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끔찍하게 살해한 시동생을 집으로 받아준 이웃과 천사들
이웃 사라가 갑자기 이사를 갔다.
사라는 이웃들 모임에 잘 참석지 않아
나와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그녀는 살아있는 천사에다
우리 이웃에서 20년 이상을 살았기에
가랑비 옷젖듯 정이 든 이웃이었다.
그녀의 이사날을 얼마 앞두고서야
우린 그녀가 몇년간 주택 융자금을 상환을 하지 않아
집이 경매로 매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딱한 처지를 안타까와했다.
그런데 또 마음 한편에선 그녀의 이사가
그동안 우리 이웃들에게 있었던
어떤 불안감을 함께 가지고 가는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우리 이웃은 이웃들끼리 친해서
다들 부러워하는 이웃으로
조용하고, 평온한 살기 좋은 동네인데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어떤 일로
지난 몇 년 동안
위험한 동네로 기피지역이 되었다.
어느 날 우리 이웃들은 지역신문에서
아내를 살해한 죄로 복역했던
어떤 사람이 사라네로 온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은 성범죄자나 흉악범이 출소하면
거주지를 지역신문으로 알려준다.
그 사람은 사라의 두 번째 남편 동생으로
복역 후 갈 곳이 없는 그를
천사과 사라가 자기 집으로 받아줬던 것이다.
아내가 불륜을 했으면 이혼을 하던지.
다투다가 실수로 사고사 한 것도 아니고.
살인도 무서운데,
시체를 끔찍하게 훼손해서 버린 사람과
어떻게 한집에서 살 수 있는지?
더구나 사라의 남편은
장거리 트럭기사로 늘 집에 없었는데.
내가 사라였음,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주더라도
절대 내 집에선 함께 살진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천사과 이바도
갈 곳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하면서
그 사람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했다.
그 신문 기사를 읽고,
한 이웃은 얼마나 불안했든지
급하게 집을 팔고 이사를 가기도 했다.
* 미국은 집 매매 시 수수료도 높고,
이사비용도 많아서 이사하기 쉽지 않다.
우리 이웃들은 우리 동네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경찰이 가장 먼저 그를 의심할 테니
아마 안전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도 한동안 불안해서
동네 산책을 삼갔다. 특히 저녁 무렵엔.
이렇게 평화로운 동네인데.
우린 다시 그가 오기 전으로 되돌아갔다.
사라는 바가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해 었는데,
근처에 카지노가 들어오기 전까지
몇 년간은 레스토랑이 잘 되었다고.
이웃들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사라는 내게
30대 초반인 아들을 암으로 잃은 후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내가 이사 온 직후에 그 일이 있었다.
그런 사라를 지탱시켜 준 것은
그녀의 외손녀였다.
사라는 외 손녀의 생일날
손녀친구들을 초대해
리무진차로 시카고 구경을 시켜주고,
그 유명한 "아메리칸 걸" 인행가게에서
당시 100달러나 되는
인형들을 손녀와 손녀친구들에게 선물해
주인공과 이바의 딸을 비롯한 손녀친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 손녀는 내 아이들의 고등학교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해
동부 명문대로 나왔다.
두 번째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에게 자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손녀에 대해 물었더니
그 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첫 연봉이 15만 불이나 된다며
많이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손녀가 대학에 간 후론
자신을 돌보지 않아
체중도 많이 빠졌고,
무릎과 어깨등 몇 번이나 수술을 했는데,
이런 일까지 생겨 충격이 컸는지
몸 상태가 많이 나빴다.
사라는 융자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에 연락을 해서
집을 잃지 않도록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경매당할 때까지 왜 가만히 있었는지?
사라가 이사 가기 전에
이웃들과 송별회라도 하려고 했더니
사라가 한사코 거절을 했다.
그래 사라가 이사 가던 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고
출근하기 전에 사라네에 들렀다.
사라네 갔더니 낯선 남자가 있었다.
사라가 자신의 첫 남편이자
현재 남편이라며 소개해서
날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내가 10년이상 알았던 사라의 남편은
그녀의 재혼남이었기에.
사라는 집을 잃었는 데다
두 번째 남편과도 이혼을 해
갈 곳이 없었다.
(문제의 시동생은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하면서 이사를 나갔는 듯).
사라의 첫 남편이
그녀의 딱한 소식을 듣고는
자기가 돌봐 줄 테니
플로리다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해
플로리다 남편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첫 남편은 재혼한 아내와 사별을 했다고.
사라는 고인과 친구처럼 지냈다며 천사라고 했다.
첫 남편도 사라가 마음이 여리고 착한 것은 알고 있으니
그녀의 처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나 보다.
아무튼 사라가 사람좋은 첫 남편과
(인상도 아주 좋았고, 신사였다)
다시 재 결합해서
플로리다에서 잘 살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사라와 친했던 이웃이
플로리다 사라네를 방문해 며칠 지내다 왔다.
내 기준에선 이해하기도 어려운 천사과들,
이런 사람들이 복을 받았으면.
사라가 건강 챙겨서
남편과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2025. 2. 19. (수) 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