지금도 한 번씩 안부를 전하고 있다.
선생님들 중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들께서
가장 노고가 많으신데,
현실에선 처우가 가장 낮은 게 좀 모순인 듯.
앤드류가 미국으로 오고 나서
9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 1학년 겨울방학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강 선생 님과 원장 수녀님들을 찾아뵈었는데,
지난번에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그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강 선생 님께선 글로리아 수녀님이 되셨고,
경북 영천의 샛별 유치원 원장님으로 재직 중이셨다.

수녀님과의 반가운 재회 후 식당에서
박봉이신 수녀님께서 근사한 점심을 사 주셨다.
동행했던 강선생님 반 학부모였던 영선 씨와 함께
영선 씨는 딸 희진이 어린이집 졸업 후 수녀님을 처음 뵙는다고.
수녀님도 영선 씨도 많이 반가워했다.
꼬마 앤드류와 데이비드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8년 전에 뵈었을 땐 수녀님 교육 중이셨는데,
그동안 수녀님은 원장 수녀님이 되셨고,
수녀님은 그때에 비해 세월을 쪼끔만 드셨는데,
앤드류는 아저씨가 되어가고, 난 늙었다.
세월이 아무리 가더라도
글로리아 수녀님께서 어린이 집 교사일 때
앤드류와 데이비드가 첫 외국인 학생이었기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그중 점심시간에 깻잎 장아찌를 보고
앤드류가 왜 나뭇잎을 먹어라 하냐고 했단다.
미국에서 살 땐 깻잎이 없었고,
한국 와서는 남편이 깻잎을 먹지 않으니
그때까지 집에서 먹었던 적이 없었나 보다.
그리고 점심때 나온 멸치를 보고
멸치가 약간 컸던지 뼈 떼어달라고 했다고.ㅎㅎ

김 가타리나 수녀님과 함께 - 대구 효성 유치원
가타리나 수녀님은 앤드류와 희진이 졸업 후
이듬해 임시로 1년간 원장 수녀님으로 오셨다.
데이비드의 원장 수녀님으로
수녀님은 천사과로
아이들을 너무너무 사랑하셨고,
여름엔 아이들과 함께 물총놀이도 하고,
물놀이 여름캠프도 가고,
재미있고 신나는 어린이 집으로 만들어주셨다.
수녀님의 명랑 소녀 같은 밝은 에너지와 순수가
어린이 집에 스며들었고,
어린이집 엄마들은 수녀님 팬이 되었다.
부족한 데이비드가 수녀님 사랑을 많이 받아 많이 감사했고,
또 수녀님이 좋아서 한 번씩 연락드리고 있고,
뵙고 싶어서 방문했다.
뵐 때면 박봉이신데 맛있는 것 사주시고,
(그날은 유치원에 주교님께서 방문하셔서 바쁘셨는데
그런데 내 스케줄이 그날만 가능했다),
아주 예쁜 손글씨를 편지를 동봉한 선물을 챙겨주셔서
뵈러 가기가 죄송스럽다.
그날도 예쁜 선물과 손 편지를 주셨다.
내가 좀 여유가 있으면
수녀님들 은퇴선물로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미 서부여행을 시켜드리고 싶다.
그래 한 번씩 복권을 사곤 한다.

일정 바쁜 나를 위해 나보다 더 바쁜 분이
창원에서 영천, 대구, 내 친정까지
운전해 준 고마운 영선 씨
덕분에 영선 씨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두 분 수녀님을 뵐 수 있었다.
영선 씨는 어린이집 학부모로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다.
부부가 예를 지키며 모범이 되는 바른 생활인으로
두 아이들도 반듯하게 잘 키웠고,
깨어있고, 지역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나랑 정치적인 견해와 가치관이 비슷해
잘 통하는데, 워낙 바쁜 분이라
전화통화가 어려운 게 좀 아쉽다.
영선 씨의 딸 희진이가 앤드류와 인연이 특별했는지
어린이집 2년, 초등학교 1, 2학년 4년을 함께 다녀
앤드류도 기억하고 있다.
살면서 보고 싶은 사람
가끔씩 만나 함께 밥도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해야 하는데...
8년 만인데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반갑게 맞아주니 감사했다.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이렇게라도 한 번씩 얼굴 볼 수 있어 좋았다.
2025. 4. 18. (금)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