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간 시댁
생각해보니 시댁에 간게
90세 생신파티 이후 처음이니
근 4년만이었다.
한국이었슴 많이 죄송스러웠겠지만,
여긴 며느리의 도리같은게 없는데다
시댁이 집에서 8시간이나 떨어져있고,
또 시댁엔 가지 않았지만,
시어머니는 매년 여름방학때와 크리스마스때 뵙기에
몇년만의 방문이었지만 죄송한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뵈니
지난 크리스마때 보단 체중이 많이 빠져셨고,
좋지 않으셔서 마음이 짠했다.
그래 이번에 오길 잘했다 하면서도
4년전보다 더 나빠져있는 집안을 보니
머리가 아프고, 한숨이 나왔다.
미국은 대공황을 겪은 분들중에
시어머니처럼
식빵봉지와 1회용 프라스틱 통을 비롯해
뭐하나 버리질 않고 다 모으시는 분들이 많다.
시어머니는 지하가 있는 2층집에 혼자 사시면서
집안 구석구석뿐만 아니라 바닥이고,
식탁이고, 봉지봉지에 든 물건들에
수십년간 버리지 않고 있는
각종 잡지들과 우편물들이 집안 가득인데,
뜯지않고 비닐봉투에 그대로인 것들도 많다.
상상을 넘어서기에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성격이 강하신분이라
당신 자녀들이 버리라고 하면
이건 내집이니 너희들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하시니
자녀들도 포기를 했다.
난 시어머니께서 잔정도 없어셨고,
우리 아이들과 비슷했던
당신 막내딸 아이들을 편애하셨기에
시어머니에게 서운함이 있었지만,
연로한 모습도 그렇고, 또 외롭게 사시니
마음이 짠해서 잘해 드리려고 한다.
시댁 친척들과 교인들이 다 나를 칭찬하니
시어머니도 내게 고마와하시고,
사람들이 다 날 칭찬한다는 말씀을 하시곤했다.
90세 생신파티때 잘해 드린것도 없었는데,
시어머니도, 교회분들도 많이 좋아하셨기에
나혼자라도 해마다 생신즈음에
교회분들이 많지도 않고,
또 대부분이 연로하시기에
식사대접을 해 드리려고 했는데,
여름마다 바빠서 마음뿐이었다.
그래 올 여름엔 기필코 해드려야지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인해
할수 없게 되어
내년엔 95세 생신이시기도 하니
꼭 식사대접을 해 드리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지긴 할런지?
집안에서는 마스크를 써야하니 이야기하기가 불편해
낮엔 해볕을피해 시어머니의 먼지쌓인 차고를 이용했다.
식사할때 마스크 벗어야 하니까
식사도 남편과 데이빗과 난 저곳에서 했고,
시어머니께선 혼자서 식탁에서 식사를 하셨다.
그녀와 그녀 남편은 이곳과 인근에 있는 학교를 마치고,
디트로이트 근교에서 살다 은퇴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그녀와의 대화는 언제나 유쾌하다.
시댁에 몇년만에 와 시어머니에 대해 깜빡 잊고는
장을 봐 왔더니, 세상에 넣을 공간이 없었다.
혼자사시면서 이 냉장고를 비롯해 대형 냉장고가 하나 더 있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는 대형 냉동고가 3개나 있는데 다 꽉차 있었다.
시어머니께선 냉장고와 냉동실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실듯.
냉동실 안에 몇십년도 더 된 것들도 있을거라고 다들 짐작하고 있다.
공간을 만들기위해 오래된것들 어쩔수 없이 버렸는데,
야채칸에 집에서 가져간 우리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과
구입해 간 체리를 넣으려니
야채칸 두곳다 상해서 형체를 알수없는것들로 엉망이었다.
마음같아선 냉장고안에 물건들 몽땅 다 들어내고 청소했으면 싶었지만,
냉장고안에 든것들 꺼내놓을 공간도 없었고, 엄두가 나지 않아
야채칸과 야채칸 아래만 청소했는데
땀을 뻘뻘흘렸고, 냄새치인데도 냄새로 인해 머리가 다 아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함께 앉아 식사를 할수없기도 하지만,
6인용 식탁에 온갖것들이 잔뜩 올려져 있어
혼자 식사하시는 저 공간만 조금 여유가 있다.
목공 솜씨가 좋았던 시아버지가 60년전에 지어신 집
외부에서 보면 저렇게 멀쩡하니 괜찮은데...
내부도 아직도 튼튼하다.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90% 이상은 쓰레기장갈텐데,
대형 트럭 몇대가 필요할듯.
아미쉬들의 자가용격인 마차
몇년만에 갔더니 비포장길이 포장이 되어 있었어 반가왔다.
시댁 인근으로 아미쉬 사람들이 대거 이사를 왔다고.
* 아미쉬 - 문명을 거부하고 전통방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
기존의 주택을 구입해서 이사를 할경우
가장 먼저 전기선부터 끊고,
여름엔 냉장고대신 얼음을 구입해 음식을 보관한다고.
대체적으로 자녀들이 많은 편이다.
8시간 운전해 도착 몇분을 앞두고, 방목했던 젖소들이 집으로 갈 시간에 딱 걸렸네
집이 도로에서 멀찍히 떨어져서 있어 도로가에 있는 우편함까지 한참이라
심장이 좋지 않아 숨이 차신 시어머니께서 우편함까지 차를 타고 가신다고.
시어머니네 길이라 겨울이면 눈도 치워야 하는데,
시골이고, 아는 분이라 한번에 20달러만 지불하지만,
눈이 잦아 눈치우는 비용도 많이든다.
11월중순부터 4월중순까지 눈이 오기도 하니 노인분에겐 재설비도 큰비용이다.
2박 3일이지만, 오고가고 이틀이니
만 하루뿐이다.
일요일날 어머님 아침 준비해 드리고,
우리 아침먹고, 설겆이 하고,
교회가서 목사님과 아는분들 인사드리고,
집으로 향했는데,
연로하신 모습에 내내 마음이 짠했다.
집으로 오면서 남편에게
어머님 상태가 저렇게 나빠지니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될수도 있겠다고 했더니
무심한 남편은 무덤덤하게 그렇수도 있겠지 란다.
내년에 교회에서 생일기념으로 점심대접도 하고,
가까운분들은 시댁으로 초대해
브런치나 한국식 저녁을 대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2020. 7. 17. (금) 경란
추신 : 사람일은 한치앞을 모른다더니
시어머님께서 우리가 다녀가고 화요일날 집앞에서 넘어져
병원에 계신다. 팔에 골절상을 입어 수술하셨는데
퇴원하시면 당분간 Rehab (재활센타)로 가신다고.
아무래도 앞으론 집에서 혼자 못 지내실것 같은데,
시어머님은 크리스마스전까진 집에서 지내시고 싶어시다고.
두 시누가 시어머님께 가 있고,
냉동고와 냉장고 치우고있다고.
(상세사항은 다음에 계속)
저희 시어머니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